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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제 Jan 11. 2022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체화된 인지: 스파이더맨을 통해 알아보는 힘과 무게의 은유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스파이더맨 스토리 전체를 관통하는 대사이며 그만큼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사이다. 언제나 예상할 수 있고 뻔한 메시지지만 극 중에서 가장 중요한 대사다. 왜냐하면 이 대사가 스파이더맨을 진정한 히어로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힘은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권력’ 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자신이 짊어져야 하는 ‘책임’ 일 수도 있다. 권력에 집중하면 각종 영화에 등장하는 빌런이 되는 것이고 책임에 집중하면 히어로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집단에서 영향력이 강하거나 권력이 있는 사람을 ‘중요(重要)한’ 사람이라고 부르고, 그 중요한 사람을 ‘무게감’이 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무게를 권력과 연관 짓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한 연구에서도 사람들이 무게와 'princess'와 같은 권력 관련 단어를 연결 짓는다는 것을 증명했다(He, Chen, & Li, 2018). 또한 우리는 무게를 책임과 연관 짓는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종종 중요한 직책을 맡았을 때 어깨가 무겁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실제 실험에서도 참가자에게 무거운 클립보드를 들게 했을 때 가벼운 클립보드를 들게 했을 때보다 더 공정한 의사결정 절차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더 정교한 사고를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Jostmann, Lakens, & Schubert, 2009). 이처럼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무게를 힘과 관련하여 다양한 은유적 표현은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째서 힘과 무게를 연관 지어서 사용하며, 두 가지 방향으로 다르게 해석하는가?


 실제 환경에서 물리적인 힘은 무게와 깊은 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을 떠올려보자.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리는 덩치가 큰 사람을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우리가 성장과정 중에 끊임없이 힘과 무게의 관계를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애초에 무게는 물체가 받는 중력의 크기이므로 그 자체가 힘이다. 체화된 인지 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인지체계는 신체 감각과 운동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 우리는 살면서 힘과 무게와 관련된 수많은 경험을 하게 되고 그 신체 감각은 체화된다. 이로 인해 추상적인 개념을 표현할 때 힘과 무게의 개념을 빗대어 은유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힘과 무게의 속성 때문에 힘과 무게는 그 사람의 사회적 강함인 권력을 의미할 수도 있고 사회적 의무인 책임을 의미할 수 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힘과 무게는 권력과 책임감 두 가지 모두를 내포하고 있으며 어디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행동은 달라질 것이다. 사람들은 종종 힘의 책임과 의무는 망각한 채 자신의 권력감에 취한다. 그러나 자신이 가진 힘의 다른 측면 또한 의식한다면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빌런이 될지 히어로가 될지는 본인만이 선택할 수 있다. 당신은 스파이더맨이 될 것인가? 그린 고블린이 될 것인가?



He, X., Chen, J., & Li, J. (2018). Bidirectional semantic associations between social power and weight. International Journal of Psychology, 53(1), 40-48.


Jostmann, N. B., Lakens, D., & Schubert, T. W. (2009). Weight as an embodiment of importance. Psychological science20(9), 1169-1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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