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수능을 위한 영어 학습자들을 위한 조언
언제부터인가 수능에서 '킬러 문제'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언제부터 사용했는지 모르지만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의 입장에서도 '킬러 문제(문항)'이라는 말을 종종 사용해 왔던 것 같다. 문득 '킬러'라는 용어가 궁금해서 동사 'kill'에 접미사 'er'이 붙어서 죽이는 행위를 하는 사람인가 싶어 사전을 찾아보았더니 '살인자, 죽여주는 것' 등의 부정적인 내용이 나왔다. 아마도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콩글리쉬, 즉 브로큰 잉글리시로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은데 누군가를 직접적으로 죽이기보다는 부사처럼 '죽여주게' 어려운 문항을 의미하려고 한 것 같다. 그런데, 과연 얼마나 어렵기에 혹은 어렵게 느껴지기에 '죽여주게, 죽을 만큼' 어려운 문항인 걸까?
영어교사로서 수능 영어영역 문항을 분석해 본다면, 듣기와 독해 영역 중 아마 듣기에서 킬러문항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고 분명 둘 중 다른 하나의 영역인 독해영역에서 킬러문항이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문항들이 위치한 곳 역시도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어법과 어휘 유형을 넘어가면서 일명 '마의 30번대' 빈칸 유형을 시작으로 39번 문장삽입이 끝날 때까지라고 생각된다. 이 유형들은 수험생뿐만 아니라 가르치는 교사 입장에서도 쉽지 않다. 모든 유형에 문항 출제의도가 있듯이 앞부분의 실용문과 달리 학술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다 보니 까다로운 구문 구조와 어휘와는 별도로 내용 이해 자체가 쉽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시험이다 보니 변별력을 위해 고배점 문항의 출제가 필요하게 되고, 이로 인해 수험생은 난이도 측면에서 까다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수능 고난도 문항과 관련한 내용에서 킬러문항, 즉 '죽여주게' 어려운 문항 출제에 대한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수능에서 지나치게 어려운 킬러문항이 배제될 수 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킬러문항 출제/배제에 대한 의견은 일단 차치하고 당장 올해 입시를 치러야 할 고3 수험생들이 영어영역에서 혼란을 겪지 않도록 개인적인 조언을 하자면,
1. 영어영역은 절대 평가로 치러진다.
만일, 지나치게 어려운 문항이 줄어든다면 한국사를 제외한 수능의 다른 영역 과목들은 등급 컷이 올라갈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수험생의 입장에서 오류와 실수에 더욱 민감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영어영역은 이와 달리 절대평가라서 어려운 문항으로 인해 상위 등급을 성취하기 어려웠던 학생들이 등급컷의 변화 없이 등급 향상을 이룰 수 있다.
2. 내가 맞춰야 만 하는 유형과 맞출 수 있는 유형에 더욱 힘쓰자!
최상위권 학생들은 말 그대로 최상위권의 실력을 갖추고 있어서 약점이 거의 없다. 하지만, 중상위, 중위권으로 갈수록 자신들이 취약한 유형에서 약점이 드러나게 된다. 하지만, 영어영역의 시험에서는 공통적으로 쉽게 느껴지거나 무난하게 느껴지는 문항도 출제된다. 높은 점수만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놓치기 쉬운 것이 바로 이점이다. 자신들의 점수를 높여 안정적인 상위 등급을 위해서는 기본 베이스가 될 수 있는 기본 유형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3. 수험생의 기본 능력 향상이 난이도를 더욱 낮추게 된다.
킬러문항이 줄어들 수 도 있는 상황에서 본인의 실력까지 향상된다면 체감 난이도를 더욱 낮추게 되어 '킬러문항'이 아닌 시원하게 풀만한 문제인 '쿨러 문항'이 될 수도 있다. 결국, 기본기가 형성이 잘 되어 있는 중위, 중상위 권 수험생들에게서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이것이 바로 올해 얼마 남지 않는 수능에서 영어영역에 대한 학습을 끝까지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영어영역은 수능에서 절대 평가로 치러진다. 글을 쓰는 지금 정확히 수능 90일 전이다. 원서 접수, 지필평가, 추석연휴 등을 빼고 나면 실제로 남은 기간은 두 달여 정도이다. 짧은 두 달여간의 시간 동안 수시 최저 등급의 확보 혹은 정시에서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면 영어영역에 올인은 아니더라도 좀 더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가성비를 따져볼 때 나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