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뒷면도 보는 사람

by 따뜻한 말 한마디

나는 매일 일기를 쓴다.
하루를 조심스레 닫기 전에 하는, 일종의 의식 같은 것이다.
그날의 감정은 그날에 묻어두고, 또 다른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일기를 쓴다.


오늘도 어김없이 일기를 쓰다 문득,
내가 처음 일기를 썼던 2024년 1월 1일의 기록을 다시 읽어보았다.
그리고 그 글을 보며, 나는 정말 많이 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일기의 내용은 전 여친과의 이별 후 감정 정리에 관한 것이었다.

2023년 12월까지만 해도 나는 연애 중이었다.
하지만 12월의 끝자락, 어쩌면 갑작스럽고,
어쩌면 오래전부터 예고되어 있었던 이별을 맞았다.
짧지만 깊게 내 일상을 차지했던 사람이 사라진 뒤,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시절의 나도 보였다.
활기찼지만, 달의 앞면만 보려는 사람이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 했다.

전 여친의 마음이 이미 나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 사실을 애써 외면했다.
마치 달의 앞면만 보고 달이 아름답다고 말하던 사람처럼.


그 일기를 덮으며, 나는 지금의 나에게 물었다.
지금의 나는 어떤 사람인가.
아마도 이제는 달의 뒷면도 용감하게 보는 사람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을 1인칭이 아닌 3인칭으로 바라보고,

보고 싶지 않은 면까지도 함께 인정하려 한다.
세상에는 내가 원하는 것만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이제는 감정에 휩쓸려 충동적으로 움직이기보다,
잠시 멈춰 생각하려 한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만남이 내 시야를 넓혀준 셈이다.
그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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