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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Mar 01. 2024

고백하건대 출근이 무서웠다.

어젯밤은 늦게 마신 커피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시간 맞춰 출근해야 하기 때문일까 좀처럼 잠들기가 쉽지 않았다. 블라인드 사이로 해아 뜬걸 보니 분명 아침이 되었는데 설마 알람이 안 울린 걸 수도 있겠다 싶어서 눈을 뜨자마자 시간을 확인했다. 휴, 다행이다 한 시간이 남았다. 보통 때 같으면 한 시간이면 아니 20분만 있어도 다시 잠깐이라도 꿀잠을 자고 일어날 텐데 지각할까 봐 무서워 쉽사리 깊게 잠이 들지 않는다. 자는 둥 마는 둥 한 시간을 보내고 첫 번째 알람이 울리자 일어섰다. 오늘도 부지런히 나서보자!



역시나 가벼운 발걸음, 오늘도 기분이 참 좋다. 이렇게나 신나는 것이 출근이라면 진작에 하지 않았을까!



고백하건대 출근이 무서웠다. 스무 살 이후 처음 취직한 이후로 몇 년간 일을 하긴 했지만 그 후로 한참 허송세월로 보낸 기간도 참 길었고, 이제야 다시 일하려고 보니 제대로 된 경력이나 실력도 갖춰지지 않은 나를 어떤 누가 써줄까 겁이 났던 것도 사실이다. 과연 내가 다시 사회로 나갈 있을까 생각만 해도 겁이 났다. 분명 막상 일을 시작하면 몸이 기억하는 대로, 언제 무서워했냐는 듯이 할 테지만 막상 또 이렇게 뭘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겁부터 나는 것이 어쩔 수가 없었다. 









두 번째 출근날이다.



오늘은 내 책상과 컴퓨터가 생겼다. 거진 10년 만에 제대로 된 내 자리와 컴퓨터가 생긴 것 같다. 내 소유는 아니지만 이 일을 하는 동안은 온전히 내 것인 제공된 컴퓨터를 사용해 보며 일에 대한 열정이 다시 타오를 수 있었다. 물론 금세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마음껏 인터넷 검색을 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깨닫고는 아쉬웠지만 말이다. 그래도 널찍한 컴퓨터 화면도 마음에 들고 소리도 나지 않는 키보드와 마우스도 딱 좋다.



그리고 컴퓨터가 놓여있는 책상이 정말 내 자리가 맞나 한참을 설레어했다. 컴퓨터를 조금 해보다 탕비실에 가서 텀블러에 커피를 한 잔 타왔다. 커피를 들고 책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의자에 앉아본다. 그제야 커피를 한 모금을 마셔본다. 분명 같은 커피 맛인데  자리가 새로 생겨서 그런지 더 맛있는 기분이 든다. 



나의 공간, 나의 것, 나에게 제공된 물품들...



집에서도 식탁에서 글 쓰는 것을 생각하면, 나에게 굉장히 그럴듯한 공간이 새로 생긴 것이다. 사실 우리 집에 글 쓰는 작업실이 먼저 생길 줄 알았는데 되려 밖에 먼저 그런 공간이 생겼다.



뭐가 좋은 걸까. 밖과 안. 아무렴 대수일까... 어디든 그런 공간이 생긴 것만으로도 기쁠 때이다.

참 좋다. 이제야 드디어 스스로를 대우해 주는 그런 이 온 것만 같아서...





물론 이 정도로 멋진 공간은 아니지만, 충분합니다








월, 화. 수, 목. 이번주 4일을 내내 출근을 했다. 

여전히 출근길은 설렌다. 내 자리, 내 공간, 내 컴퓨터, 새로운 내 것이 생겼다는 기쁨이 쉽고 빠르게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아직은 매일이 신나고 즐겁다. 앞으로의 출근길이 절대 무섭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예전처럼 책을 읽는 일에, 글을 쓰는 일에 쓰는 시간이 현저히 줄었다는 점이다. 원래 멀티플레이를 못하는 성격이라 더한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결국 2월은 면접과 취직으로 글을 제대로 못 올리는 상황이 되었다. 어쩔 수가 없다. 하나를 포기해야 다른 하나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니까.

하나 빠른 시일 내에 일과 글쓰기에 균형을 지킬 방법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주도 신나게 출근해야겠다. 그리고 이 설렘을 오래도록 지키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앞으로 진짜 내가 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해 본다.





할수있어!





사진 출처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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