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시인의 말
차디찬 소주와
뜨거운 북어국물이 흐르는
검게 그을린 장어 향이 흐르는
너와 나 못다 싸운 이념이 흐르는
안암천 포장마차 미라보 다리
술 취한 할아버지
다리 끝에 쪼그려 앉아
플라스틱 접시를 태우는
사랑도 열정도 다 삭아버린
낡은 사내들의 싱거운 말싸움과
할아버지 심심한 취기가 흐르는
환경호르몬이 흐르는
먼지가 되어,
그 노래 아름답지 않냐니까
마주 앉은 사내가
그런 쓸데없는 말이 지금 왜 필요하냐며
술 마셨으면 안주나 먹으라는
웃기지 않냐고
그게 아름다우면 뭐 할거냐고
야유하던 그 낡은 사내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애인과 통화하는
술도 떨어지고
안주도 떨어지고 다 떨어진
불륜 같은, 사랑 같은, 낡은 사내 같은, 신설동의 밤
바람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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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 테이블에서 안경 너머로 이쪽을 흘깃흘깃 바라보던 사내가 신경에 거슬린다. 집게손가락으로 흘러내린 안경을 밀어 올리면서 문어처럼 일어서더니 노래를 부르겠단다. 이등병의 편지를 부른다. 몇 소절 부르다가 멈춘다. 문어처럼 흐느적거린다. 그러면서 자기는 장교출신이라 이등병의 가사가 생각이 안 난단다. 장교출신 주제에 이등병의 편지를 부르려고 하다니 아주 버릇없는 장교출신이라는 생각을 하려던 찰나, 마주앉은 사내가 자꾸 딴데 보지 말고 술 마셨으면 안주나 먹으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