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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희구 Oct 23. 2021

머리를 빡빡 민

시와 시인의 말

               

   머리를 빡빡 민, 옷은 스님인데 표정이나 행동은 깍두기 같은 한 무리의 졸개들이 행사장 무대에서 출구 쪽으로 쭉 늘어선다    

 

   풍채 좋은  오늘의 왕초인 듯한 통통한 스님이 무대 앞쪽에서 출구 쪽으로 걸어나오신다  

    

   머리를 빡빡 민, 옷은 스님인데 표정이나 행동은 깍두기 같은 한 무리 졸개들의 호위를 받으며 스타 연예인처럼 짱짱한 주먹처럼     


   폼 나고 절도 있게 신속하고 무게 있게 걸어 나오신다 이 땅엔 예수나 석가가 내다버린 부와 권세를 틀어쥔 근엄한 왕초들이 있다     


   그들을 안전하게 모셔야 하는


   머리를 빡빡 민, 옷은 스님인데 표정이나 행동은 깍두기 같은 한 무리의 졸개들이 있다 그 아래 슬금슬금 길을 비켜줘야 하는  

   

   뭇 중생들, 부처는 납작 엎드려 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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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체 높은 큰스님이 납시려는 찰나 새파랗게 젊은 중들이 마치 조폭 두목이 어느 잔치에 출두할 때 마냥 두 줄로 쭉 내달려 들어서면서 하객들의 어깨를 치고 몸을 밀치면서 길을 트고는 일렬로 쭉 늘어서서 각 잡는 꼴불견이라니. 이 조직도 참 대단한 조직이라는 생각이 든다. 설마 큰스님이 그리하라 시켰을 리는 만무할 터. 젊은 중들이 조폭영화의 한 장면을 패러디라도 한 것 같은 이 명장면을 부처께서 보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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