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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클레어 Jun 07. 2022

싱가포르 영주권, 그 애매한 이름에 대해

탈 세계화와 자국민 우선주의 정책의 심화 현장 그 한가운데에서

어느 나라나 그렇겠지만 요즘 들어 싱가포르의 자국민 우선 정책은 노골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에는 워킹비자(Employement Pass)를 신규로 신청하거나 갱신할 경우 지원 가능한 최소 월급을 상향 조정하고 포인트 점수제를 도입한다는 정책이 발표되었다.




https://brunch.co.kr/@8314cffafb32429/12




이로 인해 상당수의 외국 근로자들은 워킹비자를 받지 못해 고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다.


이와 더불어 최근 들어 알게 된 것은 싱가포르의 공립학교 학비가 싱가포르 시티즌이냐, 영주권자이냐, 외국인인데 1) 아세안 국가 출신이냐 2) 아니냐에 따라 그 가격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공립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학비 (출처: moe.gov.sg, 싱가포르 교육청)  




위의 표는 싱가포르의 교육청인 MOE(Ministry of Education)의 웹사이트에 게재된 수정된 교육비이다. 올 해부터는 영주권자, 외국인(아세안), 외국인(비 아세안 국가) 모두 학비를 상향 조정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영주권자와 비 아세안 국가 출신 외국인의 경우, 교육 과정에 따라 2023년부터는 매달 $600에서 $1500까지 차이가 나게 된다. 그리고 매 월 $6 이내로 교육비를 지불하는 싱가포르 시티즌에 비하면 이 금액 차이는 상당하게 된다. 이를 연간으로 따질 경우 비 아세안 출신의 외국인의 경우 국제학교 학비와 크게 차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싱가포르 국제학교의 경우 학교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연간 $25,000 이상의 수준)


때문에 싱가포르 영주권자(PR; Permanent Resident)가 아닐 경우 싱가포르 공립학교에 굳이 자녀를 보낼 동기가 현격하게 줄어들게 된다.


사실 싱가포르 공립학교의 경우에는 1) 부모가 그 학교 출신, 즉 동문이냐 아니냐, 2) 형제, 자매가 그 학교 출신이냐 아니냐, 3) 학교에서 1km 이내에 거주하느냐 (싱가포르 시민의 경우 2km), 4) 봉사활동이나 여러 가지 커뮤니티 활동에 가담했느냐 아니냐 등에 따라 학교 입학의 우선순위와 가점이 주어진다.


때문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외국인, 특히나 영주권자도 아닌 경우에는 교육 환경이나 성취도가 높은 학교에 자녀를 보내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간혹 아이를 보내는 데 성공했다 해도 학비 자체가 저렇게 차별적으로 부과되다 보니 영주권자가 아닌 경우에는 그 득과 실을 잘 따져보아야 한다.




 

싱가포르 생 패트릭 학교 (St. Patrick School) 모습




싱가포르 생활에 있어 교육비와 더불어 중요한 항목은 바로 '렌트비'이다. 이곳에서는 집을 구입할 때 스탬프 듀티(Stamp duty)를 내는데 이것도 싱가포르 국민이냐, 영주권자냐, 외국인이냐에 따라 세율이 모두 다르다. 특히 올 해부터 적용된 개정안에는 영주권자 및 외국인, 다 주택자의 세율이 대폭 상향 조정되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아주 장기 거주를 계획하지 않는 한 다달이 월세를 내며 살고 있는 형편이다.




https://blog.naver.com/meyamo/222619670916




그런데 이 월세가 작년부터 심상치 않더니 올 해는 한 달에 최소 $1,000(한화 약 90만 원)에서 $2,000(한화 약 180만 원)까지도 오르고 있는 추세이다. 그나마 월세 물건이 워낙 없어서 어쩌다 하나가 나오면 2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입찰을 하기도 한다. 입찰자 중 비싼 월세 가격을 부른 사람에게 낙찰되는 것이다.


이렇게 생활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기초가 되는 교육비와 주거비가 상승하는 데다 식비, 생활비며 차량 구입/유지비 또한 증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을 이미 구매해 놓고 맞벌이를 하고 있는 우리 가족도 어떤 달에는 '팍팍'하다는 느낌이 들고는 한다. 그런데 하물며 집을 렌트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있는 집들은 아마 많이 힘들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근래 고국으로 돌아간다는 사람들이 제법 많아지고 있다. 동네에서 아이들끼리 놀이터에서 놀며 친해진 프랑스-베트남 커플도 베트남 호찌민으로 곧 이주할 거라고 한다. 그리고 싱가포르 맘 카페에는 귀국으로 정리한다며 가구며, 전자제품 등 이것, 저것을 내놓기도 한다.


과연 이 현상이 단기에 멈추고 끝날까?라고 생각해 보면 오히려 심화되면 심화됐지 당장 좋아지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 가족 역시도 '자국민의 혜택' 혹은 최소한 '동포의 혜택'을 볼 수 있는 한국이나 호주, 최소한 미국 정도에 이주해야 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  


싱가포르에서 영주권자란 집을 구매하거나 학교를 보낼 때 완전한 외국인보다는 조금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결국 여러 가지 정부 보조나 혜택에서는 모두 '외국인'으로 분류되며 똑같이 배제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5년에 한 번씩 영주권을 갱신해야 하는데 실직 상태라든가 외국에 있을 경우에는 갱신이 거부되며 영주권이 말소될 수 있다고한다.


그나마 아직은 아이들이 어려서 학교라든가 여러 문제를 당장 고민할 필요는 없다. 때문에 첫째가 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남은 3~5년은 이곳에 더 머물며 상황을 살펴보고 향후 거취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그 기간 동안 최대한 모으고 투자하며 '다음'을 준비하기로 했다. 싱가포르에 계속해서 남든 다른 곳으로 이주하든 아이들이나 우리 모두에게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싱가포르 영주권자.

그 애매하고도 불확실한 위치.

떠나거나 혹은 남거나.


이것을 극복하고 최대한 이용하는 것은 온전히 우리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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