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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책장 Nov 19. 2023

인스타에서 연락처를 동기화하면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인스타그램에 브런치 주소를 올려두었다. 그래도 누구 하나 인스타를 통해 내 브런치에 들어오는 사람은 없었다. 통계를 보면 알 수 있으니 아마 그렇게 들어와 본 사람은 많아야 한두 명이 전부일 것이다.

남편도 내 인스타 주소를 모르고, 브런치 주소는 더더욱 모른다. 인스타는 그렇다 쳐도 내 브런치에 오프라인에서 아는 사람들이 한 명이라도 들어와서 본다면 나는 글을 못쓰거나 좀 미화해서 쓸 것 같다.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므로 나는 아직도 "나 브런치에 글 써."라는 말을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인스타그램 알림에 "내 연락처에 있는 000님의 인스타그램은~"이라는 알람이 떴다. 그 연락처의 주인공은 시어머님이었고, 나는 시어머니가 인스타그램을 하실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 때문에 동명이인이 있나 생각이 들었지만 분명 시어머니의 성함이었다.

내 인스타그램은 북계정이라서 읽은 책을 기록하는 공간이라 누가 들어와서 봐도 상관이 없다. 문제는 소개란에 버젓이 등록되어 있는 브런치 주소였다.

남편이 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줄줄이 썼는데, 시어머니께서 보신다면 사단이 나도 단단히 날 일이다. 부랴부랴 인스타그램 소개란에서 나의 브런치 주소를 삭제했다.

그러고 나서 검색을 해보니 인스타그램에서 연락처 동기화를 해제하면 찾아올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것도 해제했다. 하지만 불안함에 차마 다시 브런치 주소를 올리지는 못했다. 뭐, 거기로 유입되는 독자도 없었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다.




브랜딩의 시대다. 아이들 학종도 결국은 브랜딩이다. 나 이런 사람이야,라는 걸 누군가에게 어필해야 대학도 갈 수 있고, 책도 낼 수 있다. 나의 목표는 원대하게도 출판이므로 언젠가는 책을 써야지, 하면서 나는 여전히 브랜딩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냥 아무거나 생각나는 대로 잡다하게 쓴다.

일 년이나 썼는데도 여전히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글 50편도 안됐는데 출판사에서 제의를 받으시는 분, 겨우 20편 만에 구독자가 천명을 넘어서는 분. 그만큼 필력이 있다는 뜻이고, 브랜딩에 성공했다는 뜻일 것이다.

나처럼 아무 얘기나 생각나는 대로 써대다가는 그저 쓰레기일 뿐이다. 그나마 재활용이 되면 다행이지만.

앗, 그러고 보니 백 편을 쓴 날, 나의 글 제목은 "용기 있는 자가 쓰레기를 얻는다"였는데, 그 이후로 백 편을 더 써도 여전히 나는 그대로다.

이쯤 되면 나의 글쓰기 재능을 의심해야 한다. 나는 소질이 없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그래서 포기할 것인가. 내가 또 끈기하나는 끝내주니까, 포기는 안 한다.


나의 글을 시어머니께서 보시면 절대로 안된다고 하면서 대체 누가 보기를 바라는 걸까? 남편도 안돼. 우리 엄마도 안돼. 직장동료들도 안돼. 동네 엄마들도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어휴, 그러고 보니 내 글을 읽을 사람이 없네.

필명을 쓰면서 브랜딩화를 한다는 것도 생각해 보니 조금 웃기다. 내 이름을 알리는 일이란 필명을 쓸 수밖에 없는 일인가. 나는 내가 부끄러운가?

글이라는 것은 그렇다. 부끄럽다. 일기도 누가 보면 부끄럽지 않은가. 그렇다면 나는 여전히 브런치에 일기 나부랭이나 쓰고 있었다는 말인가. 부끄럽지만 아마도 그랬다.

이은경선생님의 말씀처럼 이제는 양보다는 질이다. 보편적 가치를 논해야 하는 이 시대의 작가정신을 이어나가기 위해, 나는 작가인 것처럼 글을 쓸 것이다.
내일이라도 당장 출판할 것처럼 써라.



<에필로그>

나 : 엄마 오늘 작가님들하고 줌모임 있어.

아들 : 엄마 작가 아니잖아.

나 : 음. 브런치 작가야.

아들 : 엄마 작가 아니잖아.

나 : (팩폭 아들이군.) 작가라고!

아들 :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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