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의 비밀
영국까지 가서 인터뷰 망친썰
지금까지 10개 이상의 회사들로 이직을 했지만 이직에 성공한 사례보다 실패한 기억이 훨씬 더 많습니다. 야구선수가 모든 타석에서 안타를 칠 수 없듯이 제게는 인터뷰도 그런 것 같습니다. 아래 이야기는 야심 차게 영국까지 가서 최종 인터뷰를 했지만 결국은 망치고 돌아왔던 이야기입니다.
2013년경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당시 M사에서 하고 있던 일을 벗어나 새로운 일을 찾고 있던 중 영국에 본사가 있는 출판사 O사에서 지사장을 찾고 있다는 헤드헌터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당시는 지사장까지는 생각도 안 했던 터라 경험 삼아 인터뷰를 해보자는 헤드헌터의 이야기에 2번 정도 홍콩에서 왔던 분들과 인터뷰를 했었습니다. 긴장을 하지 않아서였는지 평소보다 말을 잘하게 되었고 좋은 인상을 주었나 봅니다. 생각지도 않게 최종인터뷰를 하러 영국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인터뷰에 합격을 한 것은 너무 좋았지만, 그때까지 people manager로서의 경험도 없었기에 지사장은 제게는 어울리지 않는 자리였고 저의 경험을 잘 알기에 앞으로 있을 인터뷰가 무섭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도 몰랐고 제가 알고 있는 것은 지사장 업무에 극히 일부였습니다. 겁이 났지만 인터뷰 일정이 잡혀 런던에서 2시간 정도 차는 타고 간 Oxford라는 곳에서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영국에 도착 후 Oxford로 이동, 다음날 하루종일 인터뷰 후 한국으로 돌아오는 빡빡한 일정이었습니다. 지금 같았으면 휴가를 내서 런던 구경이라도 하고 왔을 텐데 그때는 그런 유연함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12시간의 비행으로 힘들었지만 다음날 인터뷰 걱정에 잠을 거의 잘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CMO, CFO, CSO, 그리고 CEO까지 만나는 인터뷰를 준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다음 날 오전 10시부터 한 시간씩 C-level과 인터뷰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제가 잘 모르는 분야의 CFO는 그의 이야기를 경청했고 CMO와 Sales head에게는 적극적인 질문을 하고 토론을 하였습니다. 점심때는 COO와 인터뷰를 하였는데 음식을 먹는 것인지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시간이었습니다. 드디어 마지막으로 CEO와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인상의 영국분이었지만 질문은 무척 까다로웠고 긴장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한 시간이 거의 지났을 때 갑자기 지원한 포지션으로 옮길 때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너무 쉬운 질문이었습니다. 답은 '전혀 없다, 당장이라도 일을 시작하고 싶으며 추후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상의를 하겠다'라고 하면 되었는데 너무도 순진하게도 이러이러한 부분들이 고민이라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CEO 분은 웃으며 그럴 수 있다고 하셨는데 한국으로 돌아오니 헤드헌터는 난리가 났었습니다. 영국에서는 왜 준비도 되지 않은 사람을 보냈냐고 질책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제게는 맞지 않는 포지션이었지만 지금도 왜 마지막 질문에 그런 답을 했는지 잘 모르겠고 아쉽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인터뷰에서 제일 먼저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내가 이 포지션에 얼마나 관심이 있고 열정이 있는 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인터뷰어 입장에서도 그러한 열정과 관심을 가져주는 후보는 관심이 가며 고맙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옮기시려고 하는 포지션이 있으시면 설사 질문을 받지 않더라도 지원하는 포지션에 대한 열정과 관심을 최대한 표현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이직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