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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클레어 May 29. 2022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순간

진정 꿈꾸는 삶은 무엇일까?

잠에서 깨어나며 '죽는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영원히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이런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다. 정말 뜬금없지만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스페인에서 부활절 여행 도중, 버스에서 잠깐 잠들었다가 깼을 때도 이런 생각이 들며 사는 게 덧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아웅다웅 다투면 뭐하나, 미래를 준비한답시고 애쓰면 뭐하나 싶기도 하다. 


그만큼 '생의 마지막' 순간이라는 것은 모든 것을 통달하고, 초월하였으며, 삶의 가장 근본적인 의미와 가치를 돌아보기에 적당한 때일 것이다. 


그래서 온갖 생각과 걱정, 혹은 욕심이나 이기심이 일어나려고 할 때는 '삶의 마지막 순간'을 생각해 보려고 한다. 그리고 과연 그때, 지금의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 있게 생각될지 짐작해 보고는 한다. 그러면 대부분은 크게 동요하거나 마음을 쓰지 않아도 될 일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즉 삶의 대부분의 소동과 사건들은 크게 개의치 않고 넘겨도 될, 사소한 일들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런 것들에 하나, 하나 예민하게 반응하고 집착하다 보면 삶이 피곤해지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불편해져 버린다.  


그래서 삶에서 가장 중요하고 또 가치를 두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삶의 중심을 잡고 싶을 때는 '마지막 순간'을 상상하며 반추해보고는 한다. 




'나는 방의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의사의 통보가 있었지만 다행히도 특별히 아프거나 고통스러운 곳은 없다. 그저 살만큼 살았고 이제는 갈 때가 되었을 뿐이다. 


침대 주위로는 가족들과 어린아이들, 아이를 안고 있는 청년들과 또래 친구들이 둘러서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그러다 때로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기도 한다. 이 청년들은 어린 시절부터 후원해 온 어린아이들인데 이제는 이렇게 장성하여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해 주러 왔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러니까 나도 '어린이'였던 그때부터 어쩐지 '어린이'에 연민을 품고 살아왔고 그래서 틈이 나면 어린아이들을 돕고 후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그것에 어떤 거창한 의미가 있었다기보다는 그저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들의 길을 개척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전문적인 사회 복지사는 아니었지만 여건이 되는대로 그 희망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고아원부터 공부방 운영, 국내/해외 아동 결연까지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을 해왔다. 그러다가 특별히 인연이 닿은 아이들은 더 자주 소통하고 응원하고 격려하며 보다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그렇게 자라오고 함께 살아온 아이들이 지금 내 주위에 모여 있는 것이다. 특별히 대단한 업적을 이룩하거나 크게 기록될 만큼 엄청난 일을 해낸 것은 아니지만 주변의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그냥 잘 살았다. 열심히 살아왔다. 생각이 든다. 


더욱 감사한 것은 이 아이들이 우리 가족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고 그렇게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어떤 아이들은 첫째, 둘째와 지난 일을 이야기하며 웃기도 하고 '그땐 그랬지'하며 회고하는 모습이다. 


이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의미 있는 순간이다.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오며 완벽하지 못한 일생이었으나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사람을 기르는데 그 힘을 쏟을 수 있었다는 게, 그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일생이었다. 


여기 모인 아이들이 각자의 길을 걸어 나갈 때 그 길에는 또 각각의 의미와 다양한 역사가 펼쳐질 것이다. 나의 일생이 그 싹을 틔운 시작에 불과했다면 이 아이들 각자는 하나의 온전한 존재와 열매가 맺어지기를 바란다. 



첫째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어려서부터 노래를 좋아했던 첫째인데 크고 나서도 노래를 제법 잘한다. 첫째로부터 시작된 노래가 한 명, 한 명에게 이어져 어느덧 큰 울림이 되었다. 


다행이다. 경쾌한 분위기의 마지막이라니.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음을. 

한 생명의 탄생이 축복받는 시작이었다면 마지막도 이렇게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가 되기를. 

평범하게 살다 평범하게 물러나는 인생이지만 이것에도 이렇게 보람과 기쁨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이곳에 모인 아이들과 가족들, 한 명, 한 명의 인생도 평온하고 기쁨이 가득하기를. 

그리고 그 기운이 다른 사람, 다른 곳에도 온전히 뻗어가기를. 


마지막 가는 길에 바란다면 그것뿐이다.' 




그때가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마지막은 대강 이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너무 요란하지도 소란하지도 않게 딱 이 정도이고 싶다. 그 어떤 사람에 대한 미움이나 아쉬움, 어떤 일에 대한 후회보다는 이렇게 밝고 유쾌한 마음으로 세상을 떠나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지금의 고민이나 걱정들이 사실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허무주의나 염세주의가 아니라 그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와 '의미', '목적'이 무엇이냐는 문제일 것이다. 


위의 글에서 적어놓은 것과 같이 개인적으로 가장 중시하는 것은 '가족'과 '어린이, 청년에 대한 사역'이다. 지금의 삶이 그것을 잘 따라가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며 그 길을 정비해야겠다. 


'사소한 일에 목숨 걸지 말자.'

'이 세상 대부분의 일은 사실 매우 사소하다.' 


언젠가 읽었던 '100년 뒤 우리는 이 세상에 없어요 (리처드 칼슨 저)'의 책의 글귀를 생각하며. 




https://blog.naver.com/meyamo/2226164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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