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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May 13. 2024

걱정보다 출근

월요일 아침이다. 주말의 여유와 즐거움은 사라진 모두가 월요병에 걸린다는 그날이다. 나 역시도 출근해야 하는 날이다.



일을 시작한 지 벌써 두 달이 넘었다.  처음과 달리 이제는 일을 하러 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리고 이제는 일이 익숙해졌다. 이제는 몸이 하루하루의 루틴을 알고 움직이는 것 같다. 너무도 자연스럽다. 잘 적응해서 다행이다.



두 번째 월급을 받았다는 사실은 출근을 더욱 신나게 만들어준다. 문재는 월급을 받은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다음 달 월급이 기다려지는 것을 보면,  직장인에게 매달 들어오는 월급은 기쁨 그 자체인 것 같다. 일하는 시간이 적으니 당연히 월급은 적지만, 적게 일하는 것만큼 스트레스도 적다. 일하는 시간, 많이 받는 월급 역시 그것과 스트레스는 비례하는 걸까? 아무튼 현시점까진, 여전히 일의 만족도가 높다. 어쩜 이렇게 나에게 딱 맞는 일을 구한 걸까 하고 스스로를 칭찬하게 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제일 좋은 것은 따로 있었다.







내게 일을 하러 가는 일은 마음의 안정을 찾아 떠나는 것과 같았다.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말인가! 보통은 월요병에 아니면 출근대신 퇴사를 꿈꾸는 판에!



며칠 전의 나는 , 지난주의 나는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몹시도 불안했다. 그래서 깨어있는 내내 그 생각에 사로 잡혀 있었고, 물론 잠들기도 어렵고 , 잠에서 잠깐이라도 깨어나면 다시 생각이 나서 너무 괴로웠다.



분명히 남들에게 작은 고민이겠지만, 나는 작은 고민도 아주 거대하게 만드는 몹쓸 병이 있는 사람이라 그 고민의 몸집은 내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점점 몸을 부풀어갔다. 어디선가 들은 말이 딱 맞다. 이렇게 고민을 한다고 고민이 없어지면 아마 나는 고민이 하나도 없을 텐데...



암튼 인간이 이런 자잘한 고민으로 이렇게 괴롭게 살아간다면 대체 며칠이나 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괴로웠던 날들이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나는 출근을 해야 했으니까, 출근해서 일에 집중해야 했으니까 잠시나마 고민을 멈출 수 있었다. 



정말로 신기하게도 일하는 순간만큼은, 출근해서 자리에 딱 앉는 순간부터 고민이 한큐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왜 일 중독의 사람들이 생겨난 건지... 이전에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 왜 그렇게 일을 열심히 하는 거냐며 이해해하지 못했는데, 막상 경험해 보니 차라리 일을 하는 것이 마음이 편했기 때문이다.



출근을 하고, 수업을 준비하고, 수업을 하는 동안만큼은 그 고민으로부터, 수많은 생각으로부터, 그로 인한 괴로움으로부터 자유로웠던 것이다.



 일을 겪은 후로는 일이 더 좋아졌다.





일 & 랩탑 & 커피





겨우 두 달 조금 넘게 일한 시점이지만 여전히 출근길은 늘 기분이 좋다. 물론 평소의 컨디션은 늘 저조한 데에 비해 출근 전까지 충분한 휴식을 통해, 최고의 컨디션으로 일하러 가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긴 하다.



그렇게 쌩쌩한 상태로 일을 가면 일할 맛이 난다. 수업을 해도 크게 지치지 않는다. 수업하는 내내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 할 수 있고, 사실 그 순간만큼은 내 자식보다 가르치는 그 아이들이 훨씬 예쁘게만 보인다. 귀염둥이들♥








두 달 전... 아니 그전부터 조금씩 진지하게 병원에 가볼까 생각할 정도로 기분이 점점 가라앉고 있다고 느낄 때가 가끔 있었다. 일상이 무기력한 것은 물론 점점 정리되지 않는 집안상태, 게다가 물건을 비워내는 미니멀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순간이 온 시점이었다.



그때 운동을 시작했었다. 운동을 하고 걷고 햇빛을 쬐고 등의 규칙적인 생활은 조금씩 나아지게 만들어줬다. 그러나 그것도 어느 순간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지난가을 교통사고가 나며 한참 운동도 가지 못하니 몸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우울감이 더 심해졌던 것 같다.



그러다 우연히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 후로 일을 하는 것은 마치 그동안 가라앉아있던 세포로 하나씩 하나씩 끌어올려주는 기분이었다. 적어도 그 후로는 내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느낌과 여전히 나는 이 세상에 쓸모가 있다. 그러한 감정들을 느끼곤 했으니 말이다.



어쩌면 나에겐 운동보다 일이 더 적합한 사람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생각과 고민이 깊어지는 날. 그런 날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불쑥 찾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 날은 일부러 출근을 더 일찍 하기도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던 생각을 재빨리 멈추고 빠르게 준비해서 일터로 나간다.



재밌게도 그런 날은 일찍 출근한 직원이 예뻐서라도 달콤한 커피 한 잔과 빵이 서비스로 돌아오기도 한다. 일거양득의 효과까지! 그러니 일이 더 즐겁기도 한 거겠지?



고민과 생각은 잠깐 멈춘 채로, 당근을 받아먹는 살찐 토끼가 된 채로 내 마음은 안정이 돼 간다.

일을 하는 기쁨이, 출근길의 신남이 그리고 지금의 이 마음이 오래도록 유지되면 좋겠다. 계속 계속...








사진 출처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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