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담의 필름로그 1편에 이어, 나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명동으로 향하게 되었다.
명동은 2년 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외국인 관광객이 들어오지 못하던 시절의 명동은 온데간데없고,
온 지구의 인종 용광로처럼,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명동에 들어가기 전, 충무로에서 이어져 올라오다 보니 산타 할아버지께서 나를 향해 포즈를 취해 주셨다.
보통의 거리에서 간판이나 창문에 붙어있는 산타 할아버지들의 시선은 '위쪽'을 향하고 있으신데, 이분께서는 왠지 카메라를 응시하는 듯 보여 흥미로운 피사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잘 보고 있으면 진짜 카메라를 보고 멋지게 포즈를 취해주고 있는 거 같지 않은가? 필름 시뮬레이션의 클래식 네거티브로 인한 진득한 색감의 결과물도 꼭 내 맘에 드는 그런 캡처였다.
근데, 필자의 느낌인지 모르겠으나 요 근래 들어 간판이고 창문이고 산타할아버지 모양의 구조물들이 자주 보이는데, 언제부터 이런 산타 데코 문화가 보편화되었는지 갑자기 궁금해지기는 한다.. 그래도 뭐, 사진을 찍는 입장에선 거리를 걸으며 또 하나의 피사체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어 좋다.
우리나라는 유행의 주기가 매우 짧은 거 같다. 분명 나도 어느 한 여름에 아이들 손에 이끌려 집 앞에 탕후루집에 가서 생전 먹어보지도 않았던 '블랙 사파이어'맛 탕후루를 시켜서 한입 베어 물고는, 엄청나게 달달한 설탕맛과 그보다 더 단 과일의 육즙을 맛보며 순간 당이 내 몸으로 온전히 빨려 들어오는 경험을 했던 기억이 있는데, 불과 1년 전의 일이라는 거다.
그 사이, 탕후루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며 조금씩 최고 간식 자리를 내어 주게 되었다.
필자 어렸을 때 탕후루처럼 간식은 아니었지만, '불닭'이 그렇게 인기가 많았더랬지. 처음엔 엄청나게 비싼 가격으로 학생시절 가난했던 주머니 사정으로 인해 맛보기도 어려웠던 인기 식품이었지만, 점차 인기가 시들더니 나중엔 불닭 전문점들이 대거 폐업하며 그 자리를 '연어 무한리필' 가게들이 차지해 가던 기억이 생생하다.
나도 사진을 5년 정도 찍으며 느끼는 거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진 톤도 계속해서 변해가는 걸 느낀다. 나중에 필름로그를 통해 차차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지금은 "FilmLook"을 좋아하게 되었다.
언젠가 나의 취향도 필름룩에서 사이버 펑크 같은 다른 방향으로 바뀔 날이 있겠지. 위 사진의 피사체가 되어 준 예전 최고 인기 간식, 탕후루님처럼 말이다.
구세군 자선냄비의 저 붉은색 양철 색감은 정말 사진으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언제 어느 순간 봐도 예쁘고 눈에 확 들어오는 강렬하면서 순박한 레드다.
사실, 다소 씁쓸하긴 하지만, 구세군에 누군가 와서 기부를 하는 장면을 캔디드 샷으로 담아볼까 고민했었다. 약 2분 정도, 저 위치에서 계속 기다려봤는데, 결국 아무도 기부하지 않았다. 그중에는 나도 있었다.
'현금밖에 기부를 못하니까...'
'나도 어려운데 누굴 도와줘. 내가 빚 안 지고 사는 게 사회의 도움이야'
등등, 나는 내가 기부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방어논리를 만들어 두었으나, 모두 핑계일 뿐이다. 누군가를 돕고 싶은 마음이 아직 없는 게지. 위 사진에서 지나가는 저들도 나와 마찬가지의 생각을 갖고 있을 거다.
그렇게, 사진을 담으며, 나도 사진상의 배경에 속한 그들과 마찬가지로 조용히 자리를 떴다.
코닥이라는 브랜드를 아는가? 요새 젊은 사람들은 '의류 브랜드'로 생각을 많이 하는 거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코닥 매장이라고 찾아가 보면 그들의 본업이던 필름과 카메라보다, 각종 의류나 액세서리에 콜라보레이트 된 '코닥'이라는 저 로고를 더 가까이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니 말이다.
사실 필자도 아버지가 물려주신 올림푸스 필카에, 코닥 필름 한 두롤 정도 찍어본 것이 코닥필름의 모든 경험치긴 하다. 콜라보되어 있는 의류들이 예쁘긴 하지만, 필자가 입기엔 다소 비싼 가격대라 매장에 들어가서도 '예쁘다.'라는 혼잣말과 함께 매장을 빠져나오기 일쑤이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저 KODAK이라고 쓰여있는 노란색 글자와 더불어 붉은색과 노란색의 음각이 이루는 대문자 'K'의 코닥마크는 누구나 '예쁜 피사체'로 인식할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필름과 사진기로만 기억되던 코닥필름은, 이제는 젊은이들에게 그들의 힙한 로고를 한껏 뽐내며, 더 많은 대중들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가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서 인생은 모르는 거다.
일본에 가면 항상 길거리 음식을 주로 사 먹게 된다. 딱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닌데, 많이 걷다 보면 배가 고프고, 식당에 들어가기엔 다소 무거운, 그런 캐주얼한 순간이 더 많기 때문이다.
명동에서, 내가 일본에 가서 먹던 길거리 음식들과 같이, 많은 외국인들이 와서 추운 날 입으로 호호 불어가며 맛나게 먹는 장면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들에게도, 내가 일본에서 맛있게 먹었던 길거리 음식들처럼, 한국 명동에서 즐긴 따스하고 맛난 길거리 음식을 통해, 한국에서의 좋았던 추억으로 남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약 2년 만에 다시 찾은 명동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코로나 시절의 불황을 완전히 벗어난 느낌이었다. 게다가 예전엔 중국어만 들리던 명동거리에서는, 이제는 일본어, 중국어, 영어등 더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한국에 와 한국 문화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 적이었다.
이렇듯, 필자는 국내 관광지에 가면 즐겁다. 나 또한 이방인이 된 느낌을 받거든. 개인적으론 국내에 더 많은 관광지가 조성되어, 사진기를 들고 자주 그곳들을 담아와 보고 싶은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