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탓도 할 수 없는 오류
측량을 할 때는 참관인이 1명 있어야 한다고 해서 측량 시간에 맞추어 현장으로 나갔다. 제주도가 측량 건수가 많아 전라도 지역의 지적공사에서 파견을 오신 분들이 우리 필지를 측량하시러 오셨다. 30여분을 이리저리 측량점을 찍어보시고는 아무래도 사무실에 가서 확인을 몇 가지 해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다. 확인을 해보고 1주일 후에 다시 미팅을 하자신다. 무슨 일일까 너무나 궁금했지만 애매한 답변만 해주실 뿐이다.
1주일 후, 현장이 아닌 지적공사 사무실로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사무실에 갔더니 지적공사 제주 지사장님이 본인방으로 우리를 앉히시고는 차를 대접해주신다. 대한민국 공공기관에서 일개 민원인을 지사장님이 직접 미팅을 해주신다? 뭔가 싸한 기분이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우리 토지는 측량 불가 판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토지라 한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전에 종이 측량을 할 때 우리 토지가 하필 종이와 종이 사이에 겹쳐진 토지였단다. 종이측량지도를 디지털화를 하는 과정에서 종이 간격이 오류를 일으켜 현황과 지적도 사이에 차이가 꽤나 크게 났다고 설명. 즉, 우리 토지 기준으로 두개의 이웃 토지가 우리 토지를 상당수 점유하고 있을뿐더러 그 자리에 건물이 앉혀져 있어 사용할 수 있는 토지 면적이 상당히 줄어든 상황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이제 와서 이러면 기존의 설계는 어쩌란 말이지. 지적공사 담당자는 건물을 시계방향으로 조금만 틀면 문제가 없다고는 하는데, 그러면 우리는 마당도 없이 돌담만 바라보고 살라는 것인가. 배치설계라는 것이 토지의 크기를 고려해서 한 것인데, 크기가 줄어들었다고 방향만 바꾸어 버리면 완전히 다른 이미지의 집이 되는데 말이다.
결국 설계사와 다시 미팅을 하였고 논의 끝에 재 설계를 하기도 하였다. 몇 달에 걸쳐 설계가 나왔는데 다시 설계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나마 여건상 다시 설계를 해야 하는 경우라서 재설계비는 청구하지 않는다는 설계사님의 배려에 감사하며 다시 설계구상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