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독서 노트, 라이언 홀리데이
갑작스레 한국을 떠나 해외 생활을 시작하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현지 생활에 적응한다는 핑계로 책을 손에서 놓은 지 어언 1년이 넘었다. 한 때 1년 간 꾸준히 유지해 온 하나의 좋은 습관이 사는 곳을 옮겼다는 이유만으로 터무니없게 깨져버렸으니 크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햄릿을 읽고 작성한 지난 독서노트의 서두에 '독서 목표를 잘 이어나가고 있다'라고 당당하게 언급한 부분은 지금 돌이켜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래서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기 위해 새해의 첫 독서는 자기 계발서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마침 필자가 존경하는 친구가 인상 깊게 읽었다면서 선물해 준 라이언 홀리데이(이하, 홀리데이)의 The Obstacle Is The Way라는 영어 원서가 있어 이 책을 시작으로 독서 습관을 다시 쌓아 올리기로 한다. 스토아학파의 대표적인 인물인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이 책은 우리의 인생에서 마주하는 장애물들을 과연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WHAT IS PERCEPTION? It's how we see and understand what occurs around us ─ and what we decide those events will mean. (중략) We will see things simply and straightforwardly, as they truly are ─ neither good nor bad.
Ryan Holiday,「The Obstacle Is The Way」, Profile Books, 2014, pg.11
'인식(Perception)'이란 무엇인가? 저자가 정의하는 인식이란, 우리가 주변의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며,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저자는 우리가 현상을 인식할 때 감정을 철저히 배제한 채로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보통의 사람들은 장애물을 만났을 때 그것을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여 좌절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은 더 큰 장애물을 만나더라도 침착함을 유지하고 장애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꿈으로써 오히려 장애물을 본인의 성장 기회로 만들었다. 주의할 점은 인식의 변화가 무분별한 낙관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본인이 매수한 주식의 주가가 곤두박질칠 때, 기업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주식을 추가로 매수할 기회로 삼는 것이 전자라면, '언젠가는 주식이 다시 반등하겠지' 하고 아무런 조치 없이 손 놓고 있는 것은 후자에 해당할 것이다.
WHAT IS ACTION? Action is commonplace, right action is not. As a discipline, it's not any kind of action that will do, but directed action. Everything must be done in the service of the whole. Step by step, action by action, we'll dismantle the obstacles in front of us. With persistence and flexibility, we'll act in the best interest of our goals.
「The Obstacle Is The Way」, pg.63
인식의 전환을 통해 장애물 속에서 기회를 발견하였다면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차례이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인 '행동(Action)'이란 무엇인가? 저자가 정의하는 행동이란, 단순히 사전적인 의미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향한 방향성이 있어야만 한다. 행동을 위한 가장 첫 단계는 '일단 시작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겠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이미 장애물에 압도되어 시작하는 것조차 어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반대로 이야기하면 단순히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보다 앞서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군다나 우리는 이제 인식의 전환을 통해 장애물 속에서 기회를 발견하거나 장애물 그 자체를 기회로 삼을 수 있게 되었으니 행동을 위한 동기 부여는 이미 충분해졌다. 저자는 우리가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면 과제의 크기에 압도되지 말고 그것을 우리가 해낼 수 있는 수준의 크기로 조각조각 분리한 다음, 꾸준하고 반복적이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행동을 통해 과제를 하나씩 수행해 나가다 보면 반드시 성장과 성공의 순간이 찾아올 것이라고 역설한다.
WHAT IS WILL? Will is our internal power, which can never be affected by the outside world. It is our final trump card. If action is what we do when we still have some agency over our situation, the will is what we depend on when agency has all but disappeared. Placed in some situation that seems unchangeable and undeniably negative, we can turn it into a learning experience, a humbling experience, a chance to provide comfort to others.
「The Obstacle Is The Way」, pg.125
저자가 강조하는 마지막 덕목인 '의지(Will)'란 무엇인가? 필자는 저자가 정의하는 의지를 한 마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표현하고 싶다. 살다 보면 정말로 견디기 힘든 순간이 우리에게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인식과 행동을 위협한다. 필자는 의지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인식과 행동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우리가 가진 최후의 힘을 의미한다. 마치 일제의 모진 고문에도 독립에 대한 희망의 끊을 놓지 않았던 독립투사들처럼, 강한 의지는 우리의 내면에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어떤 외부 변수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이를 위한 방법의 하나로 저자는 우리 삶의 유한함을 인정하는 것을 언급한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찾아오고 이것을 피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유한한 생명은 인간이 살아있는 동안 더욱 정력적으로 살아가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이처럼 인간 최대의 장애물인 죽음을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면 다른 어떤 장애물 앞에서도 우리는 전혀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사실 자기 계발서가 대개 그렇듯 그것이 전하는 내용이 우리가 이미 알고 있지만 다만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이 책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래도 책에서 저자가 예시로 든 많은 위인들이 그의 방법론을 통해 실제로 큰 업적을 이루어냈기 때문에 자기 계발서 중에서는 나름 증명이 되었다고 인정할 만하다. 그래서 가끔씩 본인이 무기력하다고 느껴질 때마다 한 번씩 책장에서 꺼내어 읽어보면 효과적으로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