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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Nov 20. 2022

번아웃을 극복하는 중입니다-9

저 반절제 했나요?

반절제를 위해 급하게 수술에 들어간 만큼 무의식속에서도 나는 반절제를 간절히 바라고 있엇나 보다. 마취에서 깨어난 나는 의사선생님께 이렇게 말했다.

“저 반절제 했나요?”

“네 반절제 했어요.”

마취가 덜 깼나본지 10초도 지나지 않아 다시 물어봤다.

“저 반절제 했나요?”

“네 반절제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똑같은 질문을 두 번이나 하다니 왜 그랬을까 싶다. 혹시 마취했을 때도 ‘반절제를 해야되는데’ 라고 말하지 않았기만을 바래본다.

수술을 하고 나서 엄청난 뒷목 통증이 느껴졌다. 갑상선 암 수술 자세가 목을 뒤로 젖혀서 그렇다던지 정말 아팠다. 이 통증이 이후에도 오래가서 한동안 도수치료도 받고 필라테스를 하기도 했었다. 남편이 목을 마사지기로 마사지 해주기도 했지만 그 때의 통증은 정말 아프긴 했다. 그리고 마취 후 어느정도의 시간동안 깨어있어야 했기 때문에 그동안 아껴두고 아껴두었던 환승*애 마지막편을 보며 깨어있었다. 반절제로 끝난 것에 너무 감사해야하는데 일단은 뒷목이 아팠던 기억만 남아있다. 잠을 자고 나서 다시 밥을 먹고 운동을 갈까 했는데 (오랜 다이어트로 인한 운동 강박증이 있습니다) 간호사선생님이 수술 당일에 운동을 하는 건 좀 그렇지 않냐고 해서 다시 참았다. 그렇게 잠이 들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계속해서 속이 울렁거렸다. 먹고 움직이지 않아 소화가 잘 안되어서 그런 건지, 회진을 온 의사선생님께도 거의 토하기 직전의 모습으로 “속이 너무 울렁거려요”  라고 말을 했다. 

 의사선생님이 오실 때 마다 너무 친절하게 얘기해주시고 걱정해주셔서 진짜 감동이었다. 다시 한번 병원의 빛을 보는 듯한 느낌. 학교에서의 내 모습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의사선생님이 계셨는데 볼 때마다 진심으로 걱정해주시는 것이 느껴져서 또 다른 행복 포인트였던 것 같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남편이랑 계속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뒷목 통증은 다음날부터 많이 줄어들었고 속이 울렁거리는 증상만 계속 되어 운동을 많이 했던 것 같다. 휴가를 길게 낸 남편덕분에 병원에서 심심할 시간이 없었다. 

 난 4인실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옆에 유방 쪽 질환 때문에 입원하신 할머니가 계셨다. 딸이 와서 할머니에게 짜증을 내는 모습을 봤는데 할머니 역시 짜증내시는 것 같더니 혼자 계실 때 우시는 것을 보고 가서 위로해주고 싶었던 기억이 있다. 

갑상선 환자들은 수술을 하면 목에 배액관을 달고 다녀서 서로를 알아볼 수 있다. 그래서 같은 수술을 한 분들을 운동하고 다니면서 만났는데 다들 충격을 받으신 일이 있었다. 같은 날 수술했던 분 중 한 분이 반절제로 수술을 했다. 그렇게 수술을 하고 다시 검사를 했는데 반대쪽에도 암세포가 있어서 결국 다시 수술을 하셨다고 해서 반절제를 한 나머지 세 명(나 포함)이 덜덜 떨었던 기억이 있다. 예전에는 이런 일이 일어날까봐 전절제를 했다고 하는데 나는 정말 반절제를 원했기 때문에 반대쪽에 암세포가 생기더라도 나중에 전절제를 하더라도 반절제를 하고 싶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은 병원에 따라서 긴급 조직검사를 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놀란 마음으로 의사선생님께 갔는데 다행히 반대쪽에는 육안으로 봐서는 괜찮다고 하셔서 반대편 갑상선 검사결과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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