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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션펌킨 Oct 11. 2022

남이섬

경기둘레길 21코스를 걷다가

여행 이틀째, 21코스를 검색하다가 주변에 남이섬이 있는 것을 알고 나와 여행메이트는 동시에 소리쳤다.

남이섬 가자!!!

가평역 근처에 있던 숙소에서 하룻밤을 푹 쉬고 나서 새벽에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짐을 정리하고 숙소를 나왔다. 체력과 컨디션이 허락한다면 오늘은 경기둘레길 21코스와 남이섬을 모두 걸어서 다녀볼 계획이었다.

숙소에서부터 걸었다. 우리가 악착같이 걸었던 것은 인증을 받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스스로의 도전에 대한 용기를 냈던 것이었다. 어제 하루종일 내리던 비가 아직도 성에 차지 않는지 보슬비처럼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아랑곳없이 우리는 남이섬을 향했다.

그리고 선착장 앞에 도착했다.

자동매표기계 앞에서 잠깐 망설였다. 분명 인터넷 검색에서는 입장료가 1인 16,000원이라고 했는데 기계에서 보여주는 금액은 우리가 찾는 금액이 나오지 않았다. 매표소에 있는 네 대의 기계를 모두 검색하다가 안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 직원에게 물어도 보았다. 하지만 직원도 언어가 한국어로 선택되어 있는지 확인하라는 이야기만 했다. 흠...뭐지?

한참을 멍하니 들여다 보다가 알았다. 우리가 매표하는 시간은 7시 7분 정도였다. 8시 이전에 매표하고 8시 이전에 입장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특별우대라는 것이 있었다. 요즘은 일찍 일어나는 새가 피곤하다고 했던가? 우리는 속담대로 먹이를 더 얻었다. 별 일도 아닌 일에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매표를 마치고 승선하기 전까지 근처에서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곧바로 배 위로 올랐다.

배의 2층에서 출발하기 전까지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마치 수학여행을 가기 전 짹짹이들처럼 들떠서 같은 곳을 찍으면서도 좋았다.

가평에서 남이섬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배를 타거나 짚라인을 타거나.

우리가 가는 시간은 너무 일러서 짚라인을 운행하는 사람도 없었다. 선택지가 하나였기에 다행이었다. 여행메이트는 짚라인을 진심으로 타고 싶어했으니까.

배에서 보이는 남이섬 입구의 모습이다. 정겨웠다.

섬에 도착하자 우리의 방문을 반겨주는 듯이 다람쥐들이 여기저기서 뛰어 다녔다. 이른 아침 먹이를 구하러 나온 녀석들에게 한창 눈길을 빼앗겼다.

물멍하기 좋은 장소다. 여유를 가지고 섬에 왔다면 한 두시간은 훌쩍 가도 모를 정도로 정신놓고 앉아있을 장소였다. 사계절 모두 예쁠 것같은 장소였다.

남이섬, 볼 것 없다는 평가를 하는 사람들이 어떤 점을 보고 말하는 것인지 알 것도 같다. 이 섬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곳이고 그 상상력을 충만하게 발휘해야 진정한 가치를 맛보고 갈 수 있는 곳이었다. 

불과 몇 년 전이었다면 나도 두 번 올 곳은 아니라고 단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진을 찍고 그 장면에서 연상되는 것들을 상상하며 걷다보면 시간이 아까울 정도였다. 장소마다 테마를 만들고 컨셉을 두고 제작을 한 것들은 인위적이라고 단정지으면 끝이다. 테마를 이해하고 컨셉을 파악하고 나면 이미 동화나라에 가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남이섬이라고 하면 대표적인 이미지로 드러나는 메타세콰이어길은 사계절이 웅장하다. 이 날도 한참을 고개를 들어 바라보기만 했었다. 

남이섬 안에서 숙박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펜션들은 남이섬을 체험하기 충분했다. 야경이 예쁠 것 같은 설치들을 볼 때마다 밤에 머물러있고 싶어지는 마음이 든다. 야경이 멋진 남이섬을 보고 아침을 맞이하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조소작가의 작품이 길 여기저기에 전시되어 있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뮤지엄을 만들어서 특정 공간에서 전시하는 틀을 깨고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문득문득 놓여진 조소작품을 만나면 반갑고 우리들의 엄마를 연상시켜서 가슴이 뜨거워졌다. 

드라마의 영향으로 눈사람은 캐릭터가 되어 관광상품으로까지 만들어 졌다는 점이 놀라웠지만 막상 마주하니 사진이 찍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었다. 눈사람만 보아도 드라마 장면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K-드라마에 환호하는 외국인들이 남이섬을 꼭 들러보는 이유가 이해가 되었다. 

비행기를 태워주고 있는 아빠의 행복한 미소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펜션촌 입구에 놓여져 있어서 이 숙소가 가족을 위한 곳인가 생각하게 만든다. 표현은 투박하지만 상상하면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 

멀리서도 보이는, 바닥에 노란 은행들은 수년간 떨어진 것들이 계속 쌓여있다. 밟지 않기위해 바닥을 보며 걷게 되는데 보다 보면 이미 단단하게 굳어져 있는 은행열매들도 보이곤 한다. 곧게 잘 뻗어자란 남이섬의 나무들은 멋진 길을 만들어 내고 그 길은 지나다니는 사람도 바라보는 사람도 뿌듯하게 만든다. 

토끼 때문에 사람이 놀라는 곳이 남이섬이다. 길을 걷다 보면 풀숲에서 풀을 뜯고 있는 토끼, 다른 곳으로 펄쩍 뛰어가는 토끼를 자주 볼 수 있다. 그 모습에 오히려 걷던 사람들이 더 놀랄 지경이다.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 곳의 생명체들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안도감도 들었다. 진정한 공존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춘천방향이 보이는 남이섬 끝자락이다. 보기보다는 수심이 얕아서 걷는 동안 빠질 염려는 하지 않았다. 물 위를 걷는다는 기분으로 조심스레 걸어보는 재미가 있었다. 

가평쪽에서 들어오는 선착장을 기준으로 남이섬의 끝이다. 왼편으로는 춘천이다. 남북으로 흐르는 강줄기를 사이에 두고 작은 섬이 있고 그 곳이 이국적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조용히 물멍, 숲멍하기 좋은 명소다.

남이섬 곳곳에서 떨어진 밤송이를 많이 만났다. 주머니에 넣어서 먹으면서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밤알을 주어보았다. 욕심껏 주으려면 그렇게 할 수 있었지만 다람쥐의 겨우내 식량이라 나와 여행메이트가 양손에 한 주먹씩만 주워서 나왔다. 걸으면서 입으로 껍질을 벗겨내어 생밤을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새우는 껍질을 까기 귀찮아서, 게는 다리 하나하나 게살 발라 먹는 것이 귀찮아서, 삶은 밤도 노력 대비 얻는 것이 작다고 여겨져서 즐겨 먹지 않았었는데 올 해 남이섬에서 걷는 동안 계속 햇밤을 까먹으면서 걸어다녔다. 율피의 떫은 맛도 고소해질 때까지 씹어 삼켜 보았다. 이 또한 즐거운 경험이었다. 

인위적 컨셉을 정해 만들어 놓은 길이나 조형물들도 마냥 유치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남이섬에서 대구 골목을 연상하게 만든 길도 처음엔 낯설었지만 자꾸 보다보니 가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었다. 한국에 관광온 외국인이라면 정해놓고 가 볼 것 같다. 남이섬은 정말 환상의 섬이어야 할 것 같다. 

섬의 중간에는 테마파크같은 분위기가 풍겨서 걷기 보다는 구경하기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섬 주변 물가를 기준으로는 걷기 좋은 길을 만들어 놓아서 산책이나 명상하기가 주 목적이 될 것 같다. 걷다가 물멍할 수 있는 자리에 나무 의자들이 무심하게 놓여 있는 것을 보면 섬 주인이 이 섬에 아무 것도 없던 당시 섬을 지키며 살았던 자신의 행적을 보여주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결국 사람의 마음은 다 같은 듯 해서 말이다. 

이 등나무는 나중에 귀촌했을 때 시골 집 앞마당에 만들어 놓고 싶은 모양이라 사진으로 남겨보았다. 방부목으로 만들고 등나무잎으로 그늘막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는 아담한 크기여서 좋았다. 

남이섬 관광안내도를 따라 걷고 쉬고를 반복하다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더 머물까 하다가 우리의 일정이 빠듯하여 바로 선착장에 서 있는 배에 올라탔다. 뿌듯한 마음을 가득 안고 걸어나오면서 우측에 보이는 캐릭터의 표정이 귀여워서 한 컷 남겨보았다. 

두어 시간 걷고 나오는 점심을 먹기에는 다소 이른 시간이었지만 22코스까지 진행하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가까이 식당이 있는 곳에서 식사를 하고 움직이는 것이 시간을 아끼는 일이라 판단되어 식사 먼저 하기로 결정했다. 남이섬에 온 김에 숯불닭갈비를 먹기로 했다. 철판볶음과는 다른 불맛이 닭고기의 맛을 한층 높여주었다. 

고기에 볶음밥은 국룰!!! 밥도 맛있게 먹었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캐릭터가 건물 외곽에 붙어있어 카페인 줄 알았던 곳이다.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로 일본인에게 인기를 끌면서 오히려 역으로 한국인들에게 알려진 섬, 일부러 와 보기는 어려운 장소였는데 경기둘레길 21코스를 걷다보면 오게 될 것 같다. 가평역에서도 가깝고 버스로는 청평역이나 청평터미널이 가깝다. 계절마다 특징있는 이벤트가 있지만 특히 가을철 단풍이 물든 남이섬은 더욱 환상일 듯하다. 사진으로만 봤던 그 장면을 직접 보면서 상상을 더하다 보면 섬을 도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을 것이다. 날 좋을 때, 가족들과 함께, 안전하게 맘껏 뛰놀 곳이 필요한 아이들을 데리고 풀어놓아주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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