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은 아마 F일 것이고 딸은 T일 것이다. 그리고 맞았다. 와, 나는 아이들을 잘 파악하고 있었어.
"아들, 엄마가 오늘 우울해서 빵을 샀어."
"왜 우울했어?"
아들의 한 마디에 나는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00 이를 빨리 만나고 싶어서 우울했지."
"이제 안 우울해?"
"응"
"딸, 엄마가 오늘 우울해서 빵을 샀어."
"우울한데 왜 빵을 사?"
"어? 어. 그건 말이지."
그러게 우울한데 왜 빵을 사지? 빵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우울하니까."
"그니까 왜 우울한데 빵을 사냐고."
두 아이의 반응이 재미있었다. 이렇게 다른 아이들을 키운다는 건 사실 숙제처럼 무겁다.
어제는 몸이 아픈데 아들이 브루마블을 하자고 졸라서 2시간 동안 브루마블 지옥에 떨어져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 브루마블은 왜 끝이 안나는 걸까. 점점 몸도 지쳐가고 마음도 지쳐가는 찰나, 나는 우울함을 극복하기 위해 캐롤을 틀었다.
"우울하니까 캐롤을 들어야겠다."
아들은 "왜 우울해?"
딸은 "나는 케이팝 틀어줘!"
그래 너희들은 참 재미있는 존재들이구나. 브루마블 지옥에서 잠시나마 즐거웠다.
육아는 산 넘어 산이다. 나는 나 조차도 잘 키우지 못하는데, 인간 두 명을 온전하게 키워낼 수 있을까, 가끔 생각한다. 그리고 불안하다. 나 때문에 애들이 이상해지면 어떡하지.
하지만 얼마 전 선배 엄마가 해주신 따뜻한 말이 떠오른다.
"엄마가 아주 이상한 사람이 아니고 정상적인 사람이면 아이들은 정상적으로 커. 뭔가 이상한 행동을 하는 이성친구를 만나더라도 엄마가 이상한 사람이면 그게 이상한 줄 모르고 만나다가 관계도 이상해지고 말아. 엄마가 정상적이면 이상한 사람을 만났을 때 적어도 그 행동이 이상하다는 건 알더라고. 그래서 그 관계에서 빨리 벗어나더라. 우리 아들이 얼마 전에 이상한 여자애를 만났는데, 그런 얘기를 해주더라고. 그래서 헤어졌대. 애도 이상한 걸 아는 거지."
그래, 나부터 정상적으로 살자. 김붕년교수님도 그랬다. 7세~12세까지 아이들은 뇌에서 엄마의 행동을 보며 가치관을 형성하는 시냅스가 연결된다고 그게 12세~19세에 완벽히 형성되려면 엄마가 바르게 행동하라고. 엄마의 행동을 보고 전두엽의 시냅스들이 연결되느냐 끊기느냐 결정된다.
생각해 보면 너무 무서운 말이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정상적인 엄마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말아도 될 거라는 결론을 내 마음대로 내려본다. 그리고 이상한 엄마라면 이미, 바뀌기에는 너무 멀리 오지 않았을까. 자신들의 세계에서는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안타깝고 무섭지만 엄마가 된 이상, 최소한의 인간적인 행동은 하고 살아야 아이들도 인간적인 사람이 된다는 거다.
길에서 의외로 많은 아이들이 쓰레기를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정말 놀랄 때가 많다. 교실에서도 그렇다. 자기 자리 밑에 떨어진 쓰레기 주우세요. 하면 그걸 줍지 않는 아이들이 많다. 직접 그 아이에게 밑에 떨어진 휴지 주워서 버려줄래? 하면 나를 의아하게 쳐다보며 이거 제 것 아닌데요? 한다.
응, 쓰레기에 이름 써놨니? 같이 쓰는 교실이니까 자기 자리 근처에 있는 건 자기가 버리는 거야.라고 하면 그제야 아이들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주워서 버린다. 그럴 때마다 안타깝다. 아직 전두엽이 형성되지 않았으니까 괜찮아, 하면서 나는 다시 아이들에게 잔소리 폭격을 쏟아붓는다.
그러면서도 나는 내 아이들의 교실 속 모습은 알 수 없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도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괜히 우려되어 집에 와서도 잔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