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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이 Jan 18. 2020

뼈다귀 해장국 사장님의 마무리

마지막 날도 늘 그렇듯

내가 다니는 휘트니스 센터는 2층이다. 1층엔 뼈다귀 해장국집이 있었는데, 언젠가 한번 제시카와 들려 먹어본 적이 있다. 그 해장국집의 바로 옆집은 동네에서 꽤 유명하다는 중국집이 있는데, 그 집에서 짬뽕을 먹으러 갔다가, 도착한 시간에 재료가 떨어져 일찍 마감을 했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그 뼈다귀 해장국 집에 가게 된 것이다. 


조금 더 나이가 있어 보이는 어머님이 하시는 식당이었는데, 차분한 맛의 뼈다귀 해장국에 조촐하게 김치와 깍두기가 나오는 집이었다. 특별히 맛이 있다라고 하기도 그렇지만 딱히 맛이 없지도 않았다. 뼈다귀 해장국을 먹으면서 담엔 꼭 시간 맞춰 와서 옆집에서 짬뽕을 먹어야지 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로부터 한참 뒤 같은 건물 2층으로 운동을 다니게 되었다. 운동을 위해 건물을 들어서면서 식당 출입구 바닥에 꼭 막걸리가 놓여 있었다. 하루는 반 상자, 하루는 한상자 그런식이다. 아마도 생막걸리이기 때문에 조금받는 날과 많이 받는 날이 있겠지라고 생각을 하며 2층으로 올라가곤 했다.  운동을 하고 있으면 1층에서 육수를 준비하며 솔솔 올라오는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그 냄새가 가끔은 나를 허기지게 만들었고, 또 가끔은 조금 역하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어느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들어서며 무심코 식당입구 바닥을 보았는데 바닥에 막걸리가 놓여 있지 않았다. 어제 많이 안팔려서 오늘은 안 받으시나 보다 하고 혼자 속으로 오지랍을 부리며  지나 쳤는데, 몇일이 지나도록 상자에 담긴 막걸리를 볼 수 없었다.


무슨일일까 몇일 장사를 안하시나 궁굼해 하며 지나 쳤는데, 얼마후 임대문의 라는 종이 한장이 입구에 붙었다. 무슨일일까, 장사가 안되서 그만 하시는 걸까, 몸이 아프신 걸까 혼자 추측을 하며 별 생각 없이 식당 유리창 가까이 얼굴을 데고 안을 들여다 보았다. 안을 들여다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코끗이 찡해 졌고, 무언가 가슴이 먹먹해 지는 기분이 들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행주는 빨아서 카운터쪽 책상에 잘 널어 두었고,  물병들은 설겆이 되어 큰 대야에 뒤집어서 말려 놓여 있었다. 매일 그러셨을 테지만 청소도 잘 되어 있는 것 같았고, 칙칙한 색깔의 원목 테이블도 잘 닦여 있는 것 처럼 보였다.


그러고 보니 복도엔 남자 사장님이 사용 하셨을 것 같은 목장갑 몇벌이 빨래대에 몇일째 가지런히 널려 있었다. 두분은 그날이 마지막 영업 인줄 알고도 저렇게 평소처럼 청소와 설겆이, 행주빨래 까지하고 가신 걸까. 아니면 다음날 영업을 위해 저렇게 정리를 하고 퇴근 하신 걸까. 가지런히 정리가 되어 있는 식당안의 모습과 임대문의 종이를 바라보자니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졌다.




어릴쩍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봉제 공장의 마지막은 어떠했을까. 어떠한 심정으로 마지막 날 문을 나서며 문을 잠그고 뒤돌아 오셨을까. 짐작컨데 그 이별은 짐작컨데 쉽지 않았을 거다. 


나는 서울에서 다니던 직장의 마지막날 어떻게 집으로 향해 걸어 왔었던가. 언젠가 닥치게 될 지금 나의 일터와의 이별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내가 애썻던  공간과 이별하는 순간을 알고 맞이 하는 것과 갑작스레 맞이 하는 것 중 어떤게 나을까.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저 A4용지에 적혀진 임대문의 글자를 괜히 원망스레 바라보았다. 괜실히 한번은 더 뼈 해장국을 먹으러 갈껄 후회를 하며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부디 해장국집 주인 내외분이 어디서든 건강하시길..


2020.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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