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보 Dec 15. 2021

반복

<the thin ( ) line>에서 다뤄졌던 키워드와 이슈 7

‘반복’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필자는 일상생활이 떠오른다. 노래 가사로도 자주 등장했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 등으로 말이다. 그런데 과연 하루가 똑같이 반복될까? 그리고 반복되는 것이 부정적인 것일까? <the thin ( ) line>에서는 공연예술인들, 그중에서도 실연자들의 리허설 과정을 공연으로 드러낸다. 무엇을 향한 리허설인지 관객은 알 수 없다. 반복되는 리허설이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리허설은 반복되어도 똑같은 것은 없다. 반복을 하면서 처음으로부터 멀어지는 감각, 또는 매 순간 찾게 되는 새로운 감각을 마주하다 보면 반복을 할수록 이것이 어디로 향하는지, 무엇을 기준으로 어떤 완성도를 향해 가는지 실연자 본인도 알 수가 없다. 따라서 매 순간 새로운 것이다. 같은 움직임을 반복한다 해도 실연자의 상태는 다르다. 반복수행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 하지만 그 탐구는 창의적인 즐거움을 갖지 않는다. 무미건조한 심정으로 혹독한 반복 훈련에 임하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생각과 몸의 움직임의 충돌이 해프닝을 만들어낸다. 

사진: 채드 박

                                                                

관객은 이 반복을 한 자리에서 관찰하기도 하며 핸드폰을 보기도 하고 다른 상념에 빠지기도 하다가 다시 눈앞의 퍼포머들을 바라보며 지속되고 있는 흐름에 안심을 하기도 할 것이다. 관객은 이 반복이 이뤄지는 세 시간 동안 극장을 퇴장할 수도 있으며 다시 들어올 수도 있고 극장 안에서 핸드폰 사용을 하든,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을 이어폰을 끼고 들어도 상관없다. 사실 프로덕션 측에서는 관객에게 이러한 자유를 부추긴다. 세 시간 동안 문자를 발송해서 말이다. 관객은 극장 로비의 계단에서, 무대의 뒤편에서, 극장 밖에서 본인이 편하게 감상하고 싶은 자리에서 반복되는 리허설을 보며 자신만의 해프닝을 만끽하게 된다. 

사진: 채드 박


안무가는 코로나 팬데믹에 공연예술과 극장의 활동이 마비가 되어도 이들의 활동은 생계이자 의무이며 노동이라는 점에서 반복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사진: 채드 박


작가의 이전글 일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