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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Oct 23. 2024

정리수납 어린이 2

자꾸만 눈이 감겼다. 아... 지금은 조금 더 잘 시간인데... 오늘은 정리수납 클래스의 네 번째 날이다. 그런데 자꾸만 졸리고 눈이 아프다. 정신 차려야 하는데 큰일이다.



아이들이 수업 중에 하품을 하거나 졸려하면 '내 수업이 재미없나?' '너무 지루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에서야 알았다. 선생님 수업이 아무리 유익하고 알차도 내가 피곤하면 졸린다는 사실.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 그런지 아침에 수업만 들어가면 이렇게 졸리다.  



정리수납 클래스에 들어가 겨우 30분 정도를 들은 직후였다. 그래도 아침잠을 이기고 온 클래스니까 열심히 들어야만 한다!  오늘은 어떤 내용을 배우게 될까 기대가 되었다.




 





선생님은 지난 시간 배운 내용에 대해 몇 가지 질문하셨다. 한 주가 휴강이었어서 겨우 2주가 흘렀을 뿐인데 배웠던 내용이 생각나지 않고, 알쏭달쏭한 것이 참 바보 같았다.



오늘은 주방정리 수납에 대해 배우는 날이었다. 주방도구를 수납하는 법, 주방 도구 관리법에 대해 자세하게 배울 수 있었다.



클래스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집 주방에는 뭐가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들며 자연스럽게 주방의 그릇, 도구 하나하나가 떠오른다.



주방이라... 워낙 컵, 그릇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집에 차고 넘칠 것 같겠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남들보다 컵이 조금 많은 것 같진 하지만 쓰는 컵이 70% 정도이고 나머지만 보관되어 있으니 정리할 것도 없다. 요즘은 지저분해진 그릇도 정리 중이다. 그냥 화이트 그릇인데 얼룩덜룩... 모든 것이 열심히 쓴 것 같아서 뿌듯하다.



냄비도 딱 쓰는 것 3개, 그리고 프라이팬도 3개(소, 중, 대) 딱 사용하는 것만 있으니 보관하는 장소가 부족하지 않았다. 심지어 텀블러도 없고 도시락용 기도 한 개뿐이니 더 정리할 것이 크게 없었다.



주방도구의 수납력은 딱 좋았다.



그런데 주방 도구의 관리법을 배울 때는 달랐다. 그것들의 관리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그중에 사용하고 있던 밀폐용기가 인상적이었다. 사실 한번 밀폐용기를 사면 큰 변수가 없는 이상 쭈욱 쓰는 편이었는데 그렇게 오래 쓰면 안 된다고 했다. 게다가 전자레인지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사용하면 몸에 좋지 않으니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아무래도 앞으로 밀폐용기는 적당교체해 줘 야 할 것 같다.  




그러니까 모든 물건에는 사용기한이 있으니 그것을 기억하고 주기적으로 바꿔줘야 했다. 밀폐용기라던지, 한 번씩 바꿔 도마라던지, 코팅이 벗겨진 프라이팬 등을 시기마다  바꿔줘야 하는 습관이 필요했던 것이다. 특히 현재 사용하는 것 중에 나무로 된 조리도구는 세균이 반색하기 쉬우니 다른 소재로 된 조리도구를 구매해 사용해야겠다고도 생각했다.  




정리수납 클래스를 들어보니 정리 수납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살림에 꼭 필요했던 관리방법까지 알게 되니 참 유용한 것 같다.








오늘은 처음으로 숙제가 있는 날이었다. 숙제... 어른이 되어하는 숙제는 반갑지가 다. 다행히도 선생님께서 우리들의 마음을 아셨는지 아주 간단하게 내주셨다. 오늘은 주방 정리에 대해서 배웠으니 주방 전체가 아니라 주방 한 부분만 정리해서 오라고 하셨다.



그래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한 일은 숙제였다. 왜냐면 기억력이 이렇게 좋지 않으니, 분명 내일이 되면 또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심지어는 숙제가 있었는지도 까먹을 것 같아서였다.



일단 주방에서 가장 지저분한 수납장을 열었다. 3단으로 된 장이다. 맨 위칸에는 스푼, 포크, 젓가락, 나이프류가 정리되어 있고 두 번째 칸에는 종이포일, 랩, 일회용 비닐 그러한 것들이 정리되어 있다.  그리고 세 번째 칸에는 일회용 식기류, 행주, 엄청난 비닐이 들어있었다.



이 세 칸 모두 분명 그런 것들이 칸마다 들어있긴 하지만 혼돈의 카오스 상태였는데 이번 정리과정을 통해 새롭게 거듭났다. 일단 카테고리에 맞지 않거나,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은 모두 버렸고, 남은 것들은 잘 정리해 놓았다. 이곳은 거의 내가 사용하니 앞으로 나만 정신 차린다면 이것들의 자리는 이대로 쭉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서랍을 찍어봤는데 정리 전의 상태가 마치 내 현상태를 나타내는 것 같아서 무서웠다.




두번째 서랍 정리 전
정리 후



정리된 후의 모습을 보니 마음도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도 잘 유지시켜 나가야지!




집에 오자마자 주방의 장을 정리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본 남편은 "정리 수납 클래스를 들은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군"라고 말하고는 지나갔다. 그도 그럴 듯이 숙제로 서랍장 한 곳만 정리하려고 했는데 뒤이어 위, 아래 세 곳의 서랍과 그 주위 서랍까지 모두 정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리수납 클래스를 들은 효과는 생각보다 강력했다. 보통 저녁을 먹고 보통은 누워있는데 오늘은 어디서 호랑이 기운이 솟아났는지 집안의 다른 곳까지 뒤지며 집을 치우기 시작했다. 심지어 저녁엔 2층에 올라가는 일은 가뭄에 콩 나는 일과 같은데 올라갔다. 그리고 무려 그전에 이미 널브러져 있던 여름옷들과 가을 옷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전부터 그랬다. 매일 조금씩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마음먹고 마음먹은 날. 그런 날 집안을 모두 뒤지고 다니며 집을 정리했던 것 같다. 그래서 집 정리가 어려웠다. 그 마음먹기가 어려웠던 탓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은 정리수납 클래스를 들은 날이라 더 열정적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한 번에 정리하다가는 또 금방 흥미를 잃을 것이 분명하니까 적당히, 자주 정리 정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은 이렇게 대대적으로 정리하고 수납하고 하는 것이 아니라 늘 그대로인 자리가 있어서 물건이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계속 제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최고인 것 같다.



오늘의 서랍정리를 곱씹어본다. 앞으로는 정리된 그대로 유지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조금씩 노력해 봐야겠다.



앞으로의 정리수납 클래스 수업도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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