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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클레어 Jul 13. 2022

한국 생활은 왜 빡빡하죠?

한국의 많은 (젊은) 이들이 파이어를 꿈꿀 수밖에 없는 이유

어제는 거의 2년 만에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을 찾았습니다. 임신과 출산으로 머리에 손도 못 대고 지냈기 때문인데요. 이것도 그나마 한국에 나와서 어머니가 둘째를 봐주셨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정말 오랜만에 도착한 미용실!

마음 같아서는 염색에 C컬, 영양... 이거 저거 다 하고 싶었는데 첫째의 어린이집 픽업 시간이 빠듯해서 그나마 머리만 겨우 잘랐습니다.


그런데 머리를 잘라 주시던 분은 영국에서 6년 지내다 오셨다고 했는데요. 그래서인지 싱가포르 생활에 관심이 많으셨습니다.


아무래도 서구권보다는 동양인에 대한 차별이나 무시는 덜하고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이 와 계신다고 전해드렸는데요. 그랬더니 관심을 보이시며 싱가포르에 이민할까 하시더라고요.


아뿔싸. 그건 좀 생각해 보시라며...

싱가포르가 살기는 편하다고 하나 그래도 한국 사람이 살기는 한국이 제일 편하지 않을까요?라고 말이지요.  


그런데 그분은 외국에서 오래 지내다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한국 생활이 힘들다며 여러 가지 고충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선생님의 나이는 34세. 누군가를 만나거나 무리와 어울리려면 여러 가지를 갖춰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그게 참 많고 까다롭다고 하시는 겁니다. 아무래도 집, 자동차,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많은 것들과 '조건'을 말씀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러면서 영국에서는 바텐더 친구들이 돈을 조금 벌어도 여행도 다니고 참 여유롭게 사는데 한국은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고 푸념하셨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도 한국에서 지낼 때는 참 힘들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뭐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생각해 보면 '바쁘고 급한 생활 방식'과 '다른 사람을 의식하는 문화'때문인 것 같아요.


전 날 몇 시에 퇴근을 했건 회식을 몇 시까지 했건 다음 날은 무조건 새벽 5시에 일어나 회사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고 운동하고, 근무하고, 야근도 했다가, 가끔은 회식도 하고, 손님들 만나야 하고, 그러다 또 집에 와서 자다가 또 새벽 5시에 일어나는 생활의 무한 반복이었습니다. 


그럼 왜 그렇게 일찍 일어나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고 늦게 끝내야 했을까 하면 그게 문화고 하나의 통념이었던 것 같아요. '부지런한 사람 = 성실한 사람, 일 잘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 뭐 이런 것이죠.

그리고 서울의 엄청난 교통체증을 피하려면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게 훨씬 낫기도 했고요.


그런데 그런 바쁜 생활 속에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경제력과 여러 가지 조건을 따지는 경우도 많았는데요. 특히 여자의 경우에는 결혼과 다양한 의무(?!)까지 추가가 되니 그야말로 힘들고 처절한 생활이 되어버렸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돈을 잘 벌어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은 자식이라면 해야 될 기본. 그런데 결혼을 못(?!)하고 있으니 처치 곤란한 못난이 딸이 된 느낌이었달까요? 알게 모르게 그런 스트레스를 받는 가운데 회사 일도 녹록지는 않았으니 그 중압감이 어땠을지 지금 생각해도 숨이 막힙니다. 잘못한 것 없이 열심히 사는데도 매일 혼나는 느낌. 바로 그것이었어요.


게다가 본인은 특별히 원치 않아도 '신데렐라 물광주사'를 맞아라, 안면윤곽을 해라, 차는 그게 뭐냐 외제를 타야지 등등 이런저런 외모+보이는 것에 대한 참견과 간섭에 피곤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은 이래서 많은 젊은이들이, 특히 한국의 젊은이들이 '파이어족'을 꿈꾸나 보다 하는 것입니다.


짜인 틀에 박혀 허겁지겁 스케줄을 따라가고 다른 사람의 잣대로 판단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고유한 가치를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경제적 자유와 시간적 자유를 꿈꾸고

파이어족을 염원하는 것이라고요.


여행이 아닌 '생활'로 한국에 처음 온 남편은 이런저런 것들을 목격하고 관찰하더니 한마디 하기도 했습니다. "네가 그래서 한국을 떠났구나. 떠날 수밖에 없었구나..."


여러 가지 정책 문구를 들이대며 보조금을 푼다고 사람들의 마음을 잡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각각의 사정을 헤아리고 각자를 존중하며 다양한 생활이 가능하도록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정착할 수 있습니다.


어떤 학교를 나와서 무슨 일을 하건,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건, 어떻게 생겨서 어떻게 하고 다니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다양함을 인정하는 문화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은 우리 가족이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은 당분간 힘들겠다는 것입니다.  

한국사람이지만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싱가포르 영주권을 가지고 있는 엄마와 마카오에서 태어나 호주로 건너갔고 마카오, 호주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으며 역시 싱가포르 영주권을 가지고 있는 아빠가 낳은 호주 시민, 그러나 동양 얼굴을 한 첫째와 둘째.

이것 너무나 복잡하고 '한국적이지 않은 케이스'이기 때문입니다.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사랑하지만 여행이 아닌 '생활'을 하기에는 버거운,

많은 이들이 '파이어족'을 꿈꾸게 하는,

한국.


잠시 잠깐 나온 방문길에 여러 가지를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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