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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션펌킨 Jun 16. 2022

220610 / 제주행 비행기를 타다

익숙하고 낯선 비행

일상이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물꼬가 트인 업계가 여행업계 아닌가 싶다. 오 분에 한대씩 비행기가 뜨는 것을 보고 놀랍기도 했지만, 실감이 났다. 드디어 방역규제가 완전히 풀렸다.

19년도부터 계획했던 부모님의 "제주한달살이"가 올해가 되어서야 실행될 수 있었다. 방역규제가 완화되기 시작하더니 빠르게 풀려 버렸다. 그래서 올 5월 말 즈음에 오랜 염원이었던 두 분의 여행이 실행되었다. 그 틈에 나는 잠시 다니러 제주행 티켓을 구매했다.

여행사별 티켓정보를 모두 모아둔 어플을 통해서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티켓을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연일 여행객들이 몰린다, 여행업계가 호황이다 등의 뉴스는 보고 들어 익숙했지만 막상 내가 티켓을 구하느라 고생을 좀 해보니 더 실감이 났다. 목적하는 시기보다 2주 전부터 티켓을 찾았지만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못 가겠구나 싶은 때에 뒤지고 뒤져서 다소 빠듯한 시간 대에 티켓을 구할 수 있었다.

퇴근을 하고 바로 전철을 타야 겨우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쉬운대로 구해놓고 다음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결국 한 시간 반 먼저 퇴근을 해야 했다.

열흘 정도 살아본 엄마로부터 제주 물가가 너무 비싸다며 몇가지 가져다 달라는 물품이 있어 가방이 빵빵했다. 배낭 하나 매고 가볍게 다녀오려 했는데 퇴근시간 전철 안의 사람들 사이에서 짐짝같은 느낌이었다. 크고 무겁고, 사람 한 명이 설 수 있는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으니 빡빡한 전철 안에서 사람들 시선이 따가웠다.

물론 제주 도착해서는 엄마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지만, 그 과정은 무척 험난했다. 해외에 나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수하물을 위탁하고 검문을 지나 출발 게이트에 와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티켓을 구매하고 여행 가방을 싸면서 했던 나의 기대는 현실 앞에서 무너졌다. 출발 전 공항 라운지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비행기를 기다리는 여유는 없었다. 넘쳐나는 여행객들 때문에 티켓팅부터 수하물 위탁도 대기줄이 길었다. 그런데 검문은 더했다. 각각의 비행사마다 수속을 마치고 공항 검문을 지나야 했기 때문에 인파는 몇 배가 되었다.  퇴근시간보다 한 시간 반 일찍 출발하지 않았다면 비행기를 탈 때까지 발을 동동 구르며 애를 태워야 했을 것이다. 3년이 넘게 비행기를 타지 않았고, 제주도는 국내라는 안일함에 시간을 빠듯하게 잡았던 내가 아찔했다. 출국 수속 중에 헐레벌떡 뛰어든 두 명의 여성이 비행기 시간이 임박하다며 앞으로 보내줄 수 있냐며 연신 죄송하다며 사정을 하면서 줄의 맨 앞으로 갔다. 사람들은 싫은 내색없이 순순히 길을 터 주었다. 두 사람은 빠르게 검문을 통과하고 눈앞에서 사라졌었다. 그런데 내가 탑승을 기다리기 위해 게이트를 찾아서 두리번 걸던 중 터덜터덜 걸어가는 두 사람을 다시 보게 되었다.

자칫하면 나도 그들과 다르지 않았음에 안도했다.

탑승 게이트 앞 자리에 앉아서 내가 탈 비행기가 준비되는 과정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향긋한 커피 한 잔도 마시면 좋았겠지만 꿈같은 바램이었다. 잠시 앉았다가 바로 탑승했다. 다닥다닥 붙은 의자에 어깨를 좁히고 앉아서도 설렜다. 얼마만인가...

여행을 계획하는 내내 설레고 출발하는 날 아침도 떨렸다. 그리고 떠날 시간이 가까워지면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몸은 아직 땅을 디디고 있지만 마음은 이미 비행기 안.

공항에 도착하기까지의 여정이 다소 고되긴 했지만 비행기 지정석에 앉자마자 모든 피로감이 녹아버렸다. 제주에 도착하기만을 기대하면서 행복했다.

제주한달살이 부모님을 위한 찬조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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