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_난임 극복기
배에 멍이 들었다. 이틀 전부터 주사를 맞은 부분이 붉어지더니 이제는 파랗게 멍이 올라왔다. 배에 주사를 맞는 통증은 늘어났고, 아침마다 울리는 10시 알람은 듣기만 해도 짜증이 났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10시 알람이 울렸다. 자동적으로 냉장고에서 주사기를 꺼내고 알코올 솜으로 배를 문지르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파랗게 멍든 배가 너무 안쓰러웠고, 멍든 곳을 피해 주사를 넣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불쌍했다. 눈물을 글썽이며 어찌어찌 주사 3대를 넣고 소파에 가만히 누웠다. 약해진 내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배를 토닥이며 '괜찮다. 괜찮다.'를 되새기고 있었는데 깜빡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11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난임시술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렇게 힘들어하다니. '내가 나약한 건가?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몰려왔다. 내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 아이가 생기지 않아 난임시술까지 했던 지인도 없다. 그러다 번득 카페를 생각해 냈다. '내가 왜 이 생각을 못했지?' 하며 바로 핸드폰으로 카페를 검색하고 가입을 했다. 9만 명이 넘는 사람이 가입되어 있는 카페에는 시술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부터 몇 년 동안 계속하고 있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다들 힘들어하고 있었고, 댓글에는 응원해 주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읽고 있자니 배에 멍든 일은 정말 사소한 일이었다. 다들 힘든 점이 많았고 특히나 일하면서 난임시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보다 슬플 수가 없었다.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내가 몰랐던 다양한 사실 또한 알 수 있었다. 그중 가장 생소했던 용어는 'PGT'였다. 다들 'PGT를 통과했다.', 'PGT 검사결과가 이렇다.' 등의 게시글이 많았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착상 전 유전자 검사'로써 반복적인 착상 실패, 또는 반복적 유산이 발생하는 경우와 산모가 만 40세 이상인 경우, 즉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배아의 염색체 전체를 검사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만 40세 이상. 난데.......'
임신에 있어 나이이야기만 나오면 위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만 40세라는 말에 찔끔 마음에 상처를 받으면서도 더 집중해서 내용을 읽었다. 하지만 내가 다니고 있는 병원에서는 들어보지 못했던 내용이라 아마 검사를 하지는 않을 듯하다. 다른 병원에서 한다고 다짜고짜 해달라고 할 수도 없고, 지금 내가 다니는 병원의 의료진을 믿는 수밖에. 하지만 마음이 심란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사람들이 임신을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운동부터 시작해서 영양제 챙겨 먹기, 생활습관 바꾸기까지. 나는 힘들다고 운동도 안 하고 영양제는 엽산 하나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반성에 반성을 하게 되었다. 게다가 시험관 차수가 늘수록 살도 많이 찐다고 하던데 결혼해서 10kg이 찐 상태에서 더 찐다고 생각하니 아찔해졌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배에 든 멍이 문제가 아니었다. 소파에 누워 핸드폰을 만지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걷자.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주섬주섬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오늘 하루도 난임시술에 대해 또 배운다.