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n ( ) line>에서 다뤄졌던 키워드와 이슈 7
‘반복’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필자는 일상생활이 떠오른다. 노래 가사로도 자주 등장했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 등으로 말이다. 그런데 과연 하루가 똑같이 반복될까? 그리고 반복되는 것이 부정적인 것일까? <the thin ( ) line>에서는 공연예술인들, 그중에서도 실연자들의 리허설 과정을 공연으로 드러낸다. 무엇을 향한 리허설인지 관객은 알 수 없다. 반복되는 리허설이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리허설은 반복되어도 똑같은 것은 없다. 반복을 하면서 처음으로부터 멀어지는 감각, 또는 매 순간 찾게 되는 새로운 감각을 마주하다 보면 반복을 할수록 이것이 어디로 향하는지, 무엇을 기준으로 어떤 완성도를 향해 가는지 실연자 본인도 알 수가 없다. 따라서 매 순간 새로운 것이다. 같은 움직임을 반복한다 해도 실연자의 상태는 다르다. 반복수행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 하지만 그 탐구는 창의적인 즐거움을 갖지 않는다. 무미건조한 심정으로 혹독한 반복 훈련에 임하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생각과 몸의 움직임의 충돌이 해프닝을 만들어낸다.
관객은 이 반복을 한 자리에서 관찰하기도 하며 핸드폰을 보기도 하고 다른 상념에 빠지기도 하다가 다시 눈앞의 퍼포머들을 바라보며 지속되고 있는 흐름에 안심을 하기도 할 것이다. 관객은 이 반복이 이뤄지는 세 시간 동안 극장을 퇴장할 수도 있으며 다시 들어올 수도 있고 극장 안에서 핸드폰 사용을 하든,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을 이어폰을 끼고 들어도 상관없다. 사실 프로덕션 측에서는 관객에게 이러한 자유를 부추긴다. 세 시간 동안 문자를 발송해서 말이다. 관객은 극장 로비의 계단에서, 무대의 뒤편에서, 극장 밖에서 본인이 편하게 감상하고 싶은 자리에서 반복되는 리허설을 보며 자신만의 해프닝을 만끽하게 된다.
안무가는 코로나 팬데믹에 공연예술과 극장의 활동이 마비가 되어도 이들의 활동은 생계이자 의무이며 노동이라는 점에서 반복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