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한건 잠부터.
어려서부터 가위도 자주 눌리고
20대 중반부터는 불면증이 있었고
그나마 최근에 이르러서야 한시간에 한번씩 깨는 것 없이
자기 시작했는데
그래봐야 개운하게 잤다고 느끼는 일은 연에 한번 정도였어.
이 약을 먹고 첫날에 가위를 눌리면서
부작용이 있다더니 이것인가 했는데,
그날 이후로는 한번도 그런 적이 없어.
대신 한번도 깨지 않고 잘 수 있고,
푹 잤다는 안도감이 들어.
잠을 잘 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체력적으로 좀 하루를 버틸 수 있더라고.
신체 노동을 하는 직업군이 아닌데도
퇴근 하고 집에 오면 밥을 차릴 기운도 없이
누워서 의미없는 동영상을 보던 일상에 변화가 생겨.
선생님께 이부분을 얘기했더니
그건 해야하는 일(내 경우엔 운동같은 일)들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부분에 분산됬던 집중력을
다시 하나로 모아줬기 때문에
저녁에 운동 할 수 있는 거라고 하더라고.
그리고 덜 먹게 됬어
식사를 적게 해도 포만감이 오래 유지되는 돼.
예전에는 혈당장애 초입이니 주의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당쇼크가 크게 오는 편이어서
스스로가 공복인 상태를 경계 했었는데
공복에 손떨림이나 식은땀 나는 상태까지 가지 않고
유지 되고 있어.
덕분에 약간 배고픈 상태로
소화하는데 에너지를 쓰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점은 좋아.
그리고 도대체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을 것 같은 피로감과 그 뒤에 찾아오는 소화불량으로
사나흘은 움직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어.
그럴 땐 꼭 눈알도 튀어나올 것 같아서
일상생활을 뒤로 하고 먹지도 못한채로 누워만 있었지.
생리주기와도 무관한 일이었어.
병원에서도
신장이나 갑상선이나 위나 간의 문제도 아니라고 하니
코르티졸 분비가 남들보다 잘 안된다 정도의 검사만 받았지.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의 균형 안이뤄졌다나 하는 결과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겨우 편두통 약을 가지고 약간 누르면서 살았었는데,
생리를 할 때조차 그 생리통의 정도가 약해졌다.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일상 생활이 아예 되지 않았는데,
진통제를 선택해서 먹을 정도가 되었어.
ADHD 약을 먹고 난 뒤에
그런 피로감이 기적처럼 없어지진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잦아들고 소화불량 문제는 아예 없어졌어.
그래서 사람들이 피곤하다고 할때의 지표가
내가 느꼈던 피로감과는 그 단위가 달랐다는 걸 체감하고 있어.
나는 업무지시를 중구난방으로 하지 않으려고
ADHD 진단을 받았는데
삶을 다시 받은 기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