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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Dec 19. 2024

함께 일할 때 잘해야

평소 잘하는 게 가장 어렵다

"빛담 프로, 혹시 몇 년 전에 함께 일했던 가 차장님 있죠?"

"네네, 그분 하고 함께 일했던 적이 있어요"

"그분 어땠어요..?"


 나의 주니어 시절을 함께 동고동락했던 A선배, 업무적으로는 이미 오래전 분리가 되었기에 업무 메신저등으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별로 없었는데, 오랜만에 메신저로 연락이 와서 살짝 놀랐다. 

 나에게 메신저로 문의를 하게 된 이유인즉슨, 몇 년 전 나와 함께 잠깐 일했던 '가 차장'에 대해, 자신에게 누군가 레퍼런스 체크를 했다는 것이었다. 즉, 가 차장은 나와 A선배 모두와 함께 일을 했던 사람이었다.


"어... 어떤 대답을 들으시길 원하세요?"

"그저 솔직하게 대답을 해 주시면 돼요"

"그러시면, 메신저로 이야기하기 좀 그러니 잠깐 회의실에서 이야기를 할까요?"

"네 좋아요"


 우리는 빈 회의실에서 서로의 안부를 물어볼 새도 없이 가 프로에 대한 본의 아닌 평가를 하게 되었다.

나는 사실, A선배가 가 차장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A선배가 마음먹고 가 프로를 누군가에게 추천할 요량이었다면 나는 그에 대해 아무런 코멘트를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헌데,  A선배는 가 차장에 대해 업무 스킬적인 것 이외로, 커뮤니케이션이나 업무의 집중도가 매우 떨어져서 본인은 어떻게 추천을 해 줘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나에게 먼저 들려주었다. 

 아울러, 그는 가 차장 와 직접 업무를 주고받은 관계는 아니며, 단지 업무 요청자와 수행자의 관계였다고 이야기를 하였고 나를 부른 이유는 사실 다소 시간이 지났지만, 그와 직접 일을 했던 사람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이며 자신은 레퍼런스 체크를 요청한 사람에게 솔직하게 의견을 전달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음..."

 약간의 정적이 흐른 뒤, 그와 함께 일을 하며 겪었던 이야기들을 A선배에게 해 주기 시작했는데, 첫 시작은 그가 나에게 먼저 이야기했던 소프트 스킬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가 차장님과 일을 할 때, 나 또한 그다지 좋지 못했던 경험들을 몇 가지 이야기하며 A선배의 의견에 동조를 하였고, 추가로 하드스킬(주 업무와 관련된) 관련해서도 나의 생각을 가감 없이 이야기했다. 


 나 또한 가 차장에 대해 기억을 상기시켜 보니, 그다지 좋은 기억은 별로 갖고 있지 않은 듯했다. 

그렇지만, 레퍼런스를 체크하는 쪽에서 책정한 그의 몸값이라던가, 아니면 다른 요소들에 있어 부합한다면 그렇게 나쁜 선택만은 아닐 수도 있다고 추가 코멘트를 A선배에게 해 주었다. 


 그렇게 A선배와 아주 오랜만에 짧은 만남을 한 뒤, 우리는 각자 자리로 돌아가 다시 업무를 하게 되었다. (나보다는 A선배가 항상 언제나 더 바쁜 편이다.) 


 A선배는 본인의 업무를 조금 마친 뒤 나에게 메신저로 가 차장에 대한 레퍼런스 체크 결과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서 나에게 보여주셨다.


" '하드스킬로는, 필요로 하는 곳의 니즈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소프트 스킬 측면에서 신중하지 못하고 기술 발전에 대해 크게 고민을 하지 않는 사람.' 이 정도로 정리하면 되나요 빛프로?"

"네, 본의 아니게 가 차장님을 흉본 꼴이 되어 참 마음이 무겁네요"

"어쩔 수 없는 거예요. 이제는 신중히 결과를 보내야지, 좋은 게 좋은 거다라고 하면 나중에 우리가 욕먹어요."

"네네."

 메신저로 몇 마디 더 가 차장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간 뒤,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종료되었다. 


'내가, 가 차장의 앞길을 막은 건가?'

'아니야. 나는 내가 느낀 바를 그대로 전했을 뿐이야. 판단은 사용자 쪽에서 가 차장을 만나보고 판단하겠지.'

 마음 한편에서는 가 차장에 대한 연민의 생각과 더불어 레퍼런스 체크에 응해야 하는 나의 입장에 대한 생각 정리도 함께 이루어졌다.


 회사밖을 나가지 않고 14년을 같은 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지만, 필자의 경우 프로젝트를 많이 옮겨 다닌 편이라 누구보다도 레퍼런스 체크에 대하여 중요하게 생각하고, 스스로의 평판관리에 꽤나 많은 신경을 쓰는 편이다. 그것이 나의 자산이자, 유사시 나의 요긴한 '방패'가 될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동료들은 나보다 항상 똑똑하다. 역할로서 수행자와 지시자 혹은 관리자로 구분이 될 뿐, 개개인들의 능력은 차이가 없고, 항상 나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면 쉽게 동료들을 무시하거나 하대할 수 없어진다. 

 회사생활을 하며 가장 가까운 사람들, 동료들에게 잘해야 하는 이유다. 그들이 나를 배에서 침몰시킬 수도 있는 물이 될 수 있고, 그 반대로 나를 띄울 수 있는 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친구 어때?" 

 이 질문을 받은 사람은, 상대방에게 '그 친구'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잘 이야기해 줄 필요가 있다. 

별생각 없이 레퍼체크에 응하면, 이 질문을 한 사람이 잘못 판단하여 원치 않는 사람과 Teaming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믿고 사람에 대해 평판 조회를 한 질문자를 생각해서라도, 쉬이 대충 대답을 할 수 없는 이유다.


 우리는 이제 수능을 안 봐도 되는 대신, 하루하루마다의 평가가 쌓이는 '초 절편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국, 평소에 감점 없이 하루하루를 동료와 본인의 업무에 있어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정답은 없다. 현생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 '직장인'들이라면 말이다.


계단을 올라가는 건 너무나도 오래 걸리지만,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건 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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