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려서 산만했으니
우리 엄마는 그런 어린이들이 다니는 서예학원을 보냈어.
조금 더 지나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을거야.
한 획 그어두고 다른 짓 하고
먹물 뭍히고 수다떨고 그랬지.
회사에서도 다르지 않았어.
여러 파일을 띄워놓고 alt tab에 의존해서 일하고 있엇지.
지금은 한번에 한 파일만 띄워둘 수 있고,
그 상태를 기억할 수 있어.
덕분에 기록해야 한다는 강박은 좀 줄었어.
잊어버릴지도 몰라. 다 써둬야겠어. 이런 류의 기록말야.
같은 이유로 술취한 사람처럼 한 말 또 하고
빈복해서 상기시키는 행동도 줄었어.
혹자들은 공부를 잘하는 약으로 쓴다고 하는데
그런 류의 효과는 사실 거의 느끼지 못했어.
다만 사람의 말을 조금 식별할 수 있게 되었어.
그저 내가 익숙한 정보의 형태가 글자라도 생각했지만
출력된 활자는 정보가 여러 방면으로 튈 가능성이 조금 더 낮은 거였더라.
소리로 전달되는 정보는
주변의 소음이나 잡음과 함께 전달되니
쉬이 간섭받았 던 모양이야.
그래서인지 매일 듣던 음악에 음율이 아닌 가사가 들리고
사람들에게 더 귀 기울일 수 있게 되었어.
순간순간의 단어를 듣는게 아니니
맥락이 이해되고
말꼬리도 덜 잡는 것 같아.
의도가 이해가 되니 참견하지 않을 자제력도 생기는 것 같아.
이걸 어려서 치료받았다면
시험보다가 갑자기 다른 생각에 사로잡혀서
순간적인 실수는 덜 했겠지만
이해도가 높아지거나,
더 암기력이 좋아지거나 했을 것 같진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