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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vy Mar 02. 2024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

열네 번째 독서 노트, 존 보글


    해외 생활 중에 크게 신경이 쓰이는 부분 중 하나는 재테크이다. 아예 해외로 이민을 간다면 모든 재산을 이민국으로 옮긴 다음 이민국의 금융 제도를 따라 재산을 관리하면 될 것이다. 해외 주재원으로 파견을 나온 경우에는 임기가 정해져 있으며, 급여는 한국에서 받던 대로 그대로 받음과 동시에 추가로 현지 통화 또는 달러로 주재원 수당을 받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본인 나름대로 한국에서 하고 있던 재산 관리 방식을 계속 유지하면 된다. 그러나 위의 경우들이 아니라면 향후에 계속 해외에 거주할 것인지, 아니면 해외에서 삶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것인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재산 형성을 한국에 할 것인지 해외에 할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발생한다. 달러 또는 현지 통화로 받는 급여에 대한 환손실, 만만치 않은 환전 수수료, 외국인에게는 제한된 대출, 사회 초년생들의 재산 형성을 위한 국내 제도 이용의 어려움, 국민연금 납입에 대한 문제 등등.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재테크에 대해 한국에 있을 때보다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러던 중 가장 저명한 투자 관련 서적 중 하나인 존 보글(이하, 보글)모든 주식을 소유하라를 읽게 되었다. 물론, 원서가 미국인을 대상으로 쓰였기 때문에 보글의 투자법을 따라 하려면 필자의 실정에 맞게 한국의 금융 제도에 대한 공부가 계속 뒤따라야 하겠지만, 재테크의 방향에 대한 큰 줄기를 세우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투자법


    단순 셈법으로도 확인할 수 있고, 과거 자료로도 검증이 된 아주 확실한 성공투자 전략이 있다. 그것은 바로 저렴한 비용으로 국내 상장기업의 주식 전부를 고루 보유하는 것이다. (중략) 이 전략을 실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의외로 정말 간단하다. 시장 포트폴리오(market portfolio, 시장에서 거래되는 전 종목의 증권을 각각의 시가총액비율로 조합한 포트폴리오)로 구성된 펀드를 산 다음에 이것을 되도록 오래 보유하는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펀드를 인덱스펀드(index fund)라고 한다.
존 보글,「모든 주식을 소유하라」, 이은주 역, 비즈니스맵, 2017, pg.11-12   
    이렇게 전 종목을 다 담아 놓으면 개별 주식 종목을 고르는 데 따르는 위험, 특정 부문을 표적으로 삼는 데 따른 위험, 펀드매니저 선택에 따른 위험 등 투자와 관련된 다양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이 제거되고 나면 관리해야 할 위험이 이제 '시장 위험' 하나만 남게 된다.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 pg.13   

    금융 문외한이 단번에 이해하기는 조금 어려웠던 갖가지 통계 자료와 투자 관련 용어들이 등장하지만 결국 이 책에서 존 보글의 메시지만큼은 간단명료하여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첫째, 투자자 대부분은 그들 스스로의 믿음과는 달리 미래의 시장 흐름을 정확히 예측하는 탁월한 투자자가 되지 못하며, 일반투자자뿐만 아니라 나름 이 분야의 전문가인 펀드매니저 또한 그러하다.

둘째, 그렇기 때문에 미국 주식시장 전체(또는, S&P 500 지수 편입 기업)를 소유하는 전통적 인덱스펀드(TIF)를 장기적으로 꾸준히 매수한다면 매년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률과 배당이 가져다 주는 복리 효과로 개별 주식을 매매하거나 액티브 펀드에 가입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가져갈 수 있다.

셋째, 개별 주식 매매와 액티브 펀드 투자 방식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여기에 수반된 거래비용, 운용보수, 세금 등이 최종 수익률을 갉아먹기 때문이며, 반대로 TIF를 장기 소유하는 전략은 이러한 비용을 최소화한다.

넷째, 미국 외 다른 선진국 또는 신흥국의 주식시장 전체를 소유하는 전략도 있지만,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다른 선진국의 국내총생산을 압도하기 때문에 굳이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없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투자법


    보글은 갖가지 통계 자료뿐만 아니라 워런 버핏, 벤저민 그레이엄 등 최고로 인정받는 투자자들의 발언을 인용하여 본인이 제시하는 투자 방법의 합리성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보글의 책을 읽는 한 달 동안 엔비디아 주가의 급상승, 비트코인의 역대 최고가 경신 등의 소식을 접하면서 보글의 투자법이 이론적으로는 간단하지만 역설적으로 실천하기는 매우 어려운 투자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실제로 책을 읽어나가면서 보글의 투자법에 회의감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만약 필자 스스로 보글의 투자법을 따르기로 결정하였을 때 개별 주식의 급격한 주가 상승 소식을 접하고도 과연 10년, 20년 동안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가던 길을 갈 수 있을까?' 또는 '보글의 투자법은 필자가 투자를 시작하는 기점으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패러다임이 아닐까?' 이 책을 접한 후 한동안은 이와 같은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복잡하게 만들었다.



마무리


    결국,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지금 당장은 보글의 투자법을 충실하게 따르는 것으로 재테크의 큰 줄기를 세웠다. 이는 예전에 사이먼 컨스터블월스트리트저널 경제지표 50을 읽고 작성했던 독서노트 내용과는 크게 배치되는 방향이다. 양갈래 길에서 적극적 투자법이 아닌 보글의 길을 따르기로 결심한 결정적은 이유는 '비용이 중요하다.'는 보글의 논리에 크게 공감했기 때문이다. 재테크 공부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그 방향이 절세 방법처럼 비용을 아끼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개별 주식 종목을 분석하는 것이라면 여기 들이는 시간도 분명 큰 비용이다. 이러한 시간에 차라리 자기 계발을 해서 스스로의 내재 가치를 올리는 편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주식 공부를 하면서 경제를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정말로 확실한 투자 기회를 찾을 가능성도 있지만 필자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자면 그런 비범한 인물은 못 된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을 읽은 시점부터 최대한 보글의 투자법을 고수할 생각이나 사람의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법. 10년, 20년이 흐른 시점에 이 글을 다시 읽게 된다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인용 출처 - 존 보글,「모든 주식을 소유하라」, 이은주 역, 비즈니스맵, 2017

이미지 출처 - www.freepik.com, 유료 라이선스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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