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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아 May 27. 2024

나는 요양병원 사회복지사 입니다.

남겨진 사람들이 알아야 할 것.

"이런 의료기관에 입원시키는 게 아니었는데!"

"......" 


5분이 지난 뒤, 두 번째 보호자께서 오셨다

"오빠, 산소는 제거할 수 없단다"

"그래, 알았다"

"애초에 이곳으로 오지 말았어야 했어.".



요양원은 출입이 통제되어 있다. 코로나19 이후로는 보호자의 방문도 제한되고 있으며,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직원 외에는 누구든지 벨을 눌러야 하고, 벨 소리를 듣고 문을 열어주어야 출입할 수 있다.


'띵동' 


초인종이 울려 문을 열어주었다. 며칠 동안 병원 생활에 익숙해진 나는 문병 오신 보호자분께 다가가 인사를 드렸다. 내가 인사를 채 마치기도 전에, 아니 아예 듣지도 않은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소리에 나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주눅이 들었다.


'왜 굳이 여기까지 와서 인사를 했을까' 하고 자책하며 후회했지만 이제와서 되돌릴 수는 없었다.

"안녕하세요, 어떻게 오셨나요?"

"OOO 어떤가요?"

"네. 제가 의사나 간호사가 아니기 때문에 환자분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없고 병동에 연락드리겠습니다. " 

"이런 의료기관에 입원시키는 게 아니었는데."

"......"

"연명치료 거부한다고 분명하게 말씀드렸잖아요."

"......".


'띵동' .

"잠시만요"(휴우, 다행이다...).


"오빠, 왔나? 신경질 나 죽겠다."

"그래, 알았어"

"나는 안올라 갈란다. 혼자 갔다 와라"

"그래 알았다"


"산소줄은 못 뺀단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그게, 그런게 아니고...."

"난 모르겠다. 이제 오빠혼자 알아서 해라."



요양병원에 입소 시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필수적으로 작성해야 되는 입원 서류 중에는 심폐소생술 거부 의사를 나타내는 DNR동의서가 있다.



소생술 금지 (DNR : Do Not Resuscitate).



환자가 심장 마비 또는 호흡 정지 등으로 인해 생명 유지가 어려운 상황에서 심폐소생술 같은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힌 의료 결정이다. 연명의료결정법 상에서의 연명의료는 다음 4가지 행위로 정의된다 ;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그리고 인공호흡기 착용.



감기가 악화되어 폐렴으로 진행된 경우는 폐렴 치료이며, 연명치료가 아니다

산소 포화도 저하로 인해 산소를 공급하는 것은 일반적인 치료이며, 연명 치료로 볼 수 없다.



"이런 병원에는 애초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 라며 분노를 표출했던 사람은 환자의 조카였다.


호흡이 어려워 산소 공급 중이라는 병원 측 연락(알릴 의무)을 받고 연명 치료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 왜 산소를 주입하느냐며 이를 따지기 위해 방문한 것이다. 병원에 산소 투여 중단을 요구했으나, 의료행위라는 이유로 거절당했고 이에 분노한 상대방이 나에게 엄청난 공포심을 유발하였다.


조카가 고모를 돌보는 것이 참 대단하다. 딸이나 아들도 하기 힘든 일인데 말이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여전히 든든한 보호자 역할을 맡고 있다.)


그때는 나도 병원 생활에 적응하느라 보호자를 제대로 응대 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보호자가 연명치료가 무엇인지, 어떤 것이 연명 치료인지 제대로 알고만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일이이었다. 


환자의 보호자로서 병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의료진의 말을 무조건 잘 따르는 시누이들에게 "형님 보호자는 좀 까칠해야 해요. 그리고 퇴원 할 때 그동안 잘 보살펴 주서 고맙다고 인사하면 돼요."라고 말해준다. 내가 형님한테 보호자로서  까칠하게 행동하라고 한 이유는 시누이는 의사, 간호사의 지시에 무조건 "네"만 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시누이에게 말한 까칠함은 궁금한 것이 있으면 당당하게 질문하고, 상의하고, 최적의 치료를 받고 나오라고 한 것이다. (식당가서 부족한 밑반찬을 더 요구하는 나를 '진상'이라고 표현한 시누이의 성정을 알기 때문에 한 말이다.) 합당한 의료 서비스를 요구하고, 환자의 보호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렇다. . 보호자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큰 소리를 내는 것은 정당한 요구가 아니며 이는 옳지 않다.


이곳은 요양원입니다. 의료진에는 의사와 간호사가 포함된다. 면허를 소지하고,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일에는 융통성이 용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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