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12월이 되자마자 아니 12월이 채 되기도 전에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기운이 가득하다.
오랜만에 다이소에 갔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그곳엔 크리스마스 용품들이 한가득 판매 중이다. 반짝반짝 아니 번쩍번쩍 빨갛고 초록색의 장식품들이 나를 유혹한다. 귀여운 소품부터 화려한 장식까지 엄청나게 많다. 게다가 제품에 비해 가격도 참 저렴하다. 오랜만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쇼핑해볼까 해서 한참을 둘러보았다.
내게는 집 앞에 달아놓을 수 있는 아주 오래된 장식이 하나 있다(물론 내가 산 것이 아니다) 그저 가지고 있는 크리스마스 장식이니 매년 집 앞에 달아놓는다. 그런데 내가 산 것도 아니고, 맘에 들지도 않으니 매년 바꾸고 싶다. 이것저것 구경했지만 내 맘에 백 프로 만족스러운 장식은 없었다. 올해도 바꾸긴 글렀다.
집에 와서 크리스마스트리를 꺼냈다. 제주 집과 너무 어울리지 않는 트리이다. 분명 이전 집에서는 찰떡같이 어울렸는데 참 이상하다. 그렇다고 새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음 트리는 꼭 180cm의 심플한 디자인으로 골라야지 생각만 해본다.
트리를 설치한 후 집안을 장식할 크리스마스 용품도꺼내본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문 앞 장식도 꺼내서 걸어놓았다. 작년에 분명 바람에 날아가 사라질뻔했는데 용케도 여전히 버티고 있다.언젠가 진짜 마음에 드는 것이 나타나면 새것으로 바꿀 테다 벼르는 중이다.
몇 해 전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갔던 적이 있다. 그때새로운 집 꾸미기에 열정적일 때가 있었다. 그때가 벌써 2019년이니 5년이나 되었다. 그때 샀던 크리스마스 컵과 작은 그릇, 소품들은 지금까지 매년 크리스마스 소품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그 이후로는 아무리 갖고 싶어도, 새로운 것이 나와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당시 한꺼번에 많이 구매하긴 했지만 그 덕분에 여태껏 매년 마음에 드는 소품들을 꺼내 크리스마스를 장식하고 있다. 되려 잘된 일이다.
집안에 장식된 크리스마스 용품
한번 나에게 온 물건은 쉽게 나를 떠날 수가 없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장식도 매년 나와 함께 한다.
그러니까 반드시 내가 마음에 드는 물건으로만 채워지는 곳이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어울리는 다음 집에 가면 그때는 새로운 장식을 몇 개 더 골라봐야겠다.
내가 어릴 적 부모님은 '특별한 날'에 대해서 관심이 없으셨다. 어린 나에게는 생일,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등등 특별한 날이 너무도 많았는데 말이다. 그저 별일 아닌 듯이, 그날이 뭐 그리 특별한 날이냐는 듯이 넘어가는 것이 싫었다. 정말 아쉬웠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먹고, 아이를 낳아보니 그날이 그렇게 엄청나게 중요한 날이 아닌 것을 조금 알게 되긴 했다. 그래도 여전히 나에게는 특별한 날이긴 하다. 하여 아주 조금은 다르게 보내고 싶다. 어렸을 적처럼 그렇게 호들갑 떠는 날은 아니더라도 그래도 여전히 조금은 스페셜하게 보내고 싶다.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에는 달콤한 케이크를 주문해 놓는다던지, 그날을 맞이해서 집안 곳곳을 장식한다던지, 어린이날이나 생일에 뭘 하면 좋을지 함께 계획해 본다던지 그러한 사소한 것들 말이다.
엄청나게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갖고 있는 트리를 꺼내 장식하고,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조금 올려놓고,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누구를 위하여 크리스마스를 장식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저 그것은 나를 위해 하는 것이다. 나에겐 분명 특별한 하루가 틀림없으니까. 올해도 적당히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