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과학
사랑의 근원지는 어디인가? 사랑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인간이 가장 처음 접하는 사랑은 부모, 특히 엄마의 사랑이다. 그렇다면 엄마와 자식 간의 사랑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알 수 있다면 사랑의 근원지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사랑의 근원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위해서 우리는 심리학자 해리 할로우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해리 할로우는 실험을 위해 원숭이를 사용했었는데 재정 문제로 인해 심지어 직접 원숭이를 키우기도 했다. 당시에는 세균이 있는 환경에 노출되는 것은 무조건 해롭다는 것이 상식이었기 때문에 새끼 원숭이가 태어나면 무균실에 격리했다. 어미와 떨어진 새끼 원숭이는 당연하게도 불안 증세를 보였고 사육 과정에서 우연히 새끼 원숭이들이 바닥에 떨어진 헝겊에 집착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마치 애착 인형을 끌어안고 있는 것처럼 새끼 원숭이들은 헝겊을 놓지 않았으며 억지로 뺏으려고 하면 크게 저항했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했던 해리 할로우는 그 원인이 헝겊의 부드러운 감촉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애착 실험을 설계했는데, 이 실험이 바로 그 유명한 해리 할로우의 애착 실험이다.
당시 심리학계는 인간의 마음을 자극 → 반응으로만 이해하는 행동주의가 지배하던 시대였다. 그래서 행동주의자들이 아기가 엄마를 찾는 것은 먹이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했다. 행동주의를 설명하는 두 가지 유명한 실험이 있다. 하나는 파블로프의 실험이고 또 하나는 스키너의 실험이다. 실험에 대해 짧게 설명하자면, 먼저 파블로프의 실험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파블로프의 개’가 등장하는 실험인데, 먹이를 주기 전에 종소리를 들려주었더니 나중에는 종소리만 들어도 침이 나왔다는 실험이다. 그리고 스키너의 실험은 비둘기에게 레버를 누를 때마다 먹이를 줬더니 나중에는 먹이를 먹고 싶을 때마다 레버를 눌렀다는 실험이다. 이러한 지식을 가지고 있던 당시의 심리학자들은 아기가 엄마에게 애착이 생기는 것은 당연히 먹이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헝겊에 집착하는 새끼 원숭이를 발견한 해리 할로우는 이에 의문을 가지고 애착 실험을 진행한다.
실험은 간단했다. 두 개의 가짜 어미 원숭이를 만들었는데, 하나는 헝겊으로 만든 어미였고 또 다른 하나는 철사로 만들어진 젖병이 달린 어미였다. 행동주의에 따르면 새끼 원숭이는 먹이가 있는 철사 어미에게 더 오래 머물렀어야 했다. 그러나 결과는 그 반대였다. 새끼 원숭이들은 철사 원숭이보다 헝겊 어미에게 더 오래 매달려 있었고 배가 고플 때만 철사 원숭이에 달린 젖병을 찾았다. 어미와의 애착 형성은 먹이 때문이 아닌 어미가 새끼를 안아 줄 때 느낄 수 있는 부드러운 촉감 때문이었던 것이다. 해리 할로우의 실험은 행동주의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과였다. 해리 할로우가 발견한 것은 헝겊에 집착하는 새끼 원숭이가 아니라 사랑의 근원이었던 것이다.
해리 할로우는 사랑의 근원지를 과학적 실험으로 증명하고 행동주의가 지배하던 심리학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 해리 할로우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그의 삶을 다룬 책 ‘Love at Goon Park : Harry Harlow and the Science of Affection’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나는 이 책의 한국어 번역판 제목을 좋아한다. 제목은 "사랑의 발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