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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제 Feb 12. 2022

심리적 중력

체화된 인지: 중력의 은유

 

 일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모든 질량을 가진 물체는 중력을 가진다. 중력은 시공간을 왜곡하고 이로 인해 물체를 끌어당긴다. 체화된 인지 이론가들은 물리적 개념이 우리의 마음에 체화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물리적 세상이 아닌 사람의 마음에도 중력이 작용할 수 있을까? 

 

 처음 만난 자리에서 상대방에게 첫눈에 반한 사람을 떠올려 보자. 그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과 가깝게 몸을 움직이고 모든 주의를 상대를 향해 기울일 것이다. 한마디로 상대에게 끌리는 것이다. 여기에서 '끌린다.'라는 단어는 물리적인 개념이지만 이 표현을 듣고 물리적으로 당겨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추상적인 개념을 물리적인 개념을 이용해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가 은유적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물리적인 개념이 추상적인 개념과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연결성으로 인해 추상적 개념을 떠올림에도 실제 물리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실생활에서, 앞의 예시처럼 자신이 끌리는 사람 근처에 앉거나 몸을 더 기울이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자신을 끌어당기는 사람이 있다. 그 대상이 누구이건 간에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일 것이다. 여기서 중(重)은 무겁다는 의미를 가지며, 그 밖에도 '소중하다.', '귀중하다.'라는 표현 모두 무겁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가 이러한 무게와 관련된 은유적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중력의 영향을 받는 환경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 과정을 통해 경험한 중력의 감각이 체화된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마음은 물리적 환경과 상호작용 하면서 형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들은 물리적 법칙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물리적 개념이 추상적 개념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물리적 환경에서 살아왔는지에 따라 인지 체계는 다르게 형성될 것이다. 만약 우리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환경에서 살아왔다면 이와 관련된 은유적 표현은 사용할 수 없었을 것이다. 중력의 개념이 신체 감각을 통해 체화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력의 영향을 받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마음에도 중력은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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