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망 Nov 09. 2024

4. 뭐가 나아져?

집중력이 덜 방해받아

나는 어려서 산만했으니

우리 엄마는 그런 어린이들이 다니는 서예학원을 보냈어.

조금 더 지나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을거야.

한 획 그어두고 다른 짓 하고

먹물 뭍히고 수다떨고 그랬지.


회사에서도 다르지 않았어.

여러 파일을 띄워놓고 alt tab에 의존해서 일하고 있엇지.

지금은 한번에 한 파일만 띄워둘 수 있고,

그 상태를 기억할 수 있어.


덕분에 기록해야 한다는 강박은 좀 줄었어.

잊어버릴지도 몰라. 다 써둬야겠어. 이런 류의 기록말야.

같은 이유로 술취한 사람처럼 한 말 또 하고

빈복해서 상기시키는 행동도 줄었어.


혹자들은 공부를 잘하는 약으로 쓴다고 하는데

그런 류의 효과는 사실 거의 느끼지 못했어.

다만 사람의 말을 조금 식별할 수 있게 되었어.

그저 내가 익숙한 정보의 형태가 글자라도 생각했지만

출력된 활자는 정보가 여러 방면으로 튈 가능성이 조금 더 낮은 거였더라.

소리로 전달되는 정보는

주변의 소음이나 잡음과 함께 전달되니

쉬이 간섭받았 던 모양이야.

그래서인지 매일 듣던 음악에 음율이 아닌 가사가 들리고

사람들에게 더 귀 기울일 수 있게 되었어.


순간순간의 단어를 듣는게 아니니

맥락이 이해되고

말꼬리도 덜 잡는 것 같아.

의도가 이해가 되니 참견하지 않을 자제력도 생기는 것 같아.


이걸 어려서 치료받았다면

시험보다가 갑자기 다른 생각에 사로잡혀서

순간적인 실수는 덜 했겠지만

이해도가 높아지거나,

더 암기력이 좋아지거나 했을 것 같진 않아.

매거진의 이전글 4. 뭐가 나아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