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날씨, 노랗고 빨갛게 익어가는 단풍, 정원에서 주황색으로 하나둘씩 익어가는 감을 보니 바야흐로 가을이다. 다시 소풍의 계절이 되었다.
아이 학교에서는 올해 봄에는 소풍을 세 번이나 갔는데 가을에는 한 번만 간다고 했다. 그러니까 봄엔 소풍 도시락을 세 번이나 만들었고 가을엔 한 번만 만들어도 되는 것이다.
그렇게 오늘은 가을 소풍의 김밥을 싸는 날이다. 김밥은 엄마 김밥이 최고인데 이제 내가 엄마가 되었으니 직접 만들어야 한다. 김밥 만들기는 재료만 잘 준비되면 별로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이는데 평소보다 한 시간 아니 한 시간 반은 서둘러 일어나야 한다. 그것도 모자라 전날에 당근이라도 미리 썰어두어야 했다.
일찍 자야 내일 빨리 일어날 텐데 또 늦게 잠들고 말았다. 아침 해가 뜰 무렵 들리는 알람 소리에 간신히 몸을 일으켜 일어났다. 곧장 냉장고로 가서 필요한 재료를 모두 챙겨 식탁에 올려놓는다.
먼저 그중에 오이를 가져와 깨끗하게 씻는다. 그리고 껍질을 벗기고 잘 썰어서 소금 간을 해놓는다. 그다음은 계란이다. 계란을 깨트려 풀어놓고 프라이팬에 계란을 올려 지단을 만든다. 그다음 김밥 패키지(올인원)에서 햄, 맛살을 꺼내 자른다. 그리고 함께 들어있는 우엉과 단무지의 물을 꼭꼭 짜내어 채반에 받쳐 놓는다. 그 후에 햄과 맛살을 한번 가볍게 익히고 마지막으로 어제 썰어놓은 당근까지 볶으면 완성이다.
아, 잊을뻔했다. 밥솥에서 한가득 밥을 퍼 꺼내어놓고 거기에 소금, 참기름, 깨를 잘 섞어서 준비해 놓아야 한다.
글로는 겨우 세 줄짜리 재료를 준비하느라 40분이 족히 걸렸다.
오늘 어른들을 위한 김밥으로 치즈와 참치(기름 빼놓고 마요네즈 추가)도 준비해 두었다. 그랬더니 시간이 더 오래 걸린 듯하다.
김밥에 들어갈 7가지 재료
가장 먼저 아이 소풍 도시락에 넣을 꼬마 김밥부터 쌌다. 겨우 손바닥만 한 김밥의 양을 싸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꼬마 김밥을 작게 자르고 도시락에 차곡차곡 넣는다. 그리고 그 옆칸을 채울 과일도 잘 손질해 넣는다. 오늘은 문어 소시지를 만들까 말까 고민하다 얼마 전 사온 '도시락용 김 펀칭기'를 써볼 겸 만들어본다. 하트 눈이 매력적인 문어소시지도 완성이다.
휴... 이제야 끝났다.
간신히 아이 학교 갈 시간에 맞춰 도시락을 쌀 수 있었다. 그래도 이번 가을 소풍 도시락은 만들기 수월했다. 지난봄소풍에는 아이가 친구 도시락을 보고 캐릭터 도시락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정말 진땀을 뺐다.
엘머도시락과 꽃소시지
그런데 소풍날 아침 아쉽게도 비가 내린다. 그러나 비가 내려도 소풍에 간다고 했다. 게다가 오름도 올라간다고 했다. 아이들이 소풍 장소에 도착하기 전 빨리 비가 멈추고 해가 뜨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아이를 등교시키고 다시 김밥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어른들이 먹을 김밥이다. 김밥에 치즈도 참치도 넣는다. 그리고 남은 재료를 몽땅 넣어 김밥이 제대로 뚱뚱해졌다. 그리고 김밥과 함께 먹을 계란국도 끓인다.
어릴 적 엄마가 김밥을 만들면 우리는 그 옆에서 아침으로 김밥을 먹었다. 그때 엄마는 꼭 시원한 김칫국을 함께 끓여주셨다. 김칫국과 김밥의 조화는 환상이었다.
이제는 내가 커서 내 아이를 위한 김밥을 싼다. 김밥을 돌돌 말고, 그것을 잘라 한입 한입 먹을 때마다 어릴 적 엄마가 김밥 만들던 날이 생각난다. 그 김밥을 이렇게 자주 그리워할 줄 알았다면 엄마 옆에 있을 때 더 먹어둘걸 그랬다. 육지는 김밥을 먹으러 가기엔 너무 멀다. 그래도 하늘보다는 가까워 다행이다. 다음에 제주에 엄마가 오시면 이번에는 내가 김밥을 싸드려야지 생각한다.
오늘은 아이가 소풍에 잘 다녀왔으면 좋겠다. 맛있는 김밥을 먹고 훗날 그 김밥을 떠올려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