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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넌 Jan 02. 2024

9월에 발견한 짧은 이유들


안녕하세요, 주넌입니다. 비교적 긴 호흡으로 작성되는 브런치스토리 글과 달리, 인스타그램에서 짧은 분량의 이유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매월 초,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정리하여 브런치 스토리에도 공유하려 합니다. 여러분과 더 자주 브랜드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 인스타그램에서도 함께 브랜드 이야기 나눠봐요 :)

SLOWWOWSLOW 인스타그램




| 맥도날드가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아카이빙한 이유



최근 '맥도날드'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와 TV 시리즈를 아카이빙 한 광고 영상 '특별 출연(As Featured In Meal)'을 공개했습니다. <블랭크맨>, <프렌즈>, <구혼 작전> 등 맥도날드'는 수십 년 동안 엔터테인먼트 전반에 걸쳐 상징적인 모습으로 등장했죠.


이 캠페인은 '맥도날드'와 함께 했던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최근 몇 년간, '추억'이라는 키워드는

'맥도날드' 마케팅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BTS,'트래비스 스캇' 등 유명인이 즐겨 먹는 세트를 그대로 출시하는 페이머스-오더'는 셀럽들의 추억을 이야기했습니다. 또한-스트릿웨어-브랜드와 함께 만든 어른을 위한 '해피밀'과 단종 메뉴였던 '맥립'을 재출시하는 캠페인은 고객의 유년 시절의 추억을 조명하였죠. 이번 '특별 출연' 캠페인에서는 우리가 즐겼던 추억의 콘텐츠를 다릅니다.


세 캠페인 모두 '맥도날드는 여러분의 일상 속에 항상 존재하고 있습니다'라는 하나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실제로 이번 광고에서는 빌런과의 식사 자리에 등장한 <킹스맨> 속 '빅맥'이 아닌 주인공이 몇 달 동안 매일 먹었던 <더-오피스> 속 '필레오피시'가 등장합니다.


'맥도날드'가 다루고 싶었던 추억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맥도날드'이기 때문이죠. '맥도날드'는 한 번쯤 맥도날드'에 진심이었던, 진한 추억을 지닌 팬들과 다시 조우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맥도날드'의 자산이자, 앞으로 '맥도날드'의 팬을 자처할 이들이라고 판단한 것이죠.


'맥도날드'는 과거의 충성 고객들과 추억을 이야기하며. 이들과 다시 연결되려 합니다. 추억은 과거의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좋은 소재이죠. 이들은 마치 전 애인과 행복했던 시절을 돌아보는 듯한 애틋한 마케팅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래된 브랜드가 잠시 멀어졌던 팬과의 추억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 거대한 브랜드 '맥도날드'조차 매스 마케팅에서 팬 베이스 마케팅 전략으로 눈을 돌렸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맥도날드'는 과거의 팬들을 현재의 팬으로 만들기

위해 또 어떤 추억을 이야기할까요?




| 모노클, 보테가베네타의 인스타그램 채널이 없는 이유



인스타그램뿐 아니라 페이스북, 왓츠앱, X(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는 브랜드를 알리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컨설팅 업체 케피오스'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60.6%인 48억 8000명이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고 있으니 말이죠.


브랜드에게 소셜 미디어는 고객과 매일 만날 수 있는 접점입니다. 브랜드의 제품과 서비스는 물론, '다움'과 개성을 보여줄 좋은 기회이죠.


그럼에도 잡지 브랜드 '모노클'은 소셜 미디어 채널을 한 번도 보유한 적이 없으며, 명품 패션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는 2021년에 모든 소셜 미디어 운영을 중단했습니다.


'모노클'은 디지털 시대에 진정한 저널리즘을 목표로 등장한 종이 잡지 브랜드입니다. 검색해서 찾을 수 없는 양질의 정보를 미적으로 우수한 디자인과 함께 제시하여 큰 인기를 끌고 있죠.


현재 규모가 큰 신문사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통신원과 지사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발굴하면서도, 패션 아이템으로 들고 다니고 싶은 정도로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표방합니다.


'모노클'의 타깃 독자층은 도시를 오가는 출장이 잦으며, 글로벌 이슈에 관심이 많은 비즈니스맨입니다. 이들은 소셜 미디어가 타깃 독자들이 브랜드를 만나고 싶지 않은 채널이라고 말합니다. 깊고 진중한 정보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스낵 콘텐츠로 가득한 소셜 미디어는 좋은 만남의 장소가 아니죠.


'모노클'은 독자가 만날 수 있는 세미나를 열거나, 오프 라인 숍이나 카페를 운영합니다. 많은 접점 중에서도

'모노클'은 핵심 독자층이 출장 시 자주 콘텐츠를 접하는 공항과 기차역에 집중합니다. 이들이 보유한 유일한 온라인 채널은 양질의 정보를 왜곡 없이 전할 수 있는 24 시간 인터넷 라디오뿐입니다.


'보테가 베네타'는 양가죽을 그물뜨기하는 수공 작업인 인트레차도 기법을 내세우는 럭셔리 브랜드입니다.

이들은 2006년 가죽 학교를 설립할 정도로 수공 작업과 장인 정신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보테가 베네타'는 2021년 보유하고 있던 모든 소셜 미디어 계정을 폐쇄하였습니다. 주요 명품 브랜드 가운데 소셜 미디어 채널을 운영하지 않는 유일한 브랜드이죠.


이들이 소셜 미디어를 없앤 이유는 직접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접점이 '보테가 베네타'의 '다움'과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운영하는 소셜 미디어를 운영하지 않았을 때, 이들의 '다움'이 더욱 강렬하게 전해질 수 있죠.


이들은 SNS를 폐지한 2년 후인 지금 브랜드 잡지 '팬진'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고 있습니다. 해당 종이 잡지엔 컬렉션 제작 과정과 아트워크 등이 담겨있습니다.


또한 이들은 최근 프랑스 예술 잡지 '마그마' 성 소수자를 위한 문화지 '버트'의 창간을 후원하였습니다. 수공 작업이라는 '다움'과 같은 궤를 이루는 아날로그 매체인 잡지를 활용하여 '보테가 베네타'의 다움을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마케팅은 고객과 연결되기 위해 의도적인 만남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고객과의 만남은 양적인 것과 질적인 것을 모두 고려해야 하죠. 소셜 미디어는 고객과 자주 만날 수 있으며, 임팩트를 만들 수 있는 만남의 장소입니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도 핵심 고객이 브랜드와 마주하고 싶은 장소가 아닐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교수님을 교실이 아닌 헌팅포차에서 만나기 싫은 것처럼 말이죠. 또한 그 자리가 브랜드의 매력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자리인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책을 자주 읽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지식을 뽐낼 수 있는 북카페가 가장 적합하겠죠.


핵심 고객의 삶에 맞닿아 있는 장소인지, 또 브랜드의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은 결국 고객과의 더 깊은 연결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 코오롱스포츠가 도시 딱지를 뗀 이유



등산, 트레일 러닝 등 아웃도어에 대한 인기가 식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도심을 벗어나 자연을 향유하고 싶은 이들이 많은 거겠죠. 동시에 고프코어룩 트렌드가 지속되면서, 아웃도어 패션 시장은 경쟁이 치열합니다.


그중 1973년에 시작된 국내 최초의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 스포츠'의 성장이 눈에 띕니다.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 한국과 중국에서 8천 억 원의 매출을 올릴 전망을 보입니다. 또한 10년 만에 시장 점유율 5위권에 진입하여 예전 명성을 되찾았죠.


'코오롱 스포츠'는 2000년대 초 아웃도어 전성기를 이끌었지만, 2010년 초반부터 당시 대세 컨셉이었던 컨템포러리 아웃도어, 어반 아웃도어, 시티 액티브를 내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산악원정대 팀을 꾸리고, 자체 등산학교를 운영하던 기술력 기반의 전통 아웃도어 브랜드가 도시로 향하며 트렌드에 편승한 것입니다. 이 선택은 아웃도어 기술력과 헤리티지를 지닌 '코오롱 스포츠'로서는 아쉬운 선택이었습니다. 결국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차츰 사라지고 있었죠.


2019년, '코오롱스포츠'는 컨템포러리, 어반 딱지를 떼어내고 '아웃도어' 그 자체에 집중합니다. 도시에서 만나는 아웃도어 브랜드가 아닌 진짜 등산인을 위한 브랜드가 된 것이죠. 이는 트렌드를 내려놓고, '코오롱 스포츠'의 오리지널리티를 되찾는 작업이었습니다.


도심 속에서 바람막이를 입고, 워킹화를 신던 모델은 사라지고, 매주 산을 즐기는 진짜 하이커들의 모습을 내세우기 시작했습니다. 더 나아가 국내 등산 덕후들을 연결하는 브랜드가 되었죠.


먼저 이들은 국내 등산 덕후들과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을 만듭니다. 청계산 아래 등산객을 위한 쉼터가 되어 주는 '솟솟 618, 리사이클링 스토어 '솟솟상회' 등 다양한 오프라인 접점을 선보였죠.


이후 등산 덕후들의 놀이터 역할을 해주는 커뮤니티 서비스 '솟솟클럽 론칭하였습니다. '로드랩, '코오롱 등산학교' 등 국내 등산객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아웃도어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소셜 창구가 되어주었습니다. '코오롱 스포츠'가 만든 커뮤니티는 국내 등산 덕후들과 브랜드를 연결하였으며, 이들의 지향점과 진정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더불어, 이들이 그동안 쌓아 올린 기술력과 헤리티지는 브랜드와 함께할 만한 이유를 제시합니다. '코오롱 스포츠'의 '헤라클레스'는 위급 상황 발생 시 로프 대신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며, 세계에서 가장 강한 신발 끈으로 기네스에 등재되었습니다. 또한 이들은 극한의 추위에 대응하기 위한 안타티카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남극 극지 연구소의 피복을 협찬하고 있죠.


독보적인 기술력을 다듬었을 뿐 아니라 이들은 50년 동안 국내에 다양한 산악 문화를 보급하고 지원해 왔습니다.

'코오롱 스포츠'와 함께하는 등산 덕후들, 즉 이들과 연결된 핵심 고객에게 남다른 기술력과 헤리티지는 브랜드와 함께 할 명분과 자부심을 선물합니다. 이는 곧 커뮤니티에 대한 소속감으로 이어지죠.


'코오롱 스포츠'는 본질과 어긋나는 트렌드에 편승하기보다 자신들의 '다움'을 계승하고 지켜나가는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고프코어 트렌드, 등산 붐이 끝날 때, 아웃도어 브랜드의 생존은 결정됩니다. 국내 등산 덕후와 연결되어 아웃도어로 향하는 길을 함께하고 있는 '코오롱 스포츠'는 살아남으리라 생각합니다. 깊게 연결된 핵심 고객에 의해 브랜드는 기억되고, 이들에 의해 다시 브랜드가 다른 이들에게 경험되기 때문이죠


트렌드에 편승하면 제품을 팔 수 있지만, 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들 순 없습니다. 가장 브랜드다운 삶을 제안하고, 이 삶을 함께 향유할 핵심 고객과 연결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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