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새벽이 끝나고 아이들을 깨운다. 조금이라도 더 자기를 바라는 것은 아이들을 위함이라기보다는 나의 새벽 시간이 아까워서다. 그러나 어쩌랴, 이제는 깨워야 할 시간이다.
등교를 준비하는 시간은 한 시간 정도이다. 그 속에 나의 잔소리는 어마어마하다.
아이들을 빨리 학교에 보내려는 것도 아이들을 위함인 것인지, 빨리 보내버리고 혼자 있고 싶은 나를 위함인지 헷갈리기 시작할 때쯤 현관문을 나선다.
아직도 1학년 둘째는 나와 함께 등교하기를 바라기에 기꺼이 옷을 걸치고 함께 간다.
8시 30분에 출발하는 등굣길은 오늘따라 햇살이 눈부시다.
갑자기 여름이 된 날씨에 반팔과 반바지를 입힌 나의 센스에 다시 한번 감탄하며 긴팔 맨투맨을 입은 아이들이 참 덥겠다, 오지랖도 부려본다.
이렇게 더운 줄 몰랐으니 부모들은 하교한 아이들의 땀범벅 모습을 보고 아차 할 텐데, 괜히 감정이입이 되어 안타깝다.
일할 때는 가장 바쁘고 가장 정신없던 시간. 오전 8시 50분.
교실에 아이들이 들어오고 메신저에는 오늘까지 취합해서 제출해야 할 것들이 쏟아진다.
어제 못한 수업 자료 준비를 마무리하며 인쇄 버튼을 누르고 커피 한 잔을 타기 위해 협의실로 갈까 말까 고민하는 시간.
오늘 아이들에게 나눠줘야 할 안내장이 들이닥치고, 아이들과 등교인사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다.
그 와중에 "선생님 실내화를 안 가져왔어요."나, "오늘 엄마가 급식 먹지 말고 오래요."등의 민원사항을 접수하고,
수학 익힘 내세요!
승마체험 신청서 가져온 사람 내세요!
우체통에 오늘 낼 거 껴있나 보기!
서랍에 교과서 정리하세요!
말들을 1분에 한 번씩 외쳐준다.
그러면서 '00이 왜 안 오지?' 등의 확인을 마치는 시간.
몸이 열 개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그 시간.
나의 휴직생활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바로 그 정신없던 오전 8시 50분이다.
스무 명이 아닌 딱 두 명만 케어해서 담임선생님께 패스하고, 집에 돌아와 어질러진 식탁에 앉아 있는 지금 이 시간이다.
삶은 이렇게도 아이러니하다. 하루 중 가장 정신없던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사랑스러운 시간으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는 것.
나의 인생도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다 보면 지금의 고난이 어쩌면 가장 큰 자산이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마저 생기는 기분 좋은 순간이다.
지금부터 4시간, 오롯이 나를 위해 쓰려면 집안일과 청소는 대충 빨리 끝내야한다.
어질러진 식탁조차 사랑하게 되는 이 시간이 아까워서 어쩌면 오늘도 나는 행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