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촬영한다. 바깥의 신혼부부. 우리도 그랬었나? 벌써 1년이 훌쩍 지났다. 저렇게 촬영하던 때가.
신혼생활은, 음~~~ 괜찮다. 누군가 있다는 ‘함께’의 낯섦도, 같이 뭔가를 하는 것도, 혼자일 때는 필요 없었던 많고 많은 필요들도, 그리고 가끔 배달되어 오는 장모님의 구호식품을 개봉할 때도, 아직은 즐겁다. 아직은, 이라? 그럼, 언젠가는….
포토존이 비었다. 나가서 사진 찍잔다 다른 사람들이 오기 전에. 처남 부부가 선다. 찰칵. 아이들과 함께 선다. 찰칵. 그러더니 나더러 서란다. 혼자. 찰칵. 이상하고 어색하다. 아내가 같이 왔으면 좋았을 것을. 어느새 혼자가 어색해진 건가? 아니면 처가 가족들 사이에서 혼자여서 인가?
아직은 처가에서의 혼자는 어색하다. 밥 먹을 때도, 차 마실 때도, TV 앞에 있을 때도. 그래서 처가에서는 항상 아내를 찾게 된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야 할까? 시간이 어색함을 없애주기는 하는 걸까?
처남 부부는 딸애들 사진 찍어주기에 열심이다. 챙겨 먹이고 입히고 졸졸 따라다니는 건 힘들어 보이는데 저럴 땐 예쁘고 귀엽다.
다른 신혼부부가 도착한다. 그런데, 어라! 신부의 배가 부르다. 아! 저게 말로만 듣던 혼수라는 건가? 우리도 혼수를 준비했어야 했나? 이제 아이를 가질 때가 된 건가?라는 생각에 피식 웃는다.
큰 조카가 아장아장 신부에게 걸어가더니 공주님이란다.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동화책에서 보던 공주의 모습과 비슷했나 보다. 저 신부는 아마 오늘 하루 종일 기분이 좋으리라. 조그만 아이가 누군가의 하루를 천국으로 만들었다. 벌써 선한 영향력 뭐 그런 거?
여행을 좋아해서 이곳저곳을 다녔다. 여행이 왜 좋을까? 지금까지의 삶이 너무 순탄해서, 굴곡이 없어서, 실패가 없어서, 그래서 평범하기만 한 일상 탈출을 원해서일까?
교육자 집안의 맏아들. 부자는 아니지만 모자람은 없었고 성적 역시 상위 영 점 몇 %에 해당하는 정도로 엄청나진 않았지만, 상위권 유지. 별 어려움 없이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 별 어려움 없이 이름만 대면 아는 대기업 입사. 별 어려움 없는 직장생활. 별 어려움 없는 결혼. 이건 아닌가? 30대 후반에 했으니. 어쨌든 평탄, 순탄 평범한 삶이다. 그러나
그 평범함을 얻기 위해 얼마나 애썼던가? 물 위를 유유히 헤엄치는 오리가 한없이 평온해 보이지만 물속의 발은 한순간도 쉬지 않는 것처럼. 그리고 또, 이 땅에서 평범하게 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오죽하면 죽도록 노력해서 얻는 게 평범한 삶이라고 하니. 쩝! 이건 이 시점에서 할 걱정은 아닌듯하니 현실로 돌아가자.
여행을 좋아하긴 해도 처가와의 여행은 처음이라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그래도 뭐 그런대로 좋았다. 제주공항에서 만났을 때 처남네의 엄청난 캐리어 크기에 놀라긴 했으나, 우도에서 느긋함도 좋았고, 리조트 가까운 곳에 있어 찾은 미술관 건물의 하늘과 맞닿은 선과, 그 안에 전시된 오래된 미술품도 좋았고, 흔들리는 갈대와 가을하늘도 하늘하늘 좋았다. 오랜만의 일출도 좋았고, 가족사진도 나름 재미있었고, 지금, 이 순간의 구멍 난 하늘도 재미있다.
물론 이렇게 저렇게 조금 불편하기도 했다. 어른을 모셔야 하고 어린아이들과 함께이니. 그러나 어쩌겠는가? 처가 가족과의 여행은 어떤 의미에서는 의무인 것을. 처남댁도 나와 같은 생각이려나? 같은 생각이겠지.
사진이 다되었으니 오란다. 촬영보다 어려운 선별작업이 끝났나 보다. 차에 올라 운전석에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