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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Jun 18. 2024

고작 100일 만에 이러기야?


월요병인가? 아... 출근하는 날이네, 가기 싫다...



뭐라고? 응? 가기 싫다고? What? 너 출근한 지 며칠이나 되었는데?



고작 출근한 지 100일이 겨우 지난 시점이었다. 그렇게 즐거운 발걸음으로 달려가는 곳이었는데, 출근시간보다도 최소 30분, 한 시간씩을 미리 가서 일을 시작하고는 했는데 그 기쁨의 끝은 고작 100일 만이었던 걸까?









월요일 아침에 알람소리에 잠에서 깨었는데 몸이 유난히 무거웠다. 원래 평소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말 중에 하루는 무조건 집에서 있었어야 하는데 이틀연속 밖으로 나갔던 것이 화근이었다. 주말 하루는 과음을 했고, 하루는 과열이었다. 술과 더위... 주말의 그 둘은 마치 주말에도 특근한 기분을 만들어주었다.

 



몸이 그래서 그랬을까? 처음으로 출근이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꼬박 100일을 아니, 고작 100일을 출근하고는 이런 마음이 들다니 참으로 한심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출근을 했다. 내가 뭐라고, 일을 별로 가고 싶지 않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당장 일을 그만둔다는 것은 절대 아니었으니까.  출근을 해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준비해 온 수업을 몇 시간 연속으로 강의하고, 지난주 빠졌던 아이의 보강까지 마쳤다. 퇴근이다!



사소한 출근답게 퇴근이 빨라서 참 좋았다. 그런데 목이 정말 아프다. 오늘 말을 많이 했나? 평소 모든 수업이 끝직후엔 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특히 몇 시간을 쉼 없이 수업을 하다 보면 목 컨디션이 유난히 안 좋은 날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 그것도 어느 정도 적응된 상황이었다. 어제는 뭐가 특별히 다른 날보다 열정적이었을까?



마치 그 느낌은 여기서 말을 많이 하면 목소리가 나오지 않겠군, 혹은 목감기가 오겠군 하는 상태였다. 비상이다! 고작 월요일인데?








퇴근을 하는 중에는 영어 라디오를 듣는다. 그리고 머릿속엔 집에서 해야 할 일을 시뮬레이션으로 돌려본다. 일단 가서 밥을 차려야 한다. 오늘 저녁 반찬을 뭐로 차리려고 했더라? 그리고 저녁 식사 전이나 후로는 아이가 하고 있는 공부를 봐줘야 했고, 잠시 쉰 후에 아이를 씻기고 재워야 했다. 평일의 저녁,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2~3시간뿐이기 때문이다.



어느덧 차가 집에 도착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몸도 목도 힘들다. 차에서 내리고 싶지 않았다. 직장에서의 퇴근 다시 집으로의 출근... 말로만 듣던 워킹맘의 삶이 바로 이거였구나?



보통 때는 현관문을 들어서면 가방을 내려놓고 바로 손을 씻으러 간다. 그러나 어제는 소파에 풀썩 누워버렸다. 엄마가 퇴근하길 기다리며 조용히 앉아 혼자 공부를 하고 있던 아이가 의아한 눈으로 쳐다본다. 엄마에게 무슨 일이 있냐, 몸이 아프냐 물어본다.



"아니, 엄마가 오늘 조금 힘들어서"



몸도 마음도 힘든 날은 그냥 맥주 한 캔 마시며 피로를 털어버리면 되는데 주말에 마신 과음이 생각나 그러지도 못했다. 아쉽다...








그렇다고 출근이 하기 싫은 것이 아니다. 절대 아니다. 분명 어떤 의미에서 출근은 내게 새로운 활력소였기 때문이다.



현재 내게는 엄마의 일과, 직장인의 일과, 작가의 일 세 가지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고 있다. 처음은 엄마였고 그 후에는 오랫동안 꿈꿔온 작가였고 그리고 그 두 가지 사이에서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았을 때, 나는 거기에 '진짜 직업' 한 가지를 추가했다.



진짜 직업을 추가했을 때 사소한 출근이 아니라 현실 출근이 되었다면 지금의 삶 확 달라졌을 텐데, 다행히도 기존의 일에 크게 영향이 가지 않았다. 사실은 그래서 좋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 오랫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한꺼번에 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니까.



그래 어떤 것이 본캐인지, 부캐인지 모를 그 세 가지 일을 빈틈없이 모든 것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100일이라는 시간 동안 모든 것이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 일상은 세 가지  외에는 다른 것엔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으니...



그러나 100일 후의 오늘은 세 가지 다 무엇하나 잘하고 있는 것이 없어서 괴롭다.  분명 잘 해내고 싶은데, 잘하고 싶었는데 또 행동보다 마음이 앞섰구나 자책하게 된다.




이런 날도 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진 꿈과 희망 그리고 행운까지 지금 내 손안에 잘 담겨있으니, 잘 다독여본다. 앞으로의 100일, 300일 그보다 더 많은 날들을, 이 세 가지 일을 잘 구슬리며 잘 해내보자 다짐해 본다.




 By 지향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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