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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클레어 Apr 17. 2022

일상 패턴의 힘

큰 힘 들이지 않고 삶을 이끌어 가는 방법 

지난 금요일은 부활절(Good Friday)이었습니다. 싱가포르는 이 날을 공휴일로 보내는데요. 그래서 오랜만에 여러 가족이 모여 함께 점심 식사를 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즐겁게 놀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부활절(Good Friday) 점심 식사 




그런데 여러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온 화제 중 하나는 '투자'였는데요. 저금이나 투자를 먼저 하고 생활비를 쓰는지, 아니면 생활비를 먼저 쓰고 남는 돈으로 투자하는지에 관해서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처음 이 질문을 주신 분의 경우에는 먼저 어느 정도 투자를 하고 생활비를 쓰고 싶어 하셨는데요. 남편 분의 경우에는 외벌이인데 여유자금도 없이 투자를 하면 안 된다며 주식 투자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럴 경우 보통 남는 돈이 거의 없기 때문에 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은 계속해서 생기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부인 쪽의 불만도 이것 때문에 생기는 것 같았고요. 


다른 집의 문제이고 특히나 돈에 관련된 문제인지라 이렇다 저렇다 감히 의견을 내지는 못했는데요. 그저 몇 백 달러만이라도 일단 CPF(싱가포르의 국민연금)에 추가 납입해 보는 게 좋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 보았습니다. 


그러다 생각한 것은 '일상 패턴'에 관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투자에 관해서나 삶의 여러 부분에 있어서 크게 생각을 하지 않고 매일 정해진 때, 정해진 것을 하는 습관이 있는데요. 


가령 투자와 저금에 관해서는 남편의 월급으로 하고 저의 월급은 생활비와 기타 비용으로 모두 사용합니다. 이때 투자 비율의 조정, 예를 들어 한국 주식이냐 미국 주식이냐 혹은 싱가포르 주식이냐는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다르게 결정하지만 일단 큰 틀에서는 남편 월급 전체는 저금과 투자에 모두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리고 생활에 있어서도 그 패턴이 매우 단순한대요. 


요즘 들어서는 보통 새벽 2시에 잠에서 깹니다. (원래 잠이 없기도 한데 임신 막달이 되고 나니 더 잠이 없어지네요.) 그럼 그날의 성경을 읽고 설교 말씀을 듣고 기도를 한 후, 경제 신문을 순서대로 쭉 읽습니다. 그리고 삼 프로 TV 지난 방송을 듣거나 책을 읽다가 혹시 잠이 오면 잠시 잤다가 첫째가 깰 때쯤인 5시에 다시 일어납니다. 그리고 우유를 챙겨준 후 같이 자다가 7시가 되면 다시 일어나서 옷도 갈아입히고 학교 갈 준비도 하고, 아침을 차리면서 한 시간 정도 보낸 후 8시에 학교에 보냅니다. 


그 후에는 남편과 아침 식사를 하고 업무 시작 전에 블로그 글쓰기를 마칩니다. 그리고는 9시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하고 되도록 오후 4시 반에서 5시 정도까지 업무를 모두 마칩니다. 그리고 첫째 하교 후 또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요. 그렇게 놀아주고, 저녁을 먹이고, 간식도 먹이고, 목욕도 시키며 두 시간 정도 보낸 후 7시 반부터는 재울 준비를 시작합니다. 그렇게 8시쯤 아이가 잠들면 그 후로 다시 책도 읽고 밀린 집안 일도 하고 여러 가지를 정리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보통의 일과입니다. 


평일은 보통 이런 패턴으로 보내고요. 


주말은 토요일에는 자유 일정으로 남편, 아이와 함께 새로운 곳을 다니며 보내는데요. 

어제의 경우에는 케펠 베이(Keppel Bay)에 오랜만에 놀러 가서 요트도 보고 다 함께 산책도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카페에 들어가서 브런치도 먹고 그곳의 놀이터에서 아이가 놀기도 했는데요. 




케펠 베이(Keppel Bay)의 요트가 보이는 프라이브(Prive) 카페




아주 특별한 일정은 아니어도 가족들이 함께 새로운 곳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로도 충분히 값지고 여유로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다 일요일은 다시 '패턴'으로 돌아오는데요. 


오전은 어린이 음악교실에 가서 수업을 듣고 끝나면 아이 밥을 먹이고요. 집으로 돌아오면서는 버스 정류장 가까이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것이 일과입니다. 




주말 어린이 음악 교실 모습 




그러다가 오후에는 교회에 가서 예배도 드리고 아이는 영유아부 예배에서 언니, 오빠들과 함께 뛰노는데요. 그렇게 하다 보면 하루가 지나가고 또 일주일이 마무리되면서 시작됩니다. 


이렇게 글로 적어놓으니 너무 평범한 일상이 아닌가 싶기도 한대요. 오히려 이런 규칙적인 생활과 패턴들이 삶을 여유롭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기존의 '패턴'에 따라 큰 고민 없이 생활하다가 중간, 중간 여유 시간이 생기거나 지난주처럼 공휴일이 있으면 그때 평소 하지 못했던 일을 하거나 다른 사람들을 만나며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일상 패턴의 힘'은 어떤 일을 매번 계획하거나 랜덤 한 일정을 관리하느라 에너지를 들이는 대신 '패턴'에 따라 최대한 사고와 행동양식을 최적화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렇게 꾸준히 '패턴'을 따라가다 보면 가끔은 생각하지 못했던 일과 계획들이 떠오르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평소 패턴을 더 최적화하거나 효율적으로 대체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 혹은 전혀 새로운 것이기도 합니다. 


'패턴'을 따라 사는데 그것이 오히려 새로운 생각과 기회를 제공하는 기초가 된다니 참 아이러니하죠?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은 생활의 사소한 부분을 단순화시켜서 자신이 하는 일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있는 애플의 전 CEO였던 스티브 잡스, 메타의 CEO인 주커버그, 그리고 한국의 신사임당 님까지 검은 티셔츠만 착용했던 것도 그 일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은 삶을 사는 데 있어 어떤 '원칙'과 '규칙'은 꼭 필요하지 않나 하는 것입니다. 때로 그것에 변형을 줄 수도 있고 다른 것을 시도해 볼 수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추구해야 할 '원칙'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어떤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삶을 꾸준히 이끌어 나갈 원동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신앙=사명'과 '가족'입니다. 매일 눈을 뜨자마자 하는 '패턴'과 아침, 저녁, 그리고 주말 내내 아이, 남편과 함께 하는 생활이 모두 그것을 위한 것입니다. 


앞으로 또 상황이 어떻게 바뀌고 어떤 변수가 발생해서 이 패턴이 도전받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때에는 또 그때의 상황에 맞는 '패턴'을 개발하여 적응하고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혹시 삶이 너무 고되거나 복잡해 보인다면 '일상생활의 패턴'을 스스로 만들어보고 적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사소해 보이고 때로는 무료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분명 무시할 수 없는 힘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쌓였을 때는 남들과는 다른 경쟁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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