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왜 노래를 시도 때도 없이 흥얼거릴까?

엄마가 딸에게 들려주는 말: 노인 용어 편

by 호호할머니

3. 왜 노인들은 시도 때도 없이 노래를 흥얼거릴까?


좀 전에 할아버지와 오랜만에 저녁을 먹고 들어왔어. 할아버지와 함께 역까지 걸어갔지. 은행나무 잎이 보도블록 위를 노오랗게 덮고 있는 모습이 참 예쁘더라. 물론 할아버지가 혹시 미끄러질까 봐 염려스럽기도 했지만 말이야.


할아버지는 또 콧노래를 흥얼거렸어. 엄청 큰 소리를 내는 건 아니었지만, 옆에 걷는 사람은 알아차릴 정도의 소리로. 지난번에 이모가 할아버지의 콧노래를 듣고 창피를 주던 일이 생각나더라. 좀 조용히 하시라고 말이야. 그런데 엄마 또한 어느 순간부터인지 혼자 있을 때 콧노래를 부르는 거야. 깜짝 놀랐어 이모가 생각나서.


왜 어른들은 노래를 흥얼거릴까? 일부러 공공장소에서 자기 목소리를 뽐내고 싶어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닐 텐데 말이야. 생각해 보면 몇 가지 해석이 가능한 것 같아.


엄마가 노인이 되어보니, 이 나이가 되면 자연스럽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더라. 사회적으로 활발하게 활동을 하던 시기가 지나니,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는 거야. 다른 말로는, 정기적으로 출근을 해서 사람들과 억지로라도 어울릴 기회가 없어지는 거야. 어떤 날은 아침부터 한 밤중 잠자리에 들 때까지 단 한 명도 만나지 않을 때가 더러 생겨. 그래서 집안을 가득 채운 썰렁한 공기를 메우기 위해 텔레비전도 틀어놓고, 라디오도 듣는단다. 그것도 다 했으면 혼잣말처럼 노래를 흥얼거리며 빈 공간을 채우지. 강아지라도 있다면 말을 걸기라도 할 텐데 혼자라면 기본적으로는 적막이 자신을 감싸게 되는 거야.


스스로를 다독이는 느낌이랄까? 노래를 의도적으로 막 부르는 건 아닌데, 적막함이 본능적으로 싫은 것인지 저절로 노래가 나오거든. 불안을 달래는 의미일 수도 있고, ‘다 괜찮다.’고 위로하는 행위일 수도 있어. 고요함을 가르는 흥얼거림으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지도 모르겠어. 혼잣말 보단 조금 덜 이상해 보이기도 하니까.


혼자 있는 상황에서의 흥얼거림은 위와 같은 이유인 것 같고, 누군가와 함께 있는 상황에서 흥얼거림이 튀어나오는 까닭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아.


하나는 그 시간이 너무 좋거나 즐거워서야. 가령, 엄마가 우리 강아지와 오랜만에 만난다고 할 때, 마음속에서부터 차오르는 기쁨이 저절로 콧노래가 되어 입 밖으로 나오는 거야. 너무나 신나고 설레는, 행복한 느낌의 발산이지!


우리 강아지도 기억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어릴 적에 혼자 놀면서 즐겁게 콧노래를 부를 때가 많이 있었잖아. 그 정도로 마음의 기쁨이 가득 차 오르면, 자연스럽게 콧노래라는 방식으로 표현되나 봐. 이때는 아마 얼굴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을 걸! 강아지가 어릴 때 에버랜드 간다고 하면 깡충깡충 뛰면서 콧노래와 함께 기뻐했던 것과 같은 이치 아닐까?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과 있는 시간이 조금 편하지 않아서 마음을 달래는 방편으로 흥얼거리는 것 같아. 할아버지가 우리를 만날 때 보면, 무슨 말을 하고는 싶지만 어색한 느낌이 있잖아. 그럴 때 마음의 불편함을 다스리려고 흥얼거리는 것 같아. 약간 ‘괜찮다 괜찮다.’ 이런 말을 스스로에게 계속 되뇌는 것과 같지. 불안할 때 왜 다리를 떨거나 팔짱을 끼거나 손톱을 물어뜯으면서 불안을 해소하려고 하잖아? 그런 의미에서 흥얼거림은 자신의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한 셀프 위로라고 볼 수 있어. 안간힘을 쓰며 어색한 시간을 메우는 것이겠지.


이렇게 우리 노인들이 흥얼거리는 배경을 생각하다 보니 약간은 안쓰럽고 측은하다는 생각이 드네. 그들도 한 때는 콧노래로 적막함을 메우거나 어색함을 달랠 필요조차 떠올리지 못할 만큼 강하고, 누구보다 바쁘게 생활하던 존재였을텐데 말이야. 적막이 뭐야. 잠자거나 밥 먹는 시간조차 없어서 발에 불이 나게 뛰어다니던 시절이 있었단다.


시간이 참 빠르지? 우리에게 누군가가 우리 강아지처럼 청춘일 때 이런 것들을 좀 얘기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리하면 그리 미친 듯이 뛰어다니느라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해.


그러니 우리 강아지는 아무쪼록 지금부터라도 인생의 우선순위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에 먼저 쏟기를 바란다. 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단다. 특히나 청춘은!


우리 강아지가 언제까지나 청춘을 누리며 즐거움의 콧노래만을 흥얼거리도록 엄마가 열심히 기도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