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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Apr 27. 2024

두껍아 두껍아 내게 집을 다오.

지난 겨울에 한참을 즐겨보던 미국드라마가 있었다. 미국드라마도 재밌었지만 그 드라마에 주인공이 사는 집이 정말 마음에 쏙 들었다. '바로 저 집이야!' 갈색 벽이 고급져 보이던,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던 그 집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다이어리에 그 집의 그림을 그려놓고 해외에 가게 되면 꼭 이런 집에 사야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냥 그 집의 가격을 생각도 안 해봤다는 것이다. 그래도 '미국의 시골이라면 서울 집 가격보다는 싸지 않겠어?'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단지 그 집의 규모나 외관의 생김새가 마음에 들어서였기 때문에 간단히 생각했는데 오늘에서야 나의 생각이 얼마나 얼토당토 않은 것이었던 것인지, 현실불가능한 생각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오늘 유튜브로 무엇을 볼까 하다가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그 중에 미국에 사는 사람들이 집을 구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가장 집이 비싼 곳이 1위 뉴욕, 2위 샌프란시스코, 3위 보스턴이었다. 그중에 3위인 보스턴의 집이 나오게 되었는데 굉장히 비쌌다. 집 값이 무려 56억 이랬으니까. 그도 그럴 것이 집의 위치가 보스턴인 데다가 집에 방이 5칸, 화장실이 6칸인 집이었다. 특히 화장실이 6칸인것은 참 의아스러웠다. 방이 5칸이니 3칸만 있으면 한 50억...아니 45억으로 줄어들었으려나?(이 가격 실화입니까?)



이전에 내가 미국에서 살던 곳은 뉴욕의 옆동네였다. 긴 다리를 하나 건너가면 되는 곳이었는데 분명 그 정도로 비싼 집이 있긴 했지만 또 어떤 곳은 그 정도로 비싸진 않았다. 내가 다시 외국에 가서 살게 되면 사고 싶은 집도 방이 5개, 화장실이 6개나 되는 곳도 아니었다. 그렇다 치면 방이 3개에서 4개, 화장실은 2개에서 3개 정도... 그런데 현재 보스턴 집 값을 보니, 지금은 그곳의 집 가격도 많이 올랐을거라 생각하니 막막해졌다.  

 


아무튼 해외에서 집을 사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구나 생각했다. 역시 그곳도 돈이 겁나 많이(!) 필요하구나 싶어서 조금 우울해졌다.




이런 비슷한 느낌의 집이었다.







지금 제주의 집은 마치 외국의 집 같기도 하다. 2층 집에다가 창고도 따로 있고,  정원도 꽤 넓고 정원에 연못도 있는데다가  뒤쪽 정원에는 텃밭도 있다. 집의 내부는 거실+부엌이 하나긴 하지만 거실이 정말 넓고, 방이 위아래로 2개,  거실 1개, 화장실이 3개나 있는 구조이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집보다 훨씬 싸다. 물론 수년 전 가격이라 지금은 변동이 있을 테지만 그래봤자..



그래서 마음을 바꿔먹기로 했다. 나는 항상 내가 살던 집은 그러니까 결혼 후에는 계속 남의 명의인 집에 살았으므로 내 집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집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집주인'이라고 적혀있는 번호로 연락을  하다보면 집주인은 내가 절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무튼 그래서 내 집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제주 집은 넓고, 조용하고, 2층이기도 하고 , 정원도 있고.... 이 정도면 사실 외국에 있는 집에 비해 손색없는 집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이곳에 사는 동안만큼은 이 집을 내 집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거의 2년 반을 사는동안 내 집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제 와서, 이정도로 생각한 후에야 실은 떠날때가 가까워져 와서야 내 집이라고 부르고 싶어진 것이다.









우리 집은 방은 2개, 화장실은 3개, 거실이 2개, 앞 뒤 정원과 층 위아래로 테라스도 있다. 물론 정원에는 주차하는 용도로 주로 고 있고 테라스는 빨래를 말리거나, 고양이 밥 주는 곳이 다여서.. 그래서 다음번 집은 정원도 테라스도 필요 없겠다 싶어지지만, 갑자기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집이다 생각하니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는것이다.




나는 가끔 아주 긍정적이고 대부분의 날들은 조금 부정적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이러한 사소하게 바뀌는 생각들이 때때로 나를 최고의 긍정인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앞으로도 이러한 작은 생각들이 모여서 내 생각을 바꿔줄 수 있다면 미래의 나는 99%의 긍정의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상상만해도  기대가 된다.



마치 오늘은 진짜 우리 집이 생긴것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오늘이다. 마음을 편안히 가져보자.










(물론 그렇다고 미래의 우리 집에 대한 꿈을 버리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말하는 바이다)




미국 집을 찾다가 이런 집을 봤는데 아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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