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월급만으론 안 된다고? 난 다르게 살기로

1-2. 첫 월급을 받았을 때, 나는 무엇을 몰랐을까?

by 작심 유니버스

1-2. 첫 월급을 받았을 때, 나는 무엇을 몰랐을까?


월급이 들어온 통장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아직 그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계획도 세우지 않은 상태였지만, 마음만은 이미 풍요로웠다.


고시 공부하던 시절, 용돈을 받아야 하는 날이 되면, 동전 몇 개를 모아 분식집에서 김밥 한 줄과 떡볶이를 시키던 순간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몇 백 원이라도 아끼려고 떡볶이 국물에 김밥을 찍어 먹던 그때와, 이제는 내 이름이 찍힌 월급 통장을 보며 ‘내가 번 돈’을 직접 확인하는 지금이 너무나도 달랐다.

"이제는 적어도 먹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거 고민하지 않아도 되겠지."

"적어도 돈 때문에 숨이 막히는 일은 없겠지."

그렇게 나는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

오랜만에 행복한 고민을 시작했다.





첫 월급으로 하고 싶었던 것들


그동안 ‘첫 월급으로 뭘 해야 의미 있을까’를 고민했다.

멋진 정장을 사고,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고, 친구들과 한턱내는 것도 떠올렸지만, 무엇보다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건 ‘마음 편히 밥을 사 먹는 것’이었다.


고시공부 시절,


돈이 없어 한솥도시락 제육 1인분도 아껴 먹었다.

또한, 부모님으로부터 용돈을 받는 월의 마지막 주가 되면, 여지없이 떨어진 돈 때문에 동전을 모아

김밥 한 줄, 떡볶이 1인 분, 막걸리 한 병을 사서 '나만의 회식'을 했던 기억들.

그때는 외식 한 번이 꿈같은 일이었다.


이제는 그런 걱정 없이, 내 돈으로 친구들과 한 끼 할 수 있다는 게 뭔가 뿌듯했다.

� "야, 내가 밥 살게. 고생했잖아. 맛있는 거 먹자!"


그렇게 우리는 삼겹살집에서 각자 힘들었던 시간들을 털어놓고

취업 축하를 가장한 치유의 시간을 보냈다.

"내가 드디어 친구들한테 밥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됐구나."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월급이 들어왔던 그 통장을 다시 열었다.

통장에 남은 돈이 거의 없었다.



월급은 받았지만, 돈은 모이지 않았다


대기업에 다니며 고시생 시절 상상도 못 했던 수준의 월급을 받고 있었다.

고시원에서 컵라면 하나에도 눈치 보며 아꼈던 날들,

주머니에 남은 동전까지 긁어 분식집에서 김밥 한 줄을 사 먹던 그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월급이 매달 들어오고 있었다.

"이 정도 벌면, 이제 돈 걱정은 안 해도 되겠지."

"앞으로는 저축도 하고, 투자도 하고, 남들처럼 자산도 늘려가겠지."

그렇게 스스로 안심하며 한 달을 보냈다.


하지만 통장 잔액은 텅 비어 있었다.

"어? 왜 이래?"

"이번 달은 좀 많이 썼나? 그래도 월급 받았는데 왜 이러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시생 시절과는 전혀 다른 수준의 월급을 받고 있는데,

한 달을 살고 나니, 결과는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월급은 들어왔지만, 그 월급이 어디로, 어떻게 사라졌는지는 조차도 정확히 몰랐다.


이런 사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결혼을 하고 아들을 낳아 키우면서 처음으로 하기 시작했다.

돈을 벌 줄만 알았지, 다룰 줄은 전혀 몰랐다.


✅ “돈은 많이 벌면 저절로 모이는 줄 알았다.”

✅ “내가 이제 자리 잡았으니까, 친구들한테 밥 사는 건 당연한 거지.”

✅ “적어도 대기업 다니면, 돈 걱정은 안 해도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현실은 너무나도 달랐다.


월급을 받는다고 해서, 저절로 자산이 쌓이는 게 아니었다.

돈을 버는 데만 집중했고,

그 돈을 어떻게 지키고, 어떻게 불려야 하는지는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었다.

그렇게 번 돈은 계획 없는 지출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대기업에 다니는 ‘괜찮은 직장인’이었지만,

현실은 고시생 시절과 다를 바 없었다.

그때는 동전 몇 개를 모아 김밥 한 줄을 샀지만,

이제는 월급을 받고도 통장에 남은 게 없었다.

결국, 돈 걱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건

월급의 크기 때문이 아니었다.


돈을 다룰 줄 모르니까, 아무리 많이 벌어도 모이지 않았던 것이다.

� "이대로 가면, 평생 돈을 좇기만 하겠구나."

� "이제는 진짜 돈 공부를 해야겠다."

그제야 돈을 모르는 월급쟁이는 평생 월급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미 시작된 실패, 장교 시절 시작한 P2P 투자... 5천만 원을 날리다


사실, 월급이 통장을 스쳐 지나간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대기업에 입사하기 전, 장교로 복무하면서 P2P투자를 시작했다.

아무런 고민 없이 5천만의 큰돈을 P2P 투자에 넣었다가 몽땅 날린 적이 있었다.


그때는 투자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돈을 불려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전혀 몰랐다.


마침 여기저기서 P2P 투자 이야기가 들려왔다.

� “은행 이자보다 훨씬 높고, 리스크도 크지 않다더라.”

� “남들도 다 하니까 믿을 만한 거 아니야?”


플랫폼 홍보도 그럴듯했다.

연 10% 이상의 높은 수익률,

안전하고 투명한 시스템,

게다가 은행에 맡기는 것보다 훨씬 유리한 투자처라는 말까지.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1만 원씩 쪼개 상품마다 투자했다.

큰 위험 없이 다 환수가 되었다.

그러다가 이자율이 18% 정도는 되는 상품이 올라왔고,

그간의 경험으로 별다른 의심 없이 한 상품당 투자금을 10만 원 50만 원 100만 원 수백만 원으로

올렸다.


� “이 정도면 괜찮겠지.”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렇게 내 군 시절 월급과 예비자산을 통째로 맡겨버렸다.


돈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한 투자

P2P가 정확히 어떤 구조인지,

돈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흘러가는지

그런 건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높은 금리”와 “남들도 다 한다는 안도감”에 기대

별 고민도 없이 클릭 몇 번으로 투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몇 개월 뒤, 플랫폼은 돌연 모든 서비스를 중단했다.

결국 내가 투자한 돈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내 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최근까지 청산자금이라며 몇 개월에 한 번씩 1-2만 원 정도 되는 돈들이 들어왔는데,

이제는 그것마저도 줄 수 없다고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5천만 원을 날리고 깨달은 것들


그때의 나는

✅ 내 돈이 정확히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투자되는지조차 몰랐다.

✅ 수익률 숫자만 보고, 리스크는 외면한 채 덜컥 돈부터 넣었다.

✅ 투자는커녕, 돈을 지키는 법조차 몰랐다.


투자라기보다는,

제대로 된 공부 없이 남들 따라 한 무책임한 모험에 가까웠다.

사실상 도박이었다.


그 대가는 5천만 원이라는 거액과

평생 잊지 못할 뼈아픈 교훈으로 돌아왔다.

돈은 버는 것보다 지키는 게 먼저였다


그때 처음 깨달았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도,

그 돈을 지킬 방법을 모르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걸.

돈을 모르는 채 덜컥 투자부터 하는 건

눈 감고 운전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때부터 마음을 고쳐먹었다.

✅ 돈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고,

✅ 수익보다 리스크를 먼저 따져보고,

✅ 내가 이해할 수 있는 투자만 하자.


5천만 원은 날렸지만,

그때 깨달은 교훈은 앞으로 내가 관리할 모든 돈에 적용할 원칙이 되었다.


월급을 받는다고 자산이 쌓이는 게 아니다.

투자라는 이름 아래 아무 데나 돈을 넣는다고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돈을 다룰 줄 아는 사람만이 벌고, 지키고, 불릴 수 있다.

큰 대가를 지불하고, 자산을 모아가 첫 번째 원칙을 배우기 시작한 셈이었다.



작가소개


대기업 금융사 직장인, 샐러던트, 경제학 석사, 금융 강사, 두 아이의 아빠, 한 여인의 남편. 여러 정체성을 지닌 작심유니버스입니다. 직장인으로서의 고뇌를 정리하고, 저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합니다. 관심 분야는 주니어급 취업 및 경력관리, 자기 계발, 경제학 공부, 부동산 재테크, ETF 투자 등입니다. 이제, 변화의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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