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우습게도 이 나이가 되어서도 '장래'에 대한 고민은 끊이지를 않습니다. 이제는 애도 둘이나 생겨서 당장 하루, 하루 헤쳐나가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가 되었는데도 말입니다.
이건 어쩌면 파이어에 정말 성공하고 나면 어떤 일을 해야 하나, 진정 의미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출산 휴가 기간이라 업무라든가 회사 이메일을 걱정하지 않게 되며 '정말 좋아하는 일', '그동안 했던 일 중 즐겁게 했던 일'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교육'이 나의 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사실 이 생각은 그동안에도 여러 번 했는데요. 한국에서 중, 고등학교를 나오며 판에 박힌 교육 틀이 너무 싫었던 터라 교육의 'ㄱ'자도 생각하지 않았던 입장에서 꽤나 난감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간 지내오면서 다른 사람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을 격려하여 개발을 장려한 일이나 사람들의 특성에 맞는 회사로 이직하도록 도움을 준 일 등이 가장 보람되고 적성에도 맞는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 혹은 '교육자'라는 타이틀은 아닐지라도 '커리어 개발 상담사'라든가 '헤드헌터' 이런 류의 직업이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십여 년 이상 다른 분야, 다른 업계에서 기껏 경력 쌓고 이제 와서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습니다.
그런데 사실 첫 직장에서 '인사팀'에 들어가려고 했던 전적(?)도 있기도 합니다. 아마 그때는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그 부서가 개인의 적성이나 기질과 맞는다고 어렴풋하게나마 인지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계획대로만 되지는 않는 법!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소프트웨어 개발 부서에 발령받아 앞으로, 뒤로, 옆으로 구르고, 삽질도 반복하며 처절하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적성'이니 '장래 희망'과는 무관한 삶 속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이건 아니다'는 의식은 있었던지 중간에 대차게 끊고 나오는 결단력과 용기는 있었네요.
그렇게 틀어진 방향은 국제개발 프로젝트에 NGO 근무, MBA, 재보험 업계를 거쳐 지금의 자리로 오게 됩니다. 이것이 진정 꿈에 그리던 일이고 자리인가?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자신 있게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그저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가 지금이다'라는 것이 답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때문에 지금도 장래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늘어난 식구를 감당해야 하고 마냥 혼자만 편한 결정을 내릴 수는 없기에 그 고민의 깊이와 난이도가 더해가고 있습니다.
어려운 문제인 만큼 출산 휴가 기간 중 충분히 생각하고 여러 가지를 고려한 후 앞으로의 방향을 정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