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뭐가 나아져?
감정적으로 자학하지 않게 돼
나는 스스로를 자주 똥멍청이라고 했어.
잊는 것도 많고,
계산도 제대로 못하고,
시간을 맞추는 데는 재주가 없으니
으레 30분이고 한시간을 먼저 도착해 있었지.
답이 있는 문제를 틀릴 때
으레 기억할 법한 이야기를 잊을 때
나는 나를 똥멍청이라고 했어.
그런데 약을 먹으면서 틀리는 일이 줄었다는건 체감하지 못했지만
자책하는 일이 줄었어.
잊을 수도 있지.
누군가들도 이렇게 실수할 수도 있지.
또 남들이 안하는 실수일지라도,
내가 날 존중할 수 있게 됬어
덕분에 까먹어도 괜찮다,
잊기 전에 누구에게 전달해야 한다. 하는 압박감이 줄어들었어.
두번 세번 같은 말을 해야한다는 강박도 완화됬지.
선생님은 내가 어려서부터 착한 아이였을 것 같다고 하며,
그래서 누가 시킨 것들을 다 소화하려고 하니
어려서부터는 티가 덜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셨어.
그러다 어른이 되고 독립하면서
시키는 사람, 통제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스스로 본인의 문제를 인식하게 된 걸 수도있을 거라고 했어.
그렇게 되짚어보면,
엄마는 내가 "촉새"처럼 다른 이의 말에 끼어들고
대화에 끼고 싶어서 안달난 상태에 잔소리를 하셨어.
어른이 된 난 대화를 방해하고 나서야,
그리고 집에서 복기를 하고 나서야
아까는 내가 누군가의 대화를 방해했구나. 하고 자책했는데
이젠 방해도 조금 덜하게 되거나,
방해의 속도도 조금 더뎌진데다가
밤에 하는 복기도 덜하게 되서
제법 마음이 덜 무거워지고 있어.
내가 못하는 것이 용인될 수도 있다는 걸,
내가 아웃바운드에 있지 않다는 걸 자꾸 자각하게 되서
스스로 관대해지고 자학을 덜하게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