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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규진 Nov 16. 2022

수능

2016년 11월 17일


10년도 더 된 기억이지만 수능은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긴장감에 새벽 4시까지 잠들지 못했다. 부모님은 차를 태워 시험장이 있는 충정로의 고등학교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날 긴장감을 풀기 위해 들었던 노래도, 시험장 계단에서 친구들과 점심 대신 빵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유독 수리능력이 너무 어려워 시험 도중 두 번이나 세수를 하러 갔던 것도 말이다.


새로 만난 고등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은 그런 말씀을 했다. “지금 창 밖의 풍경을 봐라. 아직은 봄이라 날이 밝지. 너희들이 수능을 보고 나온 날에는 겨울이라 깜깜할 거다.” 그리고 시험이 끝난 걸 알리는 종이 울린 뒤 바깥으로 나서자 온통 겨울밤이었다. 그 아래에는 추위 속에 자녀들을 기다리는 부모님들이 교문 밖을 지키고 있었다. 모두 같은 시험장에서 만난 친구들은 인파 속에도 서로 쉽게 찾아냈다. 우리는 약속대로 끝나자마자 운동장을 왁 소리 지르고 달렸다. 그때 나는 하염없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학창 시절이 지나가고 있단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올해 수능 전날, 어쩌다 보니 철야를 하며 아침 중계를 맡게 됐다. 교문 밖에는 자녀들을 뜨겁게 껴안던 아버지, 돌담길을 몇 바퀴 씩이나 맴돌며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어머니들도 있었다. 그리고 시험장으로 향하는 학생들의 모습. 콧잔등이 무척 시큰해지는 순간이다. 이 모든 게 끝나고 나면 똑같은 밤하늘이 기다리고 있을 테지. 수능이 우리 곁에 있는 한, 몇 년이고 반복될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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