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 또 여행갈 수 있을까?
행복점수 : 8점
철웅) 우ㅊ리끼리 또 여행갈 수 있을까?
철웅) 우리끼리 또 여행갈 수 있을까?
“용재야, 너 또 맞냐?”
“그러는 너는 왜 또 맞고 있냐?”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을 되돌아 보면, 정말 줄기차게 맞았던 기억밖에 없다. 차가운 복도에 大자로 달라붙어 엉덩이를 맞고 있으면, 어김없이 같은 반 이었던 ‘안철웅’도 옆에 와서 함께 맞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렇게 맞았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 지각해서 맞고, 시끄러워서 맞고, 공부를 안해서 맞고, 뭔가 맞을 행동을 했으니까 맞았을 것이다. 지금이야 우리끼리 만나면 가끔 술안주로 이야기를 하지만, 그때 담임 선생님이 때릴 때는 진짜 눈물 날 정도로 아팠다. 나중에 알아봤더니 그 당시 담임 선생님이 30대 초반 남자 선생님 이었는데, 복싱을 오래 배웠다고 했다. 어쩐지 손맛이 남달랐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다른 반 이었던 친구 ‘한수’가 우리 반에 왔다가 맞았던 기억이다. 그때 담임 선생님께서 ‘한수’에게 왜 우리 반에 왔냐고 물어봤는데, 한수가 ‘용재랑 철웅이 만나러 왔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맞았다. 오래된 일이라 약간의 기억의 오류가 있겠지만 아무튼 그만큼 사고도 많이 치고, 많이 맞았던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이었다.
“철웅아 넌 요즘 행복 점수가 몇 점이야?”
“지금 나의 행복 점수는 8점을 주고 싶어”
“왜 8점이야?”
“너도 알겠지만, 구체적인 계획 없이 막연하게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하고 난 후에는 취업이 되지 않아 힘든 시기가 있긴 했어. 대학교 때 학업에 전념하지 못해 학점도 좋지 않았고, 토익 점수는 높지 않고, 그래서 취업이 많이 어려웠지. 2년 넘는 시간 동안 500개 넘는 기업에 지원하면서 자소서를 쓰고, 탈락을 맛보면서 진심으로 스트레스가 많았던 것 같아.”
“너 그때, 우리도 피하고 그랬잖아.”
그 당시 철웅이는 나뿐만 아니라, 친했던 친구들을 포함해 많은 주변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했다. 조금은 섭섭했지만, 철웅이의 승부욕을 전부터 알고 있었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3학년, 체력장 시간에 하는 평가 종목 중 5km 오래달리기가 있었다. 지금까지도 절친한 나, 철웅, 인규, 한수는 서로 달리기와 체력에 자부심을 뽐내며 오래달리기 시합 점수 내기를 했다. 한창 수능 공부에 올인해도 모자랄 시기 였는데, 별거 아닌 오래달리기 시합을 지기 싫다고, 철웅이는 동네 운동장에서 평가 전날까지 연습을 했다. 보통의 시나리오라면, 열심히 연습한 철웅이가 1등을 했어야 했는데, 아쉽게도 오래달리기 시합 4명중 4등이 바로 ‘안철웅’ 이었다. 그만큼 철웅이는 지고 싶지 않아하는 성격이었다.
“맞아, 주변 친구들은 좋은 회사에 취업하고,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나만 뒤쳐지는 느낌이 들었고, 질투도 나면서 진심으로 친구들을 축하해 주지 못한 것 같아. 지금 생각해보면 나만 힘든 것도 아니었는데, 성숙하지 못하고, 힘들었던 시절이었지. 하지만 결국 안정적인 공공기관에 입사하고, 사랑하는 와이프와 결혼을 하고, 딸 하윤이까지 찾아 왔잖아. 거기에 주변 친구들도 모두 번듯한 직장을 다니면서 지금도 내 곁에서 든든한 존재로 있어 주어서 하루하루 행복해. 내 인생이 취업하지 못해 불안했던 전과 달리 안정되어 있고, 큰 걱정없이 좋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 요즘”
“중간에 말 끊어서 미안하지만, 너무 궁금해서 그런데 철웅아. 내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너는 활동적인 사람인데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 공공기관이 너랑 맞아? 내가 생각하기에 공공기관은 보수적인 집단이라는 고정관념이 강하거든? 근데 사고뭉치였던 너가 지금까지 다니고 있는 것도 신기하고, 행복 점수가 8점이라고 말하는 것도 신기해서”
“사실 공공기관에 취업해야겠다는 목표를 잡고 취업 준비를 한 것은 아니야. 그 당시 이곳 저곳 닥치는 대로 자소서를 쓰다가 그 중에 마음에 드는 곳에 입사했으니까. 하지만 입사하고 벌써 7년을 일하다 보니 이 직업이 나한테 잘 맞기도 하고, 회사 동료들도 너무 좋고 후회는 없어. 너가 알다시피 나는 활동적인 사람이라 밖으로 돌아다니는 영업직 같은 직무를 선호할 거라고 생각은 하겠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다양한 역량이 필요해서 잘 맞는 것 같아. 기본적으로 공무원들과 협력하는 일이라 꼼꼼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외부 기업 직원들과의 미팅도 잦아서 사교적이어야 해. 또한, 신규사업을 기획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많이 필요하고, 나름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
“일까지 좋아하면, 점수 깎일 부분이 없어 보이는데, 10점이 아니라 2점이 깎인 8점인 이유는 뭐야?”
“그만큼 덜 행복해서 2점을 깎은 것은 아니고, 앞으로 더 채워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8점이라고 이야기 했어.”
“10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응. 나는 앞으로 내 인생의 행복 점수가 10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싶어. 앞으로 내가 살아가면서 가족들, 친구들과 많은 일들이 있을 거야. 그 과정 속에 행복한 순간, 힘든 상황, 어려운 시간 들이 있겠지만 많은 경험들을 하면서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한 단계 발전하게 되는 과정이 기대가 돼. 어렸을 때는 몰랐던 순간순간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때가 행복했다고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나중에는 내가 굳이 무얼 얻거나 하지 않더라도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철웅아 내가 너 말이 조금 이해가 안돼서 그러는 데, 그럼 너는 너가 가장 크게 행복을 느끼는 부분이 어떤 부분이야?”
“내가 가장 행복을 느낄 때는 타인과 내가 잘 융합 되었을 때야. 결혼하기 전에는 부모님과 동생, 지금은 와이프 딸 장인, 장모님까지.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 속에서 행복을 많이 느껴. 좀 더 나아가면 내 주변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하면 좋은 것 같아. 행복의 주체가 내가 아니 랄까. 내가 시험을 1등을 했어, 갑자기 1,000만원을 벌었어, 회사에서 인정을 받았어. 물론 기분은 좋아. 그런데 그게 ‘행복하다’ 까지 연결이 되지 않는 것 같아. 내가 주변을 많이 의식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내 주변사람들이 좋으면, 나도 좋고, 주변 사람들이 안좋으면 내 기분도 덩달아 안좋아.”
“철웅아 너가 남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이었던가?”
“아예 안보는 스타일은 아니야. 대화를 해도 남 대화를 많이 들어주는 스타일이고, 내 얘기를 하는 것보다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걸 좋아해. 그래서 남이 무슨 감정인지 알아차리는 이런 눈치가 빠르다고 생각해. 이게 눈치라면, 눈치를 보는게 맞는 것 같아.
“근데 이 부분은 나도 공감하는 게, 요즘은 나를 위해서 돈을 쓰고 뭔가를 구입하는 것 보다는 와이프한테 선물 사주고, 와이프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게 더 행복하더라고. 와이프 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들이 나 때문에 행복하고 즐겁다고 이야기 할 때, 그런 순간들이 너무 행복해”
“나도 어렸을 땐, 내가 원하는 걸 모두 가지면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예를 들면 집, 차, 옷 같이 남에게 보여질 수 있는 유형의 것들이 다 갖춰지면 행복할 수 있다고 착각했던 것 같아. 하지만 지금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건강과 기쁨이야. 행복의 중요 요소를 뽑으라면, 나는 혼자서 얻는 부의 가치보다 가족, 친구, 회사 동료 등 주변사람들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면서 웃고 떠들고 하는 순간들이 영원히 지속되었으면 좋겠어.”
“맞아, 근데 그게 우리가 가져 봤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옷도 사고 해 보니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거 아냐?”
“응 맞지. 어릴 때 갖고 싶었던 집도 생겼고, 차도 생겼는데 이 행복이 영원한 것처럼 오래가지 않더라고. 원하는 것을 가졌을 때, 기분이 좋거나 행복하다고 느끼는 감정은 짧게 지속되는 것 같아.”
“그럼 지금은 너 보다 돈 많은 사람들이 부럽진 않아? 예를 들면 이재용 회장 이라던지. 부자, 갑부들 말야.”
“응 부럽지 않아. 물론 지금 내가 가질 수 없는 것들을 그들이 많이 가졌다는 것은 인정해. 하지만, 그렇게 부로 인해서 얻은 물질적인 것들이 주는 행복은 오래가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나니까 진심으로 부럽지 않아. 물론 잠깐은 행복하겠지. 내가 지금 살 수 없는 것들을 살 수 있고,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해볼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그 행복한 감정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어.”
“나도 그 생각에는 동의해, 물질적으로 얻는 행복 보다는, 감정에서 오는 행복이 더 오래 지속 되는 것 같아. 그래서 너랑 나랑 행복에 대해서 비슷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네. 그럼 철웅아 넌 지금까지 너의 인생 중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야?”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사실 딱 어느 순간이라기 보다는 소소한, 짧은 필름 순간순간이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 우리끼리 아무 것도 아닌 것에 핏대 세워가면서 이기려고 하고, 여행 가서 술 마시고, 보드게임하고, 탁구, 풋살 했던 그런 순간들이 내 인생에 가장 행복한 기억들인 것 같아. 굳이 가장 인상 깊었던 한 순간을 꼽으라면, 우리 넷이서 대만 여행 갔었을 때 인 것 같아. 다들 바쁜 시기였지만, 용재 너가 총대메고 해외 여행을 추진하면서 떠나게 된 그 여행이 기억에 많이 남고, 또 가고 싶어. 어시장에서 처음 보는 물고기 회 떠서 픽업하고, 해안가 따라서 드라이브 하고, 구경도 하고, 족욕도 하고 우리 넷이서 그 어떤 걱정도 없이 오로지 그 시간에 집중했던 매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지. 우리 넷이 나중에 또 그런 여행을 갈 수 있을까?
교훈 : 물질적인 것으로 얻는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