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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Jul 17. 2024

이젠 심리 상담소도 오픈런

"정말 마음이 지쳤습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이런 적이 없는데... 사내 심리상담소도 예약이 꽉 차서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더라고요... 어쩌면 좋지요?"


 요 근래 업무도 바빴고, 나를 둘러싼 주변 환경도 변화하면서 사내 익명 게시판의 글을 거의 읽어볼 시간이 없었다. 오늘에서야 조금 마음의 여유를 찾고 오랜만에 웃으면서 글들을 읽어볼 수가 있었다.


 필자가 근무하는 회사 내 '익명게시판'을 수년째 운영 중이다. 아무래도 회사는 블라인드 같은 아예 외부 DB에 회사의 안 좋은 점들과 팩트가 아닌 내용들이 입력되는 것보다는,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드는 게 더 낫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나 보다. 그 때문일까? 필자도 블라인드는 탈퇴한 지 수년째다. 사내 익명게시판 운영을 시작한 시점과 비슷하지 않았나 싶다.


 오늘도 수많은 빌런들의 글들이 올라온다. 검색 한 번이면 다 찾아볼 수 있는데, 그거 하나 안 하고 남들한테 물어보는 핑거프리스들. 이해할 듯, 이해할 수 없는 프로 불편러들의 글들, 사내 복지 논란에 대한 본사 근무와 비 본사근무를 갈라치는 글들까지.. 참 스펙트럼 한번 찰지다.


 개중에, 내 눈에 밟혔던 건, 어느 한 사람의 익명 글이었는데, 업무 때문인지 아니면 기타 그를 둘러싼 다른 환경요인인지는 모르겠으나, 너무나도 힘이 들어하는 사람의 글이었다. 


 '너무 정말 힘들어서 회사를 쉬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죠? 휴직? 휴가? 어떤 액션들이 있을까요?'

 '그럼에도 사내 상담사와 함께 이겨내고 싶은데, 한 달이나 밀려있다네요... 이제 어떻게 하면 좋죠?' 


 댓글에는, How to act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들도 많이 달렸고, 위로와 격려의 따스한 댓글들이 많이 달려있었다.


 나는, 3년 전 처음으로 회사에서 업무 하는 동안 정신적으로 너무나 힘든 일을 겪었다.

그것이 내가 잘못했든 그렇지 않든 나에겐 정말 너무나도 버텨내기 힘들었던 순간이었는데, 

마치 낭떠러지 앞에서 나의 손을 힘겹게 잡아주던 분이 바로 '사내 상담사' 분이셨었다. 


 상담을 하기 위해 약속을 정하고, 정해진 시간, 장소에 맞춰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매우 무겁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그분은 힘겹게 이곳까지 온 나의 마음을 간파한 듯, 심호흡을 한번 시키고, 나의 이야기를 매주 잘 귀 기울여 들어주셨었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한다는 건 꽤나 심리적으로 많이 무너져 있던 나를 다시 한번 일으키게 해 준 원동력 이었었다. https://brunch.co.kr/@c9d642ac94b141d/76 


 '나는 그나마 행복한 사람이었구나... 내가 힘이 들 때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전적으로 들어줄 사람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앞서 그 글을 작성한 쓰니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한들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니...


 확실히 요새는 예전처럼 심리상담에 대해 부끄러워하거나 쉬쉬하지 않는 문화가 정착되어 가는 거 같다. 대중매체나 유튜브의 힘이겠지. 


 지금보다 덜 힘든 세상이 올까? 아마 아니겠지. 더욱더 미묘해지고 복잡해지는 사회로 접어들 것 같다. 그런 이유로 이젠 심리상담도 오픈런을 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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