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아동병원에 와볼 일이 있었을까. 작은 손과 발에 주삿바늘을 꼽은 아이들, 그 아픈 아이들을 안고 업고 달래며 밤낮 동동거리는 부모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은 더더욱 몰랐을 것이다. 아이 한 명이 아프면 온 집안이 다 아프다는 사실도, 기운 없이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볼 때 내 가슴이 아린 아픔 또한 알지 못했을 것이다.
난 내가 알아서 혼자 잘 컸다고 생각했지만 수많은 날들 속에 단 하루도 스스로 자란 날은 없었다. 부모의 눈물과 한숨, 걱정과 두려움, 사랑과 인내로 하루하루 자란 거다. 병원에서도 아이들은 자라고 있다. 여러 가지 치료도 아픔을 낫게 하지만 한 아이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 기도로 아이들은 낫고 있고 잘 이겨내고 있다. 병에도 저마다 그 고통의 깊이가 다르다는 것이, 이보다 더 아픈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 나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아픈 아이와 그 가족들의 힘겨운 나날들이 미안하다.
떨어져 있는 언니가 보고 싶어 한 시간을 서럽게 울고, 자다가도 "언니"를 찾으며 잠꼬대하는 혜리를 보니 가족에 대해, 보고 싶음에 대해 절절해지는 마음이다. 38개월 아이에게도 보고 싶은 마음, 그리운 마음이 이리도 사무칠 수 있다는 것을 지켜보며 가족의 끈끈한 연결을 생각한다. 가족으로 연결된 우리가 이 끈끈함으로 때론 지겹게 상처받고 아프기도 하지만 우린 그 끈끈함으로 아픔을 이겨내기도 한다. 네가 어렸을 때 폐렴으로 입원해서 언니랑 떨어지게 되었을 때 언니를 찾으며 목놓아 울었노라고 이야기해 줄 그 어느 날이 올 것이다. 끈끈함 때문에 아픈 순간이 올 때 오늘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그 끈끈함이 여기까지 오게 했노라고.
엄마가 된 것이 감사하다. 병원에 있지만 감사하다. 내가 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이 시간들이 소중하다. 오늘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