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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6시간전

매운 것이 당기는 날

아주아주 매운 떡볶이가 당기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냉동실에 소분해서 보관해 놓은 떡볶이를 꺼내서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정말 매운 떡볶이니까 추가로 계란도 삶고, 소시지도 몇 개 더 넣고, 핫도그도 하나 전자레인지에 돌려 준비해 놓는다. 그것도 모자랄 것 같으면 위에 모짜렐라 치즈를 올린다. 그리고 단무지도 쿨피스까지 준비해 놓으면 모든 준비가 끝난다.



보고 싶은 드라마를 켜놓고 떡볶이를 하나 입에 넣어본다. 혀가 얼얼해지는 이 매운! 최고야! 떡볶이를 먹다가 매우면 단무지도 먹고 계란도 부셔먹고 핫도그도 찍어먹으며 매운 속을 달래준다. 그리고 쿨피스로 입가심을 해주며 먹다 보면 생겼스트레스각 사라지는 순간이 온다.




그러니 언제라도 냉장고에서 떡볶이가 떨어지는 날이 없는 것이다. 그렇게 철저하게 냉동실 떡볶이를 관리하며 지내던 나였는데 최근 냉장고에서 떡볶이가 떨어져 버렸다.



며칠 전 큰맘 먹고 떡볶이를 사러 가려고 했는데 하필 떡볶이 매장 레이크 타임에 딱 걸려버렸다. 그날도 결국 떡볶이를 못 사 온 채 돌아오고 말았고 크게 상심했다. 무조건 떡볶이를 먹어야 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사실은 집에 평범한 떡볶이 키트가 하나 있긴 하다. 그런데 아주 무시무시하게 매운 떡볶이가 먹고 싶은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그냥 눈감고 지켜만 보고 있는 중이다.



매운 떡볶이가 당기는 날은 너무 뻔하다. 스트레스가 하늘을 찌르는 날. 그러나 떡볶이는 없으니 아주 달콤한 핫초코를 타서 마셔본다. 와... 달다. 단 것을 먹어도 스트레스가 풀리긴 하는데, 오늘은 당충전은 제대로 하긴 했지만 아직 기분이 나아진 지는 모르겠다.



아, 이럴 때는 극강의 매운맛을 먹으면 그냥 바로 게임오버인데!!!








오늘 아침 냉장고를 열어 하염없이 째려보고 있다. 대체 무얼 만들어 먹어야 맛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스트레스도 풀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한다.



그렇게 냉장고를 매의 눈으로 보다가, 극강의 매운맛을 집에 있는 재료로 만들어야지 하고 생각해 낸 것이 땡초어묵김밥이다.



냉동실에는 청양고추가 가득하다. 지난여름 엄마가 매운 고추를 많이 주셔서 냉장고에 가득 얼려놓았기 때문이다. 내가 만든 많은 요리에는 고추를 듬뿍 넣어먹는 편이다. 된장국이고 김치찌개고 청양고추를 넣으면 맛이 확 살아나는 기분이랄까? 암튼 지난여름 엄마가 청양고추를 따서 처치곤란해하길래  내게 라고 했다. 그래서 많이 가져왔는데 그 후로 자주 꺼내 먹다 보니 이제 그렇게 많이 남지는 않았다.



일단 냉장고에서 어묵과 청양고추를 꺼냈다. 그리고 어묵을 길게 잘랐다. 그리고 청양고추를 다졌다. 그리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마늘을 조금 넣고 어묵을 볶다가 청양고추를 넣았다. 그 위에 간장, 고춧가루, 알룰로스로 양념을 해줬다.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오늘의 메인재료가 만들어졌다.



밥솥에서 밥을 꺼내 참기름, 소금, 깨를 넣고 밥 양념을 해둔다. 그리고 김도 함께 준비해 둔다. 이제 나무도마 위에 김발을 올리고 김밥을 말면 끝이다.



참고로 땡고추김밥에 단무지나 계란을 넣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은 생략하기로 한다. 대신 더 맛있게 먹을 마요네즈를 소스로 준비했다.








소박한 땡초김밥 완성!




겨우 고추어묵만 들어간 김밥이 완성되었다. 김밥은 언제 먹어도 맛있지만 오늘 만든 김밥은 더욱 맛있다. 매콤한 재료가 들어간 김밥은 입맛을 돋아주는 별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운 것을 먹다 보면 또 모든 것을 잊게 되니 스트레스도 저절로 사라지는 기분이다.




워낙 매운 것을 즐기는 터라 청양고추가 듬뿍 들어갔지만 맛있게 맵다. 매운 것이 평범해질 즈음에는 마요네즈를 콕 찍어먹는다. 그러면 또 새로운 맛으로 먹을 수 있다. 아무래도 이 땡초어묵김밥은 매운 것을 즐기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아무 오래전 사회초년시절에 야근을 할 때면 종종 김밥을 주문해서 먹고는 했다. 매운 멸추김밥은 내 단골 메뉴였다. 고추와 멸치가 들어간 김밥은 정말로 매웠다. 한입 한 입 먹을 때마다 눈물이 찔끔 났는데 그래도 그 김밥을 먹고 난 후의 야근은 그럭저럭 할만했다.



때때로 생각나던 매운 멸추김밥 사실 그것보다 땡초어묵김밥은 훨씬 덜 매운 기분이다. 그래도 집밥이니 더 건강하고 맛있는 기분이 든다.



오늘 만든 땡초어묵김밥을 먹으며 다음에 만들어 먹어볼 매운 음식을 떠올려본다. 다음엔 뭘 만들어 먹어볼까? 어떤 매운 음식이 맛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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