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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Nov 18. 2024

Bottom-Up

 최근 필자가 맡고 있는 팀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체감하고 있다. 물론 긍정적 변화라고 생각한다.

평소 나는 내 슈퍼바이저에게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동료들은 나와 팀 동료들에 대해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는 업무 형태가 하나가 있는데, 바로 "Bottom-Up" 방식의 업무 형태이다. 


 바텀 업, 즉 업무의 방향이 위에서 시작해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아닌, 그 반대의 경우를 뜻한다. 

 군대 때부터 나는 몸에 체득이 되어 있었기에, 나는 별 어려움 없이 나의 슈퍼바이저에게 업무와 관련되어 보고도 자주 드리고, 업무 방향에 대해서도 피드백을 수시로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하나, 우리 팀 내에서 나를 비롯한 다른 동료들에게도 동일하게 바텀업을 자주 요청 드리곤 했으나, 구체적으로 분야를 콕 집어서 요청을 드렸던 것이 별로 없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체감하기에 크게 이러한 업무 행태로 이뤄지지는 않는다고 느껴왔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바텀업 업무방식이 절대 쉬운 게 아니다. 

 내가 생각할 때 이 업무가 이루어지려면,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는 '팀 리더'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이뤄질 수가 없다. 

 여기서 신뢰라는 게, 조금 중의적인 표현으로서 이야기를 드려보고 싶은데, 

'나의 요청에 대해, 리더가 허투루 듣지 않는다는 확신'이 하나 있어야 하며, 

추가로, '나의 요청이, 나 혼자 독박을 쓴 채 업무를 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두 가지 뜻이 합쳐진 말이, 바텀업 업무방식에 있어 가장 중요한 '팀 리더'에 대한 신뢰의 함축적 의미라고 생각하고 있다.


"빛 프로님, 제가 운영업무를 하면서, 아, 우리 서비스 화면 UI가 조금 아쉽다고 느껴진 부분들이 있어서요"

"오 그래요?"

"네네, 한번 제가 정리를 해볼까요?"

"네, 아주 좋죠, 컨플루언스에 한번 초안을 만들어주십사 요청드립니다. 근데, 업무 주 담당이신 기획자분이랑 디자이너분께서도 흥미를 느끼셔야 할 텐데 말이죠"


 올해 4월에 우리 팀에 운영업무, 달리말해 수명업무라고도 하는 非 Core 업무를 담당하고 계신 H프로님께서 나에게 제안해 주신 업무 포인트는, 현재 서빙하고 있는 우리 웹페이지의 UI개선포인트들을 조금 더 챙겨보자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


 사실, 필자는 화면 UI/UX에 둔감하다. 그런 방면으로 감각이 발달하지는 않은 듯하다. 그래서 내가 놓치고 있었는지, 아니면 나는 알면서도 관성에 의해 개선 포인트라고 감조차 못 잡은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우리는 곧바로 작은 회의실을 잡고, H프로님이 초안을 잡아주신 현재 포탈 페이지에서 개선이 되면 좋겠다는 내용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했다. 

 내 초기 예상과는 다르게, 기획담당자나 디자이너 분도 꽤나 이 이슈에 대해 함께 고민을 해 주시는 것이 참 인상 깊었다. 

 그 회의 시간에서 나는 기획자분도, 디자이너 분도 지금보다 더 가독성이 좋고 예쁜 웹 페이지를 고객에게 딜리버리 하고 싶어 하는 욕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본 회의 간 내가 주도적으로 업무에 관해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없었고, 나는 오랜만에, 팀원들끼리 화면의 UI/UX를 두고 서로 토론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그렇게 회의가 끝난 뒤, 스스로 곱씹어볼 기회가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안전 울타리'라는 명목하에, 업무를 하며 기량을 맘껏 펼칠 기회를 안 준 것은 아니었을까?' 하며 반성을 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업무를 작게 조각내어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빈 도화지에 붓만 제공하고, 비어있는 여백을 채워보게끔 자율성을 부여하는 기회가 좀 더 많았어야 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그들은 정말 내 생각보다도 더 적극적이고 주인의식을 갖고 Bottom-Up 형태로 업무를 개진해 가셨다. 작업기간 동안 내가 이것저것 시키지 않아도, 고민을 많이 한 흔적과 함께 높은 결과물을 가져오시곤 하셨다. 

저 공은 안전한 울타리 밖을 나가고 싶진 않았을까?


 몇 번의 피드백과 소소한 수정 후에, 나는 우리가 일주일 넘게 고민한, 우리 나름대로의 Bottom-Up 형태의 포탈 디자인 개선안을 고객사에 메일을 쓸 수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희 H프로님과, 기획담당자, 디자이너 세분이 합심하시어, 소소하지만 정성이 듬뿍 담긴 포탈 디자인 개선 초안을 전달드리게 되었습니다."


 필자가 추측건대, 나는 해당 메일을 받고 고객사가 정말 많이 기뻐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본인들이 우리 팀에 시키지도 않은 일, 굳이 먼저 안 해도 되는 일을,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어 가기 위하여 우리가 자발적으로 기획안을 제출한 일을 두고, 무척이나 기뻐하지 않았을까


 이번일과 같이, 조금이나마 본인이 해 보고 싶었던 업무에 본인들 주도로 무언가 이루어본 경험들이 팀원들이 자주 경험하면서 팀 전체에 긍정적 에너지를 전파하며 힘든 회사생활을 해 나가는 데 있어 도움이 되기를.


 아울러 나 또한 언제나 '앞장서야 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팀원들을 조금 더 믿어 가기를.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팀원들과 더불어 함께 더 나은 프로덕트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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