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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May 01. 2024

근로자의 날에도 쉬지 않지만...

오늘은 근로자의 날이다. 하지만 선생님은 근로자라 아니라 쉬지 못한다. 덕분에 아이들도 학교에 갔다.



게다가 벌써 5월이다. 5월이라니...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흐르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시간이 흘러준 덕분에 나도 새로운 일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







3월은 늘 그랬다. 일 년 중에 가장 바쁘고 정신이 없던 때였다. 유치원, 학교, 학원은 모두 3월에 학기가 시작한다. 그래서 3월은 내내 정신이 없었다. 새롭게 적응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에 적응하는 선생님, 새로 하는 수업들, 챙겨야 할 것도 얼마나 많은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적응되어 정신이 조금씩 다시 돌아오고 나면 4월이다. 그러면 이제는 몸이 아프기 시작한다. 긴장이 딱 풀어지며 늘 감기에 걸려서 병원을 오가곤 했다. 특히 목이 아프다. 한 달 내내 말을 그렇게 많이 했으니 목부터 병나는 것은 수순인 것이다.



과거에 선생님으로 살았던 몇 년 동안에는 매년 겪는 일이었다. 그러나 일을 그만둔 후로는 한참동안 3월을 그렇게 바쁘지 않게 지냈었다. 그래도 3월이 되면 문득문득 그때가 생각나곤 했다.












그리고 몇 년 만에 다시 선생님의 자리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학교도 유치원도 아니고 학원이다. 역시나 3월은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고  적응하느라 정신없었고, 4월이 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그즈음 미세먼지가 심해질 때라 금요일 아침부터 목이 아프다는 생각을 조금 했는데 그날 오후부터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리고 출근을 해서 몇 시간 수업을 계속했다. 몇 시간을 쉬는 시간 없이 수업을 하고 나면 목이 아프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 힘들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왠지 예감이 좋지 않았다.



그날 저녁을 먹고 아이를 재우고 계속 목이 아파서 약을 찾으러 다녔다. 집에 있던 상비약을 먹고 내일 아침에는 괜찮아지길 바랐다. 잠들기 전 소금을 물에 타서 가글을 했다. 그러나 자는 내내 밤새도록 목이 아팠다. 눈뜨자마자 병원을 가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말에 병원에 다녀왔다. 꽃피고 날씨 좋은 주말 병원행이라니... 아쉬웠다. 주말이라 이비인후과에 갈 수 있을까 전화해 보니 한 시간 반을 대기해야 한대서 아이가 다니는 병원에 가서 빠르게 진료를 보았다. 목에 빨갛게 염증이 생기고 핏덩어리가 생겼다고 했다. 주사를 맞고 나왔다. 목감기도 감기니까 일주일만 견디면 된다.








주사를 맞고 약을 먹고 때마다 가글을 했더니 목 상태가 한결 좋아졌다. 덕분애 주말을 푹 쉬었다. 아픈 날들 중간에 공휴일이 있어서 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제 조금만 더 견디면 되는데... 이제 콧물이 나오기 시작한다. 코가 막혀서 잠을 잘 수가 없다. 콧속은 답답하고 아니면 줄줄 흐르거나... 아... 이제 코감기 시작인가.



다시 병원에 갔다. 진료를 보고 약을 받아온다. 얼마나 좋은 약을 지어주셨길래 약값이 평소 2~3배로 나왔다. 약값이 밥값만큼 나왔다. 그래도 약을 먹고 빨리 낫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약을 털어먹고 카페로 왔다. 커피가 마시고 싶은데 약을 먹고 바로 커피를 마실 없어서 청귤차를 주문했다. 카페에서 커피 이외의 메뉴를 시켜보기는 몇 년 만인 것 같다.



그렇게 일주일 또 다시 일주일이 지나서야 콧물이 멈추고, 목 아픈 것도 멈추고 원래의 상태로 돌아왔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정신없는 3월, 아픈 4월이 지나갔다. 겨우 두 달... 아니 마치 두 달이라는 시간을 되돌아보니 쏜살같이 지나가버려서 놀랄 지경이다. 그 시간 동안 오랜만에 시작하는 일의 새로움과 낯섦, 설렘은 조금씩 사라졌다. 그리고 이제는 일이 조금 익숙해졌고 전반적인 부분이 파악되었다. 게다가 그 상황에 맞춰서 가족이나 일상도 조금씩 변했으며 이제는 모든 것은 안정되었다.




그렇게 오늘 5월을 맞이했다. 첫날부터 근로자의 날인데 쉬지 못해 아쉽지만 5월은 대체공휴일, 석가탄신일(스승의 날) 쉬는 날이 많아서 괜찮다. 솔직히 말하면 일을 시작하기 전엔 빨간 날 즉 공휴일이 싫었는데 지금은 (당연히) 너무 좋다. 한 달에 한 번도 감사하고 마음 같아선 두 번씩 꼭꼭 있으면 좋겠다. 사람 마음이 이렇게 간사하다니...



두 달의 시간이 지난 후에도 다행인 건 여전히 출근길은 즐겁다는 것이고, 퇴근길은 정말 신난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도 좋고, 그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내게 천직 같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다시 일을 시작한 덕분에 내가 무엇이 부족함도 알게 되고 노력하고 있다. 어쩌면 이렇게 잘 맞는 일을 시작하지 않았으면 어쨌나 싶어진다.  




지금의 열정이 끝까지 가길 바라며...  

근로자의 날, 출근하기 전에 이 글을 남겨본다.







사진 출처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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