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 일기 1 - 2024/10/11
산티아고에 와서 순례길을 걸은 지 6일째가
되어 가지만 아직도 첫날 Saint Jean Pied de Port(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의 시작지점)에서 Roncesvalles까지의 여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뷰가 멋지고 처음시작이라는 설례임도 한몫을 했지만, 21km 가까이 되는 오르막을 하루종일 걸으며 피레네 산맥의 강풍을 몸소 경험했던 것이 잊히지 않습니다. 초반부에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백두대간도 완주했고 올레길도 한 내가 이쯤이야라고 자만했던 것 같습니다. 2시간을 걸을 때까지는 괜찮았지만 계속되는 오르막에 앞에서 불어오는 강풍이 저의 에너지와 의지를 모조리 뽑아 버렸습니다. 더구나 아침 식사 후 아무것도 먹지 않고 중간에 있는 푸드트럭에서 점심을 기대했는데 주말에는 운영을 하지 않아 12시간 동안 물 밖에는 아무것도 섭취할 수가 없었습니다. 중간에 무엇인가 있겠지 하는 안일함이 저를 더 힘들게 하였습니다. 몸이 너무 힘들다 보니 자주 쉬게 되었고 시간이 길어져 저의 체력은 더 빠르게 떨어졌습니다. 다행히 함께 해준 순례자가 있어 출발 후 8시간 만에 예정된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순례길 첫날의 경험은 저의 자만함을 반성하게 해 주었고 너 자신을 알라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이 마음속 깊이 새겨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겸손함을 알려준 순례길과 여정을 함께해 준 순례자에게 감사합니다.
#buencam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